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원짜리 오리지널을 입어보고 느낀 진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르메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한 번쯤은 르메르 앓이 또는 르메르 맛을 경험해 봤을 거다. 르메르 매장에서 본 르메르 옷들은 디자인이 유니크하면서도 특유의 느낌이 어느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르메르 만의 컬러와 감성이 있다. 마치 르메르 컬러는 자연 속에서 얻어낸 유기농 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200만 원이 넘는 옷들, 시크하게 걸려있는 블랙 재킷이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걸려있었고, 카라 위에는 귀엽고 뽀송한 털이 달려있었다. "이거 입어봐도 돼요?"라고 물었고, 직원은 흔쾌히 꺼내서 입혀주셨다.
내가 기대했던 명품은 가볍고 부드럽고 소재 좋은 부들부들한 느낌이었다면, 르메르는 묵직하고 무겁고 핏은 귀여울지 몰라도 40대가 되니 이제는 가볍고 어깨가 편하고, 소재 좋은 옷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르메르 옷은 기대만큼 가벼운 옷, 부들부들한 솜털 같은 옷은 아니었다.
르메르는 소재 보다 핏과 디자인, 컬러에 포커스가 맞춰진 느낌이었다. 입어보고 나니 실망스러웠다. 커브드 바지도 입어봤어야 하는데 더는 입어보지 않았고, 르메르는 나의 기억 속에 불편하고 비싼 옷으로 기억되었다.
모든 SPA 브랜드에서 르메르와 콜라보를 하는데, 유튜브에서는 너도나도 르메르맛 유니클로, 르메르맛 OO, 의 옷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정작 르메르 오리지널 바지는 입어보지도 못한 채 우리는 르메르 맛만 보았다. 관심 있게 보니 유튜브에 르메르 맛 옷은 넘쳐나는데 리얼 르메르 커브 진에 대한 후기는 없었다.
왜 사람들은 르메르 맛에 열광할까.
백만 원이 넘는 선 넘는 바지를 5만 원대에 살 수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만 해도 100만 원은 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백화점 가는 이미 백만 원을 넘어섰다. 백만 원 넘는 디자인의 옷을 5만 원대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핏이 정말 똑같을까. 유니클로 커브드 진을 입어봤는데 예쁜 건지 안 예쁜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핏이 좀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에 또 다른 브랜드인 COS에서도 르메르 느낌의 옷들이 나왔는데 품절이 되었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갖고 싶었다. 왜 갖고 싶은 걸까. 포모(FOMO) 증후군: 남들이 가지는 것에 합류를 못한다는 불안감? 일까.
내가 꽂힌 건 'Sold Out'이라는 단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요즘 숏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난리난', '열광하는' 자극적인 단어들에 합류하지 못하는 소외되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스스로 소속되지 못하는 불편한 감정이 남아서 패배감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쏟아지는 광고에 나도 보태고 있지는 않은지 현혹되는 말들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지, 내 포지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취향이 어떤 건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하수처럼 한 번씩 휘둘릴 때가 있다. 후기라고 올리는 광고 아닌 광고가 "야 너도 얼른 사"하며 부축이고 있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패션블로거의 본질이 맞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안 사면 후회해. 너도 유행에 합류해!" 하지만 정작 아무도 진짜 르메르 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채 가짜 르메르 맛에 열광하는 게 맞는지, 진짜를 맛보지 않은 채로 우리는 르메르 맛만 경험해 본다. 우리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르지만, 진짜를 경험해보지 못한 취향은 여러모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