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10년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by Myriad
여행과 이별


"12월에 11일에 갈 건데, 자기는 그날 안되면 다음날 오던가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났다.

우리는 나트랑에 가기로 했다. 그녀는 우리 아이 친구 엄마이고 아이들끼리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다. 처음에는 그녀와 나 둘이서 1월에 베트남을 가기로 일본 여행에서 약속을 잡았다. 1월로 잡은 이유는 둘째가 방학이어서 그때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방학이니까. 두고 가도 아침에 학교 가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녀와 또 다른 아이 엄마, 우리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엄마들이다. 그녀까지 셋이 만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친구에게 우리의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그렇게 정하는 그녀를 보고 기분이 상했다.


두 달이 지난 시점 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12월에 비행기표를 잡을 거라고 날짜까지 정해서 나에게 통보하듯 이야기했다. 안되면 다음날 오라니 무슨 말이지? 나는 기분이 너무 상한 나머지 "저는 시간이 안돼서 못 갈 것 같아요."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처음에 나랑 둘이 얘기한 건 1월인데 갑자기 12월로 바꿔서 통보하듯이 이야기한 것도, 그 친구를 끌어들인 것도 이야기했다. 그게 너무 화가 났다고, 내가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다 이해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말하길, '우리 애들은 외동이고 자긴 둘째가 있잖아'라고 이야기했고, '소통의 문제'였네라고 답했다.

무슨 말일까. 내가 둘째를 봐달라 한 것도 아니고, 둘째를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처음에 약속할 때 1월에 가자고 한 이유를 알면서 상의도 없이 12월로 정하고, 또 상의도 없이 다른 친구를 같이 가자고 한 것에 대해 나는 너무 화가 났고 무엇보다 '소통의 문제'였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무례했다.


그녀가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면 기분은 나쁘지만 이해하고 싶었다. 그 다음날 따로 비행기를 잡아서 오란 말은 너무 기분이 나빴다. '같이 가자'도 아니고 '이 날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도 아니었으며, 이런 상황은 같이 가기 싫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이해해보려 해도 계속 화만 났고, 원망스러웠다.


그녀와 나는 같은 어린이 집 친구엄마로 우리 딸아이와 그녀의 딸아이는 제일 친한 친구였고, 우리 딸의 힘듦을 속속들이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중학교 자퇴라던가 우리 아이 자살하려고 했던 것, 그런 이야기를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들어줬고, 같이 카페도 가고 자주 미술관도 갔고, 여행은 둘이 가자고 했었는데 그녀가 우리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건 아이 문제가 아니라 그녀와 나의 문제였다. 아이를 빼고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람들을 만나서 힘들다고 매일 얘기할 수 없어서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그녀라면 나를 조금은 이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지했던 것 같다. 그때는 누구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아무라도 내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그녀였던 것 같다.


그녀와 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내 내면을 들여다본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의미 부여를 했나 그녀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 건 아닐까. 눈물이 났다. 모든 게 그냥 쓸모없이 지나가버린 것 같아서 그녀와의 10년의 시간도 다 허무하게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여행에서 온 듯했다. 보란 듯이 카톡 메인에 자기 딸이랑 베트남 사진을 매일 바꿔가며 올렸다. 그녀는 정말 배려가 없는 사람인 걸까. 혼란스러웠다. 그냥 필요에 의해 함께 한 사이였을 뿐인가. 시절인연이라는 말로 위로를 해보려 해도 지나간 나의 시간들이 아까워서 많이 속상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뭐 해? 일은 재밌어? 우리 딸 외고에 합격했어'나는 '축하해요.' 라도 답을 했고, 축하해주지 못하는 못난 나 자신이 미워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털어놓은 나의 내 딸의 많은 이야기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내 가슴에만 묵직하게 상처로 남아있다.


그녀는 정말 자랑이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팩트전달이었을까. 나는 왜 그녀의 딸의 외고 합격 소식이 이렇게도 아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마음에 질투일까. 모르겠다. 그냥 시간에 대한 배신이었을 수도 있고 믿음에 대한 배신일 수도 있고, 모든 것들의 총합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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