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araxia May 05. 2024

아빠! 내일 야구 보러 갈래?

딸과 야구를 보러 간다고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8살 딸을 둔 나와 7살 아들을 둔 회사 동료는 함께 잠실야구장을 가기로 했다.

두산팬이었던 우리는 아이들에게 두산유니폼을 사주고 탁 트인 넓디넓은 잔디구장을 바라보며 캔맥주를 부딪혔는데, 그때만 해도 아이들은 야구가 뭔지, 야구장이 뭔지도 모르고 아빠들을 따라와 처음 보는 환경에 흥분한 눈빛이었던 것 같다.


이후 야구는 뒤편으로 아이들은 학교공부와 학원에, 아빠들은 현업에 정신없이 10여 년이 흘러갔다.

그동안 회사동료는 이직을 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고 딸의 관심은 방탄소년단, NCT127, 스트레이키즈... 아이돌로 가있었고 야구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아이돌에 시들시들해질 무렵 딸아이의 관심은 프로야구로 가있었다.

친구들과 야구장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을 무렵, 문득 나에게 묻는다 '아빠 이번 주말에 약속 있어?'

야구장에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과 약속이 틀어진 모양이다.

'아빠 별일 없는데!' 그랬더니 바로 야구 보러 가자고 예약을 하겠다고 한다.

오랜만, 아니 13년 만에 야구장을 가보겠구나 하는 마음에 나도 은근히 들뜬 마음이 들었다.


두산유니품을 둘이 챙겨 입고 집을 나와 좀 쑥스럽기도 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딸아이를 따라나섰다.

잠실새내 재래시장에서 먹거리 장을 보고 마지막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음료를 사려고 들어갔다.

시장에서 먹거리는 내가 계산을 했더니 맥주와 음료는 용돈으로 자기가 사겠다고 딸이 나선다.

계산대 직원이 '어머 아빠랑 따님이 야구 보러 가시는 거예요?'라고 묻는데 아빠랑 야구 보러 가는 딸을 처음 본다고 신기해한다. 

나는 겸연쩍게 '아 그래요?'하고 편의점을 나와 야구장을 향했는데 내심 뭔가 뿌듯함이 마음 한편에 들었다.

'나 딸이랑 둘이 야구 보러 가는 아빠야!'


야구장에 들어가 직관인증을 해야 한다고 사진을 찍어주고 자리에 앉아 3시간 정도 응원을 하며 관람을 했다.

20살의 딸과 함께, 나는 잘 모르는 어설픈 응원가를 따라 부르면서...

운이 좋았는지 응원하던 팀이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게 야구장을 나오면서

아!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 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시간이 소중하고 아직은 크게 맘의 여유가 없을 텐데 아빠랑 이런 시간을 함께 해주어서 고맙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전국 야구장을 돌면서 전국투어를 한번 해보자고 딸아이가 제안을 해온다.

그래! 당연히 가야지.... 하루하루가 이렇게 행복한 것임을 새삼 깨달은 하루였다.

잘 크고 있다 우리 딸, 너의 목표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아빠는 소망한다.... 기원한다....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무를 다루는 법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배워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