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로지 나만
작가 : 사라 룬드베리 지음 / 김아영 옮김
출판사 : 봄볕
표지를 넘기면 벽이 노란 아파트 현관문에서 엄마와 아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엄마는 커다란 고무보트를 들었고 아이는 보트를 움직이기 위한 노 두 개를 들었습니다.
해안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이어진 나무다리에서는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고 어른들은 다리에 걸터앉아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합니다. 좀 더 어린아이들은 팔튜브를 하고 물놀이를 합니다. 엄마는 모래사장에 자리를 깔고는 아이 구명조끼와 여러 가지 장난감들을 꺼내 놓습니다. 고무보트는 나무다리 기둥에 묶어 놓았습니다. 준비를 마친 엄마는 집에서 만들어 온 커피를 마십니다.
아이는 가져온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표범과 원숭이를 꺼내며 아이는 표점이고 엄마는 원숭이라 합니다. 표범과 원숭이는 모래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빨간 통에 물을 담아 흘러 보내며 강을 만듭니다. 강에는 작은 배도 떠 다니고 강 좌우로 버스와 자동차, 숲과 마을이 자리합니다. 엄마가 아이 몸에 선크림을 바르는 중에 아이가 풀잎에 앉은 무당벌레를 발견합니다. 풀잎을 살짝 들어 올리자 무당벌레가 날아갑니다.
아이가 고무보트를 타려고 구명조끼 지퍼를 단단히 잠급니다. 아이는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무당벌레가 날아가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곳곳에 숲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고무보트는 바다로 이어진 나무다리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도움을 정중히 거절한 후 복잡하게 꼬여 있는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갑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물놀이를 하고 있지만 물에 비치는 세상은 점점 변해갑니다.
엄마가 고무보트를 잡고 있는 사이에 아이가 보트에 탑니다. 들고 온 두 개의 노를 보트에 연결합니다. 물의 깊이는 엄마 무릎 정도입니다. 먼 물가에는 오리 때가 노닐고 그 뒤로 푸른 숲이 보입니다. 비단 먼 물가뿐만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물놀이하는 곳에서도 보지 못한 풀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매듭을 푼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물속에서는 물고기가 노닐고 물 표면에는 어린 오리들이 엄마오리 뒤에서 따라갑니다. 하트 모양의 커다란 잎 사이로 커다랗고 하얀 꽃이 물 위에 피었습니다. 오리 식구들이 숲 안쪽으로 헤엄쳐 갑니다. 엄마 옆에서 배에 타고 있던 아이가 물속에 손을 담그고 노는 사이 엄마는 옆에서 아이와 물놀이를 하던 이웃과 인사합니다.
엄마는 이웃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웃 아주머니도 어린 딸과 함께 물놀이를 나왔습니다. 엄마가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배에 탄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물의 흐름을 따라, 울창한 숲 속으로 헤엄쳐 가는 오리 식구들을 따라 배와 함께 흘러갑니다.
어른 몸통보다 두꺼운 나무가 빽빽이 자라고 무성한 나뭇잎에 막혀 햇빛도 허락하는 공간만 비출 수 있는 깊은 밀림 같은 숲 속, 커다란 나뭇잎으로 만든 치마와 왕관을 쓴 세 명의 소녀가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아무것도 모른 채 점점 깊은 밀림 속으로 흘러가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물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수면 위로 뿌리를 드러낸 채 자라고 있습니다. 빽빽하게 자라는 나무 때문인지 햇빛도 잘 들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과 마주칩니다. 사슴 뒤쪽 어둠 속에서 소녀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무보트에 탄 채 아직 원형대로 유지되고 있는 나무들을 지나면 나무가 모두 잘려나가 햇빛이 잘 드는 곳이 나타납니다. 그곳엔 잘라낸 나무 밑동을 의자 삼아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인부가 있습니다. 그의 옆에는 전기톱이 놓여있습니다.
나무 숲을 지나니 물길을 따라 집을 짓고 살아가는 마을이 나옵니다. 집과 집은 나무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단정하게 지어진 집 주위로는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한쪽에선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한 여인은 꽃이 핀 화단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마을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길은 파랗고 하얗습니다. 파란 건 하늘, 하얀 건 구름입니다. 아이는 보트를 타고 마을을 돌아나가고 숲의 소녀들은 나무다리에서 장난치며 따라갑니다.
물길을 따라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을 벗어나니 거대한 강이 흐르는 도시가 나타납니다. 보트를 탄 아이는 보트, 유람선, 카누 등과 같이 강을 흘러갑니다. 도시는 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강북과 강남은 곳곳에 설치될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강 위의 교통수단보다 더 많은 자동차들이 사방팔방으로 난 도로 위를 달립니다. 도로로 구분되는 땅 위에는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 낮은 주택들이 빈틈없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푸르른 가로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고 주택가에도 파란 잔디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서 숲의 소녀들이 강을 따라 흘러가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아이가 탄 보트가 어떤 거대한 건물 옆을 지나가자 건물 안이 환해지면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조명을 받고 있는 빨간 소파에 고양이 한 마리가 둥글게 몸을 말고 자고 있습니다. 그 앞에 앞머리가 벗어지고 안경을 쓴 남자가 책상 스탠드 불빛 아리서 무언가를 적고 있습니다. 남자의 방 아래층에는 단란한 세 식구가 둥근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세 식구의 옆집에서는 첼리스트가 첼로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첼리스트의 아이는 첼로연주를 들으며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첼리스트의 방은 초록 벽에 초록 식물이 그려진 침구, 벽지로 온통 초록입니다. 첼리스트의 윗집 주방에는 숲의 소녀들이 주인 없는 주방에서 놀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살펴보고, 초록 타일 바닥에 눕기도 하고 의자를 밟고 올라 창으로 얼굴을 내밀어 강물 따라 흘러가는 아이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아이가 탄 보트는 저 멀리 파라솔 아랫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흘러갑니다.
아이가 흘러간 곳은 거대한 워터파크입니다. 빙글빙글 굽이굽이 이어진 워터 슬라이드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누워서 내려오는 사람, 엎드려서 내려오는 사람, 아이와 함께 내려오는 엄마 등 코너를 돌 때마다 몸도 휘어지며 빠르게 내려옵니다. 그 옆에는 거대 워터 슬라이드 못지않은 거대 롤러코스터가 사람들을 태우고 급강하를 하고 있습니다. 워터파크 곳곳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서는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고 숲의 소녀들도 워트파크에 설치된 모형물 안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아이를 지켜봅니다. 워터파크 수영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모두 튜브를 타고 물 위를 떠다닙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튜브가 아닌 아이의 보트와 거의 똑같은 보트를 탄 아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수영복 위에 구명조끼를 입은 것까지 아이와 같습니다.
수영장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튜브와 튜브를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절묘한 물의 흐름과 인연의 힘이 작동하여 두 사람이 탄 보트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만나고 맙니다. 다른 보트에는 아이와 같은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타고 있습니다. 아이가 타고 있는 노란 보트와 소녀가 타고 있는 노란 보트 주위로 마치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라고 하는 둣 둥글게 원을 그리며 보트와 사람들이 떠다닙니다.
서로의 손이 맞닿을 만큼 가까워지자 소녀가 팔 하나를 쭉 뻗어 작고 까만 무언가를 아이에게 건넵니다. 아이도 소녀와 마찬가지로 팔을 뻗습니다. 까만 머리의 소녀와 노란 머리의 아이는 각자의 보트에 탄 채 서로의 눈을 응시합니다.
아이의 손이 작고 까만 것을 올려둔 소녀의 손에 닿자 두 사람은 나머지 손도 포개어 서로의 두 손을 맞잡습니다. 맞잡은 두 손과 두 팔은 마치 무한을 상징하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소녀는 금세 친해졌습니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환하게 웃고 빙글빙글 돌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맞잡은 두 손 중 한 손이 풀려버립니다. 곧이어 나머지 한 손도 떨어지고 맙니다.
두 사람은 최대한 팔을 길게 뻗어 서로의 손을 잡아보려 하지만 점점 멀어져 갈 뿐이었습니다. 아이가 탄 보트는 여러 곳을 지나치며 이곳까지 흘러왔듯 또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소녀가 건네준 작고 까만 것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구명조끼에 달린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간직합니다.
저 멀리에 파라솔과 사람들 그리고 노란 보트를 끌고 가는 소녀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아이가 이번에 흘러온 곳은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깊고 어두운 밀림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숲의 소녀들이 아이를 지켜봅니다.
아이가 탄 보트가 점점 빠르게 흘러가더니 급기야 보트에 탄 아이의 몸이 되로 젖혀지도록 속도가 올라갑니다.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아이를 기다리는 것은 아래를 향해 직각으로 내리꽂는 폭포입니다. 폭포 아래에는 하얀 물보라가 거칠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주위로 이름 모를 낯선 식물들이 가득한 밀림 속에서 점박이 표범이 어슬렁거리고 폭포 쪽으로 뻗어 자라는 나뭇가지에는 원숭이가 표범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표범이 출현한 것에 놀랐는지 화려한 깃털을 가진 앵무새 한 마리가 폭포 건너편으로 날아갑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줄기가 땅으로 내리 꽂힙니다. 내리 꽂힌 물줄기는 다시 솟아오르며 뒤따라 땅으로 내리 꽂히는 물줄기와 격렬하게 충돌합니다. 이 과정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끝없이 반복됩니다. 거센 물보라가 일고 어떤 곳에서는 소용돌이가 치기도 합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그 혼동 속에서 노란색의 노 한 짝이 공중을 향해 날아가고 주황 보트와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가 서로 헤어져 각각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폭포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고요한 물살이 흐르는 밀림의 강 하류에서 숲의 소녀들이 강물에 흘러가던 아이를 향해 기다란 나뭇가지를 건넵니다. 아이가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버티자 숲의 소녀 두 명이 힘을 합쳐 아이를 끌어올립니다. 다른 한 숲의 소녀 역시 나뭇가지를 이용해 흘러가는 보트를 건져내고 있습니다. 한 쌍의 노란색 노는 이미 건져 놓은 상태입니다. 그 모습을 관찰이라도 하는 듯 앵무새 한 마리가 주위를 날아다니고 표범 한 마리가 숲의 소녀들에게로 어슬렁거리며 다가갑니다.
밀림에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저 안쪽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옵니다. 숲의 소녀들과 아이가 모닥불 앞에 앉아 몸의 추스르고 있습니다. 아이는 화사한 꽃무늬 담요를 덮은 채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그 곁에서 표범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표범 옆에는 아이의 보트가 있습니다. 앵무새와 새끼를 등에 매단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숲의 소녀들과 함께합니다.
날이 밝자 숲의 소녀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보트를 챙겨서 노를 끼우고 물에 띄웁니다. 보트에 아이를 태워 천천히 강으로 내보냅니다. 숲의 소녀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아이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봅니다. 전날 폭포에 휩싸였던 아이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흘러가는 보트에서 잠이 듭니다. 그러는 사이 강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던 보트 앞으로 커다란 잎이 물 위에 떠 있고 그 사이사이 하얀 꽃이 피어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보트가 파란 잎과 하얀 꽃에 둘러싸일 즈음 아이가 잠애서 깨어납니다. 아이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는 서둘러 노를 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몸을 돌려 한 곳을 응시합니다. 그곳에는 어깨 튜브를 한 여자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있고 그 앞에 여자아이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만난 기쁨에 폴짝 안깁니다. 그리고 그동안 경험했던 모험담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왔다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형식적인 대답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 여정 중에 만난 낯선 소녀에게서 받은 씨앗을 주머니에서 꺼내 엄마에게 귀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보여줍니다. 엄마는 아이의 말보다는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 더 걱정입니다.
장대 같은 굵은 비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한 쌍의 노를 들었고 엄머는 등에 배낭을 멘 채 한 손으로 커다란 보트를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가 그쳤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벽이 노란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갑니다. 비에 흠뻑 잦은 탓인지 물에 젖은 발자국이 현관 앞으로 앙증맞게 찍혀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곧바로 베란다 빈 화분에 흙을 담고 낯선 소녀에게서 받은 씨앗을 심고는 물을 줍니다. 내일이면 싹이 나올까 기대하며 잠을 청합니다.
침대 위에서 아이가 곤히 자고 있습니다. 아이 방의 벽지에는 마치 밀림 속 같은 낯선 이국의 꽃과 풀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씨앗을 심어 놓은 베란다 화분 주의로 숲의 소녀들이 화분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맨 뒷장에는 낯선 이국의 꽃과 풀들이 그려진 아이 방의 벽지 속에서 놀고 있는 숲의 소녀들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