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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yton Jul 03. 2018

그들이 사랑한 도자기

2018 BAMA





권혁











전창현






노은희
















최영욱






간결한 그릇이 좋다.

우리 조상들이 가마에 구워낸 하얗고 투명한 백자를 사랑한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을 얹을 공기와 차를 우려낼 다기는 그냥 툭 떼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내 삶의 일부라고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우려하며 식단에 쌀과 밀가루를 줄이는 와중에도, '밥심'이 뭔지... 아직도 소담한 밥상을 떠올릴 때면 잘 익은 밥알이 둥글게 담긴 밥공기와 나물 반찬 몇 가지가 먼저 생각난다. 


간소한 살림살이와 작은 부엌을 지향하는 습관으로 그릇을 직접 사서 늘리지는 않지만, 이렇게 얻고 저렇게 선물 받은 그릇들이 모여 지금의 내 찬장을 만들었다. 외식보다는 내 손으로, 되도록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정갈한 그릇에 담아 맛있게 먹는 것.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이만큼 중요하고 매번 감사할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집에 와서 카메라 메모리를 열어보고는 유독 항아리만 가득한 사진들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 이렇게 그릇들 앞에 걸음을 멈췄었나 싶어서. 해마다 열리는 이천 도자기 축제를 찾아갔던 것도, 도기를 보고 있노라면 갓 지은 쌀밥처럼 나도 모르게 나긋해지는 마음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벡스코에서 좋은 그림들을 많이 만났다. 작가가 아닌 갤러리 단위로 참가하는 단체 행사라서 조용한 환경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별도의 동선이 없어 어수선한 관람 분위기로 피로가 조금 쌓이긴 했다. 그러나 일반 전시와는 달리 왁자지껄한 활력이 느껴지는 아트 마켓 본연의 분위기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미술관에서 여과되지 않은 감상을 떠들거나 유쾌하게 소리 내어 웃는 사람은 주의를 받게 되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또 종종 직접 행사장에 나온 젊은 작가나 참가 업체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빛을 자개로 표현한 노은희 작가의 그림 앞에서  꽤나 오래 서있었나 보다. 갤러리 직원인 듯한 사람이 다가와 팜플렛을 건네주며 상냥한 목소리로 작품을 설명해주었다. 일시불 결제 가능한 예술 애호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수긍의 감탄사만 연발해댔다. 내가 부유한 수집가였다면, 분명 그 자리에서 쿨하게 신용카드를 내밀며 사 왔을 텐데. 미안해요, 이름 모를 딜러님.


7회 부산화랑제
the 7th BAMA(Busan Annual Market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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