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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araxia May 03. 2024

나무를 다루는 법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배워갑니다

소목을 배우며 마음을 다스리다

몇 년 전, 퇴직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 본 적이 있다. 

누구나 50이 넘어가면 되면 같은 고민을 많이들 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60, 70이 넘어도 경제생활을 해야 할 것 같은 먹먹함에 지금껏 뭔가 잘못 살아온듯한 기분이 들 때도 많다.


연금이 풍족하게 나와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분들을 보면 부럽지만 이제와 어쩌겠는가? 

후회해 봐야 달라질 건 없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로 하다가 소목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목은 나무를 이용해 한옥을 만드는 대목과는 다르게 안방과 사랑방 부엌등에 들어가는 가구와 좌경이나 

서안, 빗접등 소품들을 전통적인 짜임의 방식으로 만드는 일이다. 


기본적인 기술을 습득한 후에는 현대적인 감각을 응용한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기초부터 배워나가는 과정이라 전통소목의 다양한 도구와 목재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목재의 특성과 변형에 따라 쓰이는 용도가 틀리고 수많은 수공구들을 손에 익혀야 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책상에 앉아 노트북이나 두드리며 일해온 내가 몸으로 기술을 배워나가야 한다.


몸으로 배우는 일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나이 들어 배우려니 여기저기 적응하지 못한 근육들이 툴툴거린다. 

왜 안 하던 짓을 하냐고 말이다.


대패날을 항상 정교하게 가는 것부터가 소목의 시작이다.

가로세로 1cm에서 4~5cm 남짓밖에 안 되는 대파날의 끝을 평평하게 숫돌에 갈아내는 게 그렇게 어렵다.

손이 익숙하지 않으니 평을 잡아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대패만 익숙해지는데 10여 년이 걸린다고 하니 마음을 비우고 매일매일 갈아본다. 

대팻날을 갈다 보면 손끝도 같이 숫돌에 갈리니 아직은 손끝에 감각이 무디다.


소목을 하다 보면 성격이 나온다.

집중력이 뛰어나 기술의 습득이 빠른 사람, 성격만 급하고 덤벙대는 사람, 

욕심만 앞서 재료만 사들이는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주변에서 꼼꼼하고 디테일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니었다.

목재에 선을 하나 긋는 과정에서부터 톱질을 천천히 정확하게 넣고 끌을 조심히 다루며 

한 번 두 번 세 번 가급적 천천히 깎아나가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성급하고 화가 많다. 조급하고 빨리하려 한다.

나도 몰랐던 나의 본성을 소목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었다.

조급함과 성급함이 그대로 결과물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목의 과정엔 숨김이 없다. 솔직하다. 

그래서 소목을 배우면서 나에 대해 깨닫고 인생을 배워나가는 기분이 든다. 

많이 늦었지만 오늘도 배워간다. 소목을 나를...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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