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 틈 이야기
작가 : 브리타 테켄트럽. 김하늬 옮김
출판사 : 봄봄
많은 아이들이 곤충, 동물들과 함께 빨간 싹이 솟아난 식물로 모여듭니다. 아이들이 딛고 서 있는 지면 아래 생긴 틈에서 자라난 것입니다. 이 틈은 종이를 일부 잘라내어 그림책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틈입니다.
처음에는 장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심술궂은 표정으로 소리치고 투닥거립니다. 두 친구 사이에 어둡고 작은 틈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친절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쁘고 좋은 것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두 친구 사이에 난 붉고 작은 틈에서 새로운 싹이 나고 나비가 날아듭니다. 틈 주위의 황무지 같던 땅에서도 드문드문 풀이 돋아납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쁜 말들은 친구와의 우정에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남깁니다. 어두운 틈이 조금 커졌습니다. 틈 위에는 검은 구름이 떠 있고 두 친구가 서로 등을 돌린 채 서 있습니다. 새들도 각자의 친구를 따라 서로를 외면합니다. 반면에 다정하고 따스한 배려의 말은 사랑을 퍼뜨리며 생명을 성장시킵니다. 붉은 틈에서 생겨난 싹이 조금씩 많아집니다. 드문드문 풀이 돋아나던 황무지는 푸르게 변하였고 알록달록한 풀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두 친구는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오리와 무당벌레도 함께합니다.
친구들이 한 친구만 홀로 남겨두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아이들은 모를 것입니다. 여럿이서 한 친구를 따돌리기 시작하면 결국엔 모두 혼자가 된다는 사실을. 어두운 틈이 더 커졌습니다. 검은 구름이 세상을 어둡게 만들어 나무도, 풀도 빛을 잃고 어둡습니다. 혼자 남겨진 친구 곁에 남은 오리와 고슴도치는 무리를 따라가는 동물 친구를 바라봅니다. 반면에 어떤 것이라도 나누기 시작하면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맑은 하늘에는 아담한 구름과 나비가 날고 땅에는 노랗고 빨간 꽃들이 피었습니다. 붉은 틈이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자라는 모습을 보기 위해 친구들이 모여듭니다. 하얀 꽃을 든 아이는 처음 보는 친구입니다. 땅에 내려앉은 새들도 서로 마주 보고 노래 부릅니다.
내 마음이 속상할 때는 따뜻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땐 내 생각과 다른 말이 나와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두운 틈도 점점 자랍니다. 나무도, 풀도 자라고 꽃도 한 송이 피어나지만 모두 어두운 색입니다. 친구들의 거부에 한 아이가 고개를 떨구고 침울해합니다. 오직 동물 친구 한 마리만이 아이 곁에 있습니다. 반면에 다정한 말과 행동은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줍니다. 붉은 틈은 높게 자라는 것뿐만 아니라 단단하게 굵어집니다. 친구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다정한 인사를 나눕니다. 수풀 속에서는 동물 친구들도 같이 모여 있고 붉은 틈에서 자란 붉은 잎 위에도 새들이 모여 노래 부릅니다.
서로 싸우고 나누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 겹겹이 쌓인 어두운 틈은 점점 커집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싸웁니다. 친구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아이, 친구의 물건을 빼앗으려는 아이, 무리를 지어 한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어두운 틈은 점점 견고하게 자랍니다. 이파리가 하나도 자라지 않은 나뭇가지에는 눈을 감은 부엉이와 풀을 찾아 헤매는 메뚜기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싸움에 놀란 토끼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추적추적 비까지 내립니다. 반면에 다 같이 놀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붉은 틈에서 자라던 잎들이 가지가 되고 그 가지가 자라 더욱 풍성한 잎을 틔우더니 어엿한 나무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 나무 아래 아이들이 모여 춤을 추고 공놀이를 하고 꽃을 나눕니다. 활짝 핀 민들레 사이에 동물들도 손을 맞잡았고, 아이들을 보며 개구리도 미소 짓습니다. 그러는 사이 붉은 틈에서 자란 나무에서 하얀 꽃이 풍성하게 피었습니다.
자기만 아는 아이는 혼자가 됩니다.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 시끄럽게 돌아다니고 짜증 내고 화를 냅니다. 그럴수록 어두운 틈 속 어둠은 겹겹이 쌓여갑니다. 혼자가 된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어두운 숲 속에서 모두 제각각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고슴도치 한 마리도 아이들을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붉은 틈에서 자란 나무에 황금빛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등을 친구에게 내어줍니다. 조심조심 친구의 등을 밝고 오릅니다. 낮은 곳에 열린 열매도 높은 곳에 열린 열매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땅에서는 오리와 무당벌레가 하늘에서는 새와 나비가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화가 나면 내 주위의 것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어두워졌고 달도, 별도, 나무도 모두 어둠 속에 잠식되었고 친구들마저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아이들도 그림자도 모두 어둡습니다. 화가 나서 어두운 틈을 발로 차거나 외면하거나 피하려 해 보지만 어두운 틈은 그 시작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높이 자랐습니다. 반면에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하고 따스하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별이 반짝이고 둥근달이 휘영청 밝게 뜬 밤에 붉은 틈 나무 아래에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같이 책을 읽기도 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다람쥐도 나무 아래 모여 아이들과 놀거나 나뭇가지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치 후광처럼 보름달을 배경으로 나무 꼭대기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노래합니다.
숲이 죽어갑니다. 산도, 들도, 뼈만 남은 앙상한 나무도 모두 어두운 회색입니다. 하얀 눈도 내리는 중에 회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여우와 다람쥐, 고슴도치와 오리도 회색에 잠식되어 갑니다. 다람쥐는 형태만 남은 채 눈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새 한 마리가 슬프게 노래합니다. 켜켜이 쌓인 어두운 틈에 모인 아이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습니다. 그때 붉은 생명력을 가진 나뭇잎들이 회색의 땅으로 날아듭니다. 붉은 틈 나무와 그곳에서 함께 놀던 아이들과 동물들이 어두운 틈의 아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입니다. 붉은 틈의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함께한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더불어 온전히 제 모습과 색을 가진 다람쥐, 토끼, 나비들도 어두운 틈 친구들을 바라보며 손짓합니다. 그러자 어두운 틈의 아이들 모두가 붉은 틈의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어두운 틈과 붉은 틈의 아이들이 연결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어두운 틈으로 인해 온통 회색빛이던 숲이 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갈색 토끼와 초록개구리, 꽃사슴과 고슴도치도 온전히 보이고 하늘에는 노란 새가 날아갑니다. 어두운 틈 아이들은 주저하면서도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오는 붉은 틈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점점 더 많은 붉은 틈 아이들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어두운 틈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붉은 틈 나무 위에서는 노랑새와 파랑새가 노래하고 들판에는 하얗고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붉은 틈 나무의 나뭇잎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온전히 하나가 되었습니다. 숲도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하나가 된 들판에는 꽃이 피어나고 새들은 노래합니다. 어둠의 틈 아이들은 두 팔을 벌린 채 환한 웃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에게 달려갑니다. 어두운 틈은 힘을 잃었습니다. 붉은 틈은 어느새 사라지고 생기 있는 붉은 나무로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무당벌레, 개구리와 동물들은 붉은 나뭇잎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날아가는 붉은 나뭇잎을 따라 아이들이 달려갑니다. 그곳에는 어두운 틈도 붉은 틈도 없습니다. 그 대신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또 다른 틈이 보입니다. 붉은 나뭇잎도 아이들도 그 빛이 흘러나오는 틈 안으로 들어갑니다. 함께 있으면, 함께 하면 꿈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빛의 틈을 지나자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잎이 풍성하게 자란 붉은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아이들의 우정을 먹고 자랍니다. 함께하는 아이들의 사랑과 친절을 먹고 자랍니다. 아이들이 협동하며 사랑과 우정으로 지낼수록 붉은 나무는 더욱 튼튼하고 생기 있게 자랄 것입니다. 붉은 나무를 중심으로 손에 손을 잡은 아이들이 둥글게 모여 축제를 벌입니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동물들도 아이들과 즐겁게 어울립니다. 하얗고 둥근 해가 붉은 나무와 아이들, 동물 친구들에게 밝은 빛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