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37) - 나를 봐

by 숨CHIP

제목 : 나를 봐

작가 : 최민지

출판사 : 창비




표지를 넘기면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춤을 추는 사람, 임산부,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 지팡이를 든 신사, 우산을 쓴 사람,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연인, 모이를 먹는 새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 등등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초록 옷을 입고 책은 안은 채 길을 가는 여자 아이와 붉은 옷을 입고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여자 아이가 보입니다.


다음 장에는 첫 장의 장면을 확대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첫 장과 약간 다릅니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던 여인은 키스를 하려 하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여인은 그만 줄을 놓쳐버립니다. 초록 옷을 입은 여자 아이와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는 서로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야기가 마칠 즈음에는 친구가 될 것입니다. 선책을 나온 반려견들도 친해지고 그 주인들도 인사를 나눕니다. 빵모자를 쓴 사람은 새와 인사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높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는 공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사람, 꽃을 든 사람들,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사람들과 새, 산책을 하는 사람, 손을 맞잡은 연인,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 춤을 추는 토끼, 춤을 추는 사람. 초록 옷은 입은 여자 아이가 공원을 지나가던 중 저 멀리서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여자 아이를 봅니다. 그 아이는 책가방도 내려놓은 채 두 팔을 하늘 위로 휘적이며 점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붉은 옷은 입은 여자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를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춤을 추는 것 같은 토끼 역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기 새를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널따란 초록 잔디밭이 펼쳐 저 있습니다. 베짱이는 풀잎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개미,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먹을 것을 나르는 개미, 어떤 개미는 베짱이에게 풀을 바치기도 합니다. 노란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곳에 아까 본 여자 아이가 풀밭에 엎드려 있습니다. 초록 옷의 여자 아이는 붉은 옷의 여가 아이가 힘들어서 쓰러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붉은 옷은 입은 여자 아이는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중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새도 안심하듯 아이를 스쳐 날아갑니다.


사람 머리에 숨어 있는 문어와 다람쥐가 서로 인사합니다. 마법사 모자를 쓴 여인, 서로의 머리를 기댄 채 하늘을 보는 사람들, 꽃무늬 옷을 입은 할머니, 곱슬머리 위로 모자를 뒤로 쓴 채 심술궂은 표정을 한 사내, 한쪽은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를 들으며 웃는 사람, 마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 우울한 표정의 사내, 앞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무리 속에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서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서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붉은 옷은 입은 여자 아이는 살짝 웃고 있습니다.

초록 옷을 입은 여자 아이는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를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를 모델로 세워 그림을 그려줍니다. 그림 제목은 ‘내 친구’입니다.


모델로 서 있던 붉은 옷의 여자 아이가 왼쪽 머리칼을 들어 올리자 눈 옆 점이 보입니다. 머리키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친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초록 여자 아이는 친구의 모르던 점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두 아이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둘이서 손은 잡고 동물원에 놀러 갑니다. 동물원 이름은 행복 동물원입니다. 광대들이 입구에 가랜드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에는 엄마와 아기 캥거루, 악어, 새, 코끼리가 있습니다. 풍선 장수, 키가 큰 거인, 곰인형 탈을 쓴 사람 사이로 사진을 찍거나 데이트를 즐기고 아기와 함께 동물을 구경하는 엄마도 보입니다.


두 아이가 코끼리 우리 앞에서 놀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코끼리 우리가 너무 좁아 코끼리의 긴 코가 90도로 꺾여 있습니다. 코끼리는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아이가 뒷짐을 진 채 땅만 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수업시간에 지각하여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를 구하다가 늦었다는 말을 선생님은 믿지 않습니다. 친구가 된 초록 옷을 입은 아이가 곁에 서 있고 교실 창으로 아이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공부하는 아이가 있고 잠을 자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급 교훈이 솔직하자인데 아이들의 솔직함을 어른이 된 선생님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떠든 사람에 작가 이름이 적혀 있고 운동장 쪽 창가에 새 한 마리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아이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공원에서 구해주었던 고양이의 주인입니다. 고양이를 안고 온 여인은 붉은 옷을 입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이는 사랑스런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초록 아이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봅니다. 학급 친구들도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데 단 한 사람만 울상입니다. 바로 아이를 혼냈던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합니다.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잠을 자는 아이, 교과서를 꺼내 놓은 모범생, 짝꿍과 수다를 떠는 아이들 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초록 옷을 입은 여자 아이는 괜한 걱정이 듭니다.

친구의 결석에 걱정이 된 아이는 친구의 집을 찾아갑니다.

노란 새가 날아가는 아파트에는 각 층마다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창가로 부는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사람, 창가에 머리를 대고 잠을 자는 사람, 식물을 키우며 차를 마시는 사람, 창가에 모자를 진열하다가 모자 하나가 바람에 창밖으로 날아갑니다. 그 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창가에 걸친 팔에 턱을 괸 채 밖을 보고 있습니다.


열려 있는 아이의 문 밖에서는 어른들이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릇이 깨지고 걸어 놓은 가족사진도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침대 모서리에 간신히 걸쳐 있는 인형 하나가 마치 아이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아슬아슬합니다.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아이는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눈을 감으면 전혀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어두운 것 같은데 완전히 어둡지는 않고, 색이 있는 것 같은데 없는 것 같기도 한. 혼란스러운 시간이 흘러가는 중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를 봐!


아이는 용기를 내어 한쪽 눈을 조심스럽게 떠 봅니다.


아이의 눈에 아주 가까이서 자신을 지켜봐 주던 친구가 보입니다. 저 아래에서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친구가 외치고 있습니다.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너를 보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파트로 날아든 노란 새도 붉은 옷을 입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표정입니다.


아파트에는 각 층마다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4층에서 떨어진 모자를 1층에 사는 여인이 잡습니다. 차를 마시는 줄 알았던 여인은 화분에 물을 줍니다. 창가에 머리를 말리던 여인에게 남자친구가 찾아왔습니다. 닫혀있던 커튼을 여는 사람, 창가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뒤로하고 두 소녀가 손을 잡고 뛰어갑니다. 초록 웃을 입은 아이가 붉은 옷을 입은 아이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달려갑니다. 뒤에서 달려가는 붉은 옷을 입은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두 아이는 푸른 잔디가 자라는 마을 공원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고 있습니다. 마을 공원에는 참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기린, 타조, 여우, 곰, 악어, 오리, 양, 하마, 토끼가 있고 피부색과 머리 모양, 성별, 신체 조건, 사랑과 이별, 예술, 부모와 아이 등 모두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노란 새가 보고 있습니다.


초록 옷을 입은 여가 아이의 두 눈동자 속에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자 아이의 두 눈동자 속에 초록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약속합니다. 우리 내일도 보자.


마지막 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둘이서 또는 여럿이, 혹은 혼자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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