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 집 이야기
작가 : 버지니아 리 버튼 / 홍연미 옮김
출판사 : 시공주니어
1993년 11월 5일에 초판이 발행되었습니다.
앙증맞은 구름이 떠 있는 하늘 아래 튼튼하게 지은 작은 집 한 채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 앞으로 난 길가에는 정갈하게 꽃을 가꾸어 놓았고 집 주변에 자라는 나무에는 다람쥐와 새가 찾아와 노닙니다. 나무를 돌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이 집을 지은 사람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살 수 있도록 절대로 집을 팔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졸린 눈으로 떠오른 태양은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집을 비추더니 커다란 하품을 하며 사라집니다. 초록 들판이 펼쳐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집 왼편으로는 졸졸졸 시냇물이 흐릅니다. 언덕 아래는 다른 집이 있는데 그곳은 소를 키우는 농장 같습니다. 목동이 소를 몰아 집으로 들어가고 강아지와 아이가 그 주위를 뛰어다닙니다. 언덕 위 작은 집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행복했습니다.
초승달에서 시작해 그믐달로 이어지는 달 달력이 걸려 있습니다. 달이 뜨지 않는 날에는 빛나는 별이 그 자리는 채웁니다. 작은 집이 자리 잡은 언덕 아래에는 돌을 쌓아 올려 만든 담이 있고 돌담과 돌담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길은 언덕과 언덕, 마을과 마을을 굽이굽이 돌며 이어집니다. 달이 뜨지 않아 별이 가득한 밤, 북두칠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밤,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 환한 빛이 가득합니다. 도시의 불빛입니다. 작은 집은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다 도시의 빛을 보고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대지가 푸르러지는 봄이 돌아왔습니다. 지난겨울 남쪽 나라로 떠났던 울새가 돌아와 봄에 깨어난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고 사과꽃이 하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작은 집 아이들은 사과나무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타고 강아지와 함께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다닙니다. 나무사이에 줄을 매달아 빨래를 널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말을 이용해 밭을 갈고 있습니다. 소와 말도 푸른 들로 향합니다. 지난겨울 태어난 새끼들도 엄마 뒤를 따라다닙니다. 시냇가에는 배를 띄우며 노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작은 집 앞에 난 길에는 마차가 다니기 시작합니다. 계절이 바뀌듯이 마을도 천천히 변해가고 있지만 작은 집은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만 같다고 느낍니다.
초록이 무성해지는 여름입니다. 잡은 집이 위치한 언덕에는 데이지꽃이 만발했습니다. 마차를 타고 출근하는 아빠를 엄마와 딸아이, 고양이가 배웅합니다. 강아지는 마차 앞에서 말을 이끕니다. 시냇물 위쪽 물웅덩이에서 아이들이 수영합니다. 봄에 갈아놓은 밭에서는 싱싱한 채소가 쑥쑥 자라납니다. 말과 소는 한가로이 푸른 풀을 뜯어먹습니다. 도로 곳곳에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작은 집은 이 모든 것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온 대지가 울긋불긋해지는 가을입니다. 하늘에는 기러기 무리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는 건초더미가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고 건초를 가득 실은 마차가 보입니다. 한여름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심히 일한 소와 말은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들판에서 풀을 먹으며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 작은 집 양옆으로 난 사과나무에는 빨간 사과가 잔뜩 열렸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높은 곳의 사과도 땁니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된 아이들은 책과 도시락을 들고 아빠가 모는 마차로 모입니다. 작은 집의 붉은 굴뚝은 넉넉한 연기를 피워 올립니다.
흰 눈이 마을을 감싸는 겨울입니다. 가로수와 사과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으로 추위를 견딥니다. 반면에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꽁꽁 얼어버린 물웅덩이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스키와 눈썰매도 씽씽 달립니다. 작은 집의 어린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어른이 된 큰 아이들은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도시로 떠납니다.
어느 날, 작은 집의 데이지 언덕에 측량사가 나타나 긴 막대를 세우고는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 곁에는 더 이상 길이 없고 공사를 위해 우회하라는 표지판이 놓여 있습니다. 측량사가 다녀간 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증기 삽차가 나타나 작은 집 앞 데이지 언덕 한쪽을 깎아내고 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대의 트럭이 싣고 온 자갈을 쏟아내면 인부들이 평평하게 폅니다. 그러면 콜타르와 모래를 실은 트럭이 나타났고 마지막으로 증기 롤러가 땅을 평평하게 고르자 도로가 만들어졌습니다. 말이 끄는 마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언덕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어느새 작은 집에서부터 도시가 있는 곳까지 직선으로 난 도로가 생겼습니다. 직선의 도로는 그 앞을 가로막는 모든 언덕을 절단해 버렸습니다. 놀란 말들은 아직 들판이 남아있는 곳으로 황급히 도망가고 작은 집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집주인은 그 광경을 지켜만 볼 뿐이었습니다.
도로가 만들어지자마자 작은 집이 바라보던 풍경은 삽시간에 바뀌었습니다. 봄이면 하얀 사과꽃을 피우던 사과나무는 한 그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냇물은 좁아졌고 그 옆으로 주유소가 생겼습니다. 도시에서 가까운 곳부터 언덕이 사라지고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빼곡하게 지어졌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언덕들에도 하나둘 집들이 들어섭니다. 도로 양옆으로 전봇대가 늘어섰으며 검은색 자동차들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검은 도로 위에서 도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갑니다. 도시가 있는 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파란 하늘을 잠식해 갑니다.
모든 언덕이 사라졌습니다. 언덕 위에 빼곡히 지어진 집들도 사라지고 대신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섰습니다. 고층 건물 1층에는 상가들이 문을 열었습니다. 도로는 더 넓어져 인도와 차도로 분리되었습니다. 넓어진 도로로 더 많은 차들이 달리고 급기야 정체도 발생하여 교통경찰이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제 언덕 마을은 사라지고 완전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인도에는 잘 차려입은 도시 사람들이 상가를 구경하며 걸어 다니고 불이 들어오는 가로등도 생겼습니다. 오직 작은 집만이 예전 언덕의 흔적을 간직한 채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습니다. 작은 집은 그 상태로 그 자리에서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도시의 밤은 고요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습니다. 고층 건물의 불빛이 모두 꺼진 어두운 밤에도 촘촘하게 세워진 가로등이 낮보다 더 밝은 빛으로 도시를 밝히고 있습니다. 작은 집은 도시에서의 삶이 생소하기는 했지만 데이지꽃이 핀 들판과 하얀 꽃이 피는 사과나무가 그리웠습니다.
도시화가 된 지 오래지 않아 직은 집 앞으로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전차는 낮에는 하루 종일 운행했고 밤에는 이른 시간에만 다녔습니다. 전차 선로를 만드느라 도로는 더 넓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바삐 움직이고 전차마다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도로는 전차와 전차를 타려는 사람들, 전차 운행을 위한 전기선, 더 늘어난 자동차들로 매우 혼잡해졌습니다. 저 멀리에는 기존 건물보다 두 세배 높은 초고층 건물도 등장했습니다.
전차가 다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차 위로 고가 전철이 생겼습니다. 도로는 더욱 혼잡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고가 전철을 타기 위해 뛰어가고 기존 도로에 고가 전철역이 생겨 자동차들은 전철 아래 도로로 우회하며 주행합니다. 초고층 건물도 이전보다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대기는 먼지와 매연으로 가득 찼고 도시가 내뿜는 검은 연기로 인해 파란 하늘이 가까스로 보일 정도입니다. 고가 전철 탓에 작은 집의 지붕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점점 낡아갔습니다. 작은 집은 언제가 봄이고 여름인지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일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땅이 흔들리고 땅속에서 굉음이 들려옵니다. 작은 집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알 수 없지만 전차, 고가 전차, 지하철 모두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전차 정류장, 고가 전철역, 지하철역도 마찬가지로 타려는 사람과 내리려는 사람들로 혼잡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기존의 고층 건물을 대신하여 빠르게 증가하고 도시가 만들어낸 검은 연기구름이 하늘을 집어삼킵니다. 작은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누구도 그곳에 작은 집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 앞으로 뛰어다니기만 합니다.
작은 집 양옆에 있던 고층 건물이 헐리고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쪽은 지하 3층에 25층 건물이고 다른 한쪽은 지하 4층에 35층짜리 건물입니다. 건축 자재와 시멘트를 실은 트럭들이 공사 중인 건물 앞 도로로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지상에서부터 건물의 각 층마다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가득합니다. 임시로 지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여러 대의 타워크레인이 지상의 물건들을 위로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 도시에서 파란 하늘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양옆으로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자 작은 집은 더 이상 낮과 밤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두 개의 건물이 태양을 가로막아 한낮에만 잠깐 빛이 들어오고 밤이 되면 상가 불빛과 가로등 때문에 별도 보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땅과 하늘, 지하에서는 밤낮으로 사람들을 태운 전차가 지나다닙니다. 어둠이 찾아왔지만, 사람들은 밤을 잊은 듯 화려한 상가 불빛 앞으로 모여듭니다. 작은 집은 슬프고 외로웠습니다. 색이 바래고 유리창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덧창은 수평이 맞지 않아 비뚤어졌습니다. 대문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판자가 X자로 붙어 있습니다. 다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작은 집의 내부는 여전히 훌륭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집은 밤마다 데이지꽃 들판과 사과나무를 그리워하며 꿈을 꾸었습니다.
구름보다 높이 솟은 건물이 들어선 도시는 사람과 자동차, 전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사람들은 땅과 하늘, 지하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처음에 두 칸이던 고가 전철은 세 칸으로 늘어나 운행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들은 더 빨리 달리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작은 집을 지은 사람의 손녀의 손녀가 남편과 그 앞을 지나가다 작은 집을 발견하고는 오래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자신의 할머니가 살았던, 데이지 꽃이 만발한 들판에 사과나무가 자라는 언덕 위의 집을 말입니다.
두 사람은 작은 집이 할머니 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사를 준비합니다. 이삿짐센터는 기중기로 작은 집을 들어 올려 바퀴 달린 판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주 잘 지은 집이라서 가능한 방법입니다. 작은 집을 실은 트럭이 천천히 도시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한동안 교통이 통제되었습니다. 지상의 전차가 멈추고 자동차들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상의 교통이 포화상태인지 하늘에는 초고층 건물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많은 인파가 신기한 듯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교통경찰과 기마경찰은 도로 양옆에서 시민들을 통제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작은 집이 도시를 떠납니다.
작은 집을 끌고 가는 트럭이 도시를 빠져나갑니다. 초고층 건물이 밀집된 지역을 지나고 고층 건물이 밀집된 지역을 지납니다. 똑같은 모양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거지를 지나자, 식물을 경작하는 시골 마을이 나타납니다. 밤새도록 밤을 밝히는 가로등 대신 푸른 잎을 틔우는 가로수가 길가에 서 있습니다. 작은 집은 그곳도 지나 좀 더 깊이 들어갑니다. 파란 풀이 돋아난 언덕에 줄지어선 나무들, 새소리도 들려오는 곳에 다다릅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들판 한가운데 있는 조그만 언덕이 보였습니다. 언덕 주변에는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입니다. 손녀의 손녀는 저기가 좋겠다고 말합니다. 작은 집도 그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부들이 언덕 꼭대기에 땅을 파고 조심스럽게 작은 집을 옮깁니다.
자리를 잡은 작은 집은 유리창과 덧창 등 고장 난 곳을 전부 고쳤습니다. 페인트 칠도 새로 하여 마치 새집처럼 변했습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자 작은 집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예전처럼 해, 달, 별도 볼 수 있고 새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낙엽이 흩날리고 눈이 내리는,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작은 집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나무에 매단 그네를 타고 사과나무를 오르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잔디를 깎으며 언덕을 가꾸고 나무 밑에 앉아 그림도 그립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뛰어다니고 하늘에선 새들이 작은 집을 환영합니다.
밤하늘에 달이 떠올랐습니다. 달 옆에는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작은 집은 더 이상 도시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았고 살고 싶어 하지도 않았습니다. 봄이 찾아온 시골의 밤은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표지를 펼칠 때와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은 집이 지어진 후부터 초고층 건물 사이에 홀로 남아있을 때까지 작은 집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환경 변화를 파노라마처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뒤표지에는 데이지꽃 한가운데 자리 잡은 태양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 책의 사용 연령은 4세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