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중국 작가 취 안숑(邱黯雄)의 수묵 산수화 애니메이션 작품은 현대사회의 반자연적 삶의 방식에 대한 우려, 그리고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1994년 사천 예술대학에서 수학 수, 1997년 독일로 건너가 카셀 미술대학에서 6년 동안 회화를 전공하였다. 서로 다른 사회적 환경의 두 문화권에서 얻은 경험은 중국 문화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이 작품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라고 일컬어지는 <산해경>을 현대의 문맥에 맞추어 독창적으로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에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의 물결과 함께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여러 심각한 문제점들을 뛰어난 통찰력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6개월에 걸쳐 6,000장의 그림으로 제작한 이 독특한 애니메이션 <신산해경>은 작가가 직접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회화작품을 촬영한 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이다.
New Book of Mountains and Sea / Qiu Anxiong
Animation / 30’05” / 4:1(3-screen video installation) / B & W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전쟁을 통해 스스로 자멸에 이르는 인간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하 깊숙이 매장된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추출하는 거북이와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기이한 동물. 끝이 보이지 않는 물자 수송관 위를 유영하는 물고기 (바다에서는 종종 어획을 위해 설치된 그물과 해저에 매설된 케이블에 고래나 상어와 같은 바다생물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곧 떨어질 폭파 명령을 기다리듯 꼬리를 하늘로 치켜든 전갈류의 곤충들. 항공모함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섬과 그 위에 전투기처럼 도열한 까마귀 떼. 대포를 탑재한 탱크처럼 일사분란히 전진하는 코끼리 무리. 무슬람식 의복으로 온몸을 가린 두 사람이 도심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약 3000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던, 911 테러 당시 테러의 도구로 사용된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비행기를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이 빌딩에 부딪힌 후 무너지면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은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사에서 가장 아프게 각인된 태평양 전쟁의 처참함 그 자체가 아닐런지.
*스틸컷 출처 http://www.qiuanxiong.net/en/works/2006/shj1/index.html
莊志維
대만 작가 촹 치웨이(莊志維)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생명체에 기계의 힘을 가하는 방식의 작업을 해왔다. <리본 트리 시리즈(Reborn Tree Series)>는 작가가 2014년 일본에서 레지던스 활동을 하던 시기에 시간의 순환, 생명의 흐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의 이케바나(꽃꽃이) 장인이 이케바나에서의 꽃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난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하여 생명이 인공적인 재탄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작품에서 식물은 작가가 설치해놓은 줄과 모터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 작가는 성경과 중국의 고대 신화에서 신이 인간을 먼지와 흙으로 창조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이 현대의 산업화 시대에는 전기와 기름이 마법과 같이 무생물체에 생명을 부여한다고 느낀다.
임동식
임동식은 1980년대 공주에서 야외 현장미술연구회 '야투(野投)'를 결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자연과 동행하는 미술을 추구하였다. 그는 10여 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친 후, 1993년에 공주 신풍 원골로 들어가 혼자 작업실을 지어 '예술과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자연과 사람, 문명과 예술의 접촉과 동화에 대해 탐구하였다. '친구가 권유한 풍경' 시리즈는 '예술과 마을' 프로젝트 이후 농민이야말로 진정한 자연 예술가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목(堂山木)과 고목 등을 자연과의 감응 속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꽃을 보고 인사를 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와 자기반성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사유로 감상자를 이끈다.
허은경
허은경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식물이 아닌 생물체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다. 동물적 형상을 가진 식물, 보태니멀(Botanimal)이라 이름 붙인 이형적 형상의 생명체를 통해 생존에의 의지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살아가려는 의지를 지닌 생명체의 에너지가 곧 아름다움일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괴함과 비정형, 낯선 생명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의 테두리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생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박진영
박진영 작가의 엄마는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8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사진작가인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느 날 작가가 병문안을 가서 엄마와 1박 2일의 외출을 했을 때, 엄마는 무엇이 보고 싶고, 누가 보고 싶고, 어디를 가고 싶다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작가는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을 내가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어서 엄마의 병실에 창문을 만들어 주자'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창'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자연을 엄마의 방으로 가져온 박진영 작가는 자연의 이미지만으로도 치유의 경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위 사진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촬영하였으며, 각 작품의 저작권은 해당 작품의 작가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