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를 봐요!
작가 : 정진호
출판사 : 현암주니어
이 책의 사용연령은 4세 이상입니다.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차 안에는 여행을 떠나는 수지네 가족이 타고 있습니다. 큰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자동차 사고입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승용차에서 떨어져 나간 바퀴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구급대가 급히 달려와 다친 가족을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그 사고로 승용차는 바퀴를 잃었고 승용차에 타고 있던 수지는 다리를 잃었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 길 위에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머리와 어깨가 보입니다. 인도의 오른쪽에는 무언인지 알 수 없는 굵은 기둥과 가는 선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 길 위에 사람들과 산책나온 강아지가 지나갑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아지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 뒤로 뻗은 팔과 다리가 보이고 강아지의 등과 검은 코만 보입니다. 그리고 굵은 기둥과 가는 선들, 발 두 개가 나타납니다. 두 발은 휠체어에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더 안쪽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수지야, 밥 먹어야지.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 길 위에 사람들과 산책나온 강아지가 지나갑니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아지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산책을 나온 주인과 강아지 뒤로 걸어가는 사람의 팔다리와 머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굵은 기둥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지의 머리와 삐죽이 나온 코끝이 보입니다. 굵은 기둥과 가는 선들은 베란다 안전가드였고 수지는 층수가 높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지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봅니다. 수지에게 보이는 건 사람들의 얼굴이 아닌 검은 동그라미 같은 머리 뿐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개미 같아.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로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가방을 맨 학생, 자전거를 타는 사람,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서류가방을 든 회사원, 머리 숱이 많이 없는 사람, 풍선을 든 엄마와 아이 등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지만 전부 까만 머리만 보입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강아지 리드줄을 놓친 아이가 줄을 잡기 위해 달려가고 자유로워진 강아지는 가로수에 영역표시를 합니다. 바닥에 사방치기 판을 그려놓고 노는 아이들. 한 아이는 연을 날리기도 하고 가로수와 가로수를 줄로 연결해 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고 가로수 밑둥에도 물이 고여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거리에는 긴 우산 행렬이 생겨납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그저 묵묵히 거리를 내려다볼 뿐입니다. 수지가 내려다보는 거리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평소보다 많은 머리가 보입니다. 오랫동안 그 모습을 보다보니 어떤 흐름이 생기는 것만 같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치 강물처럼 거대한 검은 물줄기가 되었고 그 위를 검은 무언가가 떠다닙니다. 수지는 마음 속으로 외칩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더욱 간절하게 외칩니다.
위를 봐요!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오늘도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거리에 한 아이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수지에게 보이는 건 아이의 머리가 아닌 얼굴입니다. 아이는 위를 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지를 거리에 서서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이는 수지에게 묻습니다. 왜 내려다보는지, 내려다보면 무엇이 보이는지, 아래로 내려올 수는 없는 건지. 수지는 세상이 궁금해서, 머리만 보이지만 사람들이 궁금해서, 다리가 아파서 내려갈 수 없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아이는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한 아이가 양 팔을 넓게 벌리고 누워있습니다. 수지는 거리에 누워있는 아이를 내려다봅니다. 검은 점같은 사람의 머리가 아닌 눈, 코, 입이 선명하게 보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한 아이가 양 팔을 넓게 벌리고 누워있습니다. 거리를 걷던 여인이 누워있는 아이에게 누워있는 이유를 묻자 아이가 누워있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수지는 평소처럼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그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한 아이가 양 팔을 넓게 벌리고 누워있습니다. 누워있는 아이 옆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던 여인이 누워 있습니다. 조그 전 아이에게 누워있는 이유를 묻던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거리에 누워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수지는 평소처럼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민 채 두 사람의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두 사람이나 거리에 누워있자 거리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위를 보고 누워 있습니다. 아이, 장을 보고 온 여인, 구두를 신은 회사원, 가슴에 하트 모양이 새겨진 커플 티셔츠를 입은 연인은 누워서 서로의 팔을 이어 하트 모양을 만듭니다. 그 옆으로 머리만 보이는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지는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에 나와 바깥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누워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누운 청년, 산책을 나온 강아지와 함께 누운 학생, 앞머리가 많이 사라진 어르신, 아주 어린 꼬마까지 모두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모두 위를 봐요!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누워 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끌고 베란다로 나와있던 수지도 파란 하늘이 보이는 위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인도 바닥에는 네모난 자갈이 촘촘하게 깔려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로수가 심어져 있습니다. 봄이 왔나 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자전거에 오색 풍선을 매달아 달리고, 연을 날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천천히 걷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연인, 장을 보는 주부. 모두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 모습을 언제나 내려다보던 수지의 머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대신 작운 화분 하나가 놓여있고 화분 안에서 푸른 새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가로수에는 분홍 벚꽃이 풍성하게 피어있습니다. 그 아래 소녀와 소년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소녀의 옆에는 휠체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