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40) - 친구의 전설

by 숨CHIP

제목 : 친구의 전설

작가 : 이지은

출판사 : 웅진주니어




표지를 넘기면 장난꾸러기 호랑이가 들에 핀 민들레를 앞에 두고 장난을 치디가 지나가던 오리에게 혼이 납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검은 머리 할머니가 민들레를 캐고 있습니다. 봄에 나는 어린 민들레잎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거든요. 그러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나 들려줍니다.


옛날, 옛날에 성격 고약한 호랑이가 살았어.


숲 속 공터에 동물들이 모여 놀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앞발을 하늘 위로 번쩍 들며 동물들에게 외칩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통나무 위의 다람쥐, 새끼들을 거느린 어미 오리, 생선을 머리에 인 수달, 풀숲의 새 가족, 고양이와 멧돼지 가족, 토끼, 너구리, 고슴도치 가족은 호랑이가 외치자, 재 또 저런다는 표정으로 무시하며 뿔뿔이 흩어집니다. 아무도 호랑이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호랑이는 다른 동물들을 찾아다닙니다. 잣을 먹고 있는 청설모 앞에 서서 잣에 관심을 보이고, 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부엉이도 찾아가 장난을 쳐 보지만 아무도 호랑이를 반겨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썽만 피운다며 동물들에게 혼만 납니다.

연못 위에는 어미 오리 뒤로 새끼 오리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풀 숲에 숨어 지켜보고 있습니다. 잠시 후, 몸을 둥글게 만 호랑이가 하늘로 펄쩍 뛰어오릅니다. 그러더니 오리 가족 한가운데로 다이빙을 합니다. 엄마와 아기 오리들이 호랑이가 뛰어든 충격에 모두 물 위에서 자빠져 버립니다. 잔뜩 화가 난 오리가족은 씩씩대며 연못가를 떠납니다. 또다시 호랑이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혼자서 연못 위를 둥둥 떠 다니며 생각합니다.

심심해

모두가 잠이 들 만큼 깊은 밤, 동물들이 살고 있는 울창한 숲으로 별똥별 하나가 노란 궤적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자리에 우연처럼 호랑이가 자고 있었습니다. 별똥별을 맞았는지 호랑이 엉덩이가 따끔합니다. 잠을 자고 있던 호랑이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눈도 뜨지 않고 따끔했던 엉덩이만 긁적이다가 다시 잠에 빠집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초록과 노랑색을 가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호랑이에게 일어나라고 외칩니다. 잠이 덜 깬 호랑이가 눈도 뜨지 못한 채 누가 시끄럽게 구냐며 소리가 나는 곳을 확인합니다.

호랑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집니다. 호랑이 꼬리 끝에 꽃이 붙어 있습니다. 꼬리 꽃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호랑이를 누렁이라 부르며 여기가 어디인지 묻습니다. 호랑이는 꼬리 꽃이 왜 여기 붙어있지?라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꼬리 꽃을 떼어내려 쭈욱 뽑아봅니다. 그러나 호랑이 꼬리에 철석같이 붙어 있는 꽃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랑이가 꼬리 꽃에게 묻습니다.


너, 뭐냐?


화가 난 호랑이는 일어서서 당겨보고, 누워서도 있는 힘껏 당겨보지만 꼬리 꽃은 뽑아지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자세를 잡고 엎으려 최고 속도로 꼬리를 빙빙 돌리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빠른 회전 탓에 꼬리 꽃의 영혼은 우주로 날아가 버리지만 역시나 여전히 꼬리에 붙어 있습니다. 온갖 방법에도 꼬리 꽃을 떨어뜨릴 수 없자 호랑이와 꼬리 꽃 모두 지쳐버립니다.

어지럽다며 불평대는 꼬리 꽃에게 호랑이는 당장 꼬리에서 떨어지라며 호통으로 응대합니다. 꼬리 꽃은 그제야 자신이 자라는 곳이 호랑이 꼬리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누렁이가 자신에게 붙었다는 꼬리 꽃과 꼬리 꽃이 자신의 꼬리에 붙었다는 호랑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공통된 의견이 나타납니다.


(서로를 째려보며) 내가 너 꼭 떼어버린다.


꼬리 꽃을 매단 호랑이가 어디론가 향합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꽃으로 벌과 무당벌레가 모여들자 꼬리 꽃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호랑이가 향하는 곳은 숲 속 동물들이 모여있는 공터입니다. 멀리에서 공터로 다가오는 호랑이가 보이자 너구리, 고양이, 사슴, 곰, 여우, 토끼, 멧돼지가 뿔뿔이 흩어집니다.


재 또 온다. 얼른 피해라.


호랑이는 평소처럼 공터 한가운데에 서서 앞 발을 하늘로 높이 쳐들고 외칩니다. 맛있는 거 주면, 바로 그때,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꼬리 꽃이 외칩니다. 고맙겠다. 호랑이와 꼬리 꽃의 말을 이어봅니다.

맛있는 거 주면 고맙겠다.


꼬리 꽃의 끼어들기로 당황하는 호랑이 주위로 동물들이 모여듭니다. 멧돼지, 두더지, 너구리, 오리, 곰, 참새, 청설모, 다람쥐, 부엉이, 사슴, 여우, 오리, 토끼, 고슴도치 등등의 동물이 호랑이 꼬리에 꼬리 꽃이 달여 있는 것을 신기해합니다. 꼬리 꽃이다. 꼬리에 꽃이 있어, 노래, 꽉. 모여든 동물들을 향해 꼬리 꽃이 두 잎을 활짝 벌려 인사합니다.


꼬리 꽃은 모여든 동물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인사하고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고약하게 생긴 호랑이가 나한테 붙어버렸지 뭐야. 내용을 들은 동물들은 꼬리 꽃에게 연민을 표합니다. 하필 호랑이 꼬리라니, 너무 안 됐다, 가여워라, 힘내.


동물들의 위로에 감사해하고, 꼬리 꽃의 입맛대로 설명하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성질을 내자 호랑이마저도 꼬리 꽃 식으로 해석합니다. 저렇게 반응해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닐지도 몰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꼬리 꽃입니다. 그 소리에 마음이 꼬인 호랑이가 제멋대로 말하지 말라고 소리치자 꼬리 꽃도 지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다.

도와주세요!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숲에서 살아가던 암탉이 품고 있던 알이 어디론가 굴러가 버린 것입니다. 모든 동물들이 알이 굴러간 쪽으로 우르르 달려갑니다. 꼬리 꽃도 가고 싶었지만 호랑이는 나무 기둥에 배를 기댄 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꿈쩍도 않는 호랑이를 움직이려고 꼬리 꽃이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놀리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우기도 하고, 핀잔도 주면서 잔소리가 끝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흔들리는 꼬리 위에서 하다 보니 호랑이는 더 정신이 없어 결국 다른 동물들처럼 알이 굴러간 쪽으로 향합니다.

절벽 아래로 굴러간 알은 다행히도 낭떠러지 튀어나온 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절벽 아래여서 어느 동물도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꼬리 꽃이 절벽 아래로 내려가자며 호랑이에게 외칩니다. 높은 곳이 무서운 호랑이는 거절합니다. 그러자 꼬리 꽃은 절벽 아래로 자신의 몸을 던집니다. 꼬리 꽃과 한 몸이 된 호랑이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절벽으로 자시의 몸이 향하자 기겁을 한 호랑이는 네 발톱을 곧게 세워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뒷발이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앞발마저 떨어지면 호랑이는 절벽 아래로 추락합니다. 땅바닥에는 호랑이의 발톱자욱이 선명하고 길게 나 있습니다. 앞발마저 떨어지려는 찰나 행운인지 다행인지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호랑이가 앞발로 간신히 절벽에 매달린 사이 제일 깊은 곳까지 내려간 꼬리 꽃은 알 밖으로 두 발만 나온 채 버둥대는 암탉의 알을 두 잎으로 감싸는 데 성공합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동물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꼬리 꽃이 절벽에서 구해 낸 알을 건네자 암탉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는 두 날개로 알을 소중히 감싸며 둥지로 돌아갑니다. 호랑이는 꼬리 꽃의 돌발 행동에 화를 내며 소리칩니다. 죽을 뻔했어! 하지만 쿨한 꼬리 꽃의 대답, 안 죽었음 됐어.

그런데 암탉의 품에 안겨있던 알이 알 속에서 앞도 보이지 않지만 두 발로 다가와 호랑이 앞에 섰습니다. 그러고는 알을 숙여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호랑이 형, 고마워요.


형? 알의 감사 인사에 호랑이는 머쓱해집니다. 그러고는 호랑이도 꼬리 꽃처럼 쿨하게 대답합니다. 됐어.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 그 사이 꼬리 꽃은 동물들에게 인사하고 호랑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숲 속으로 돌아갑니다.


숲 속에서 둘만 남게 되자 꼬리 꽃이 호랑이를 칭찬합니다. 예전이었으면 그 소리에 바로 호통을 쳤겠지만 이번에는 담담하게 대답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 나무와 풀이 어우러지고 꽃과 열매로 장식된 숲을 걷는 호랑이와 꼬리 꽃은 마치 가족이 나들이를 나온 것 같은 모습입니다.


산 중턱 벌판에서 호랑이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물론 꼬리에서 자라는 꼬리 꽃도요. 목이 말랐거나 더웠거나 둘 다 노곤한 얼굴로 일어나서는 산속 냇가로 내려가 바위에서 다시 잠을 청합니다. 그때 건너편 냇가에서 나를 보라며 어린 토끼가 나뭇잎을 흔들며 호랑이에게 말을 겁니다. 무슨 일인가 보니 냇가 건너편에 어린 동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토끼, 멧돼지, 고슴도치, 너구리. 냇가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사라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겁니다. 호랑이는 관심 없다는 듯 내일 건너가라라고 하지만 꼬리 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잠시 후 어린 동물들이 냇가를 건너고 있습니다. 호랑이 꼬리를 다리 삼아서 말입니다. 어쩐 일인지 호랑이는 꼬리를 내어주어 건너편까지 늘어뜨리고 꼬리 꽃이 교통 통제를 하며 어린 동물들을 한 마리씩 안전하게 반대편으로 안내합니다. 어린 동물들이 모두 냇가를 건너고 고맙다며 인사합니다. 그런데 호랑이는 동물들이 사라진 냇가를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슬그머니 어딘가로 향합니다. 어디 가냐는 꼬리 꽃의 질문에도 답을 안 하고 한참을 가더니 호랑이 몸뚱이만 한 나무 기둥을 가져와 냇가에 새 다리를 만들어 놓습니다.

다리를 놓으려고 물속에서 작업을 한 탓인지 물에 빠진 호랑이와 꼬리 꽃이 되었습니다. 다리를 놓고 그 위에서 쉬는데도 호랑이 발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열심히 일을 한 탓인 지 다시 낮잠을 즐기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호랑이의 코끝을 파고듭니다. 호랑이는 냄새의 진원지로 짐작되는 곳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풀을 제치고 슬그머니 냄새의 정체를 확인합니다.


수풀을 헤치자 저 멀리서 숲 속 동물들이 모여있고 동물들에 가려 정체가 무언지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앞에서 고소하고 달달구리한 냄새가 나는 것이 확실합니다. 호랑이는 분노한 나머지 앞발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잡고 있던 나무 기둥에 발톱자욱이 선명하게 찍힙니다. 꼬리에서 자라는 꼬리 꽃을 째려보며 으르렁거립니다. 나만 빼고 맛있는 거 먹고 있다구. 꼬리 꽃은 호랑이를 진정시키려 해 보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호랑이가 앞발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크게 소리칩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크-앙~.

그 소리에 모여 있던 동물들이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뒤를 돌아봅니다.

호랑이와 꼬리 꽃 주위로 숲 속 동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호랑이 어깨로 올라간 다람쥐와 청설모는 달콤한 포도알을 호랑이 앞발톱에 끼워줍니다. 호랑이 머리 위에는 아기 오리가 꼬리 꽃에게 나무 열매를 건넵니다. 호랑이 다리 사이에는 절벽에서 구해준 알이 기대어 있고 무릎 위에도 아기 오리가 놀고 있습니다. 호랑이 다리 주위로 오리와 토끼가 모여들어 다리를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털이 부드럽네요 하며 친근함을 표합니다. 그런 호랑이 앞에 만찬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로 고소하고 달달구리한 냄새의 정체입니다. 생선, 과일, 야채, 옥수수, 나무열매 등 숲에서 나는 맛난 음식들이 공터를 채울 만큼 모여져 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이 호랑이를 위해 마련한 음식들입니다. 준비가 다 되면 호랑이를 부르려 할 계획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은 호랑이는 어리둥절해합니다. 호랑이와는 다르게 꼬리 꽃은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숲 속 만찬이 끝나고 호랑이가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까지도 어린 동물들이 뒤따라가며 마중을 해 줍니다. 저녁 해가 지면서 붉은 노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호랑이와 꼬리 꽃은 바위에 걸터앉아 사라지는 노을을 바라봅니다. 서서히 숲에 어둠이 내려오자 낮에는 보이지 않던 반딧불이가 나타나 숲을 밝힙니다. 호랑이와 꼬리 꽃은 노을을 바라보던 바위에 누워 한밤의 향연을 즐깁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꼬리 꽃의 노란 잎을 비집고 솜같이 새하얀 털이 생겨납니다. 그와 동시에 호랑이 몸에도 하얀 털이 뽁! 하고 생겨납니다. 한 번 생겨나기 시작한 하얀 털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꼬리 꽃의 노란 꽃잎이 전부 하얗게 변했고 호랑이의 털도 모두 하얗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새하얀 털을 가진 꼬리 꽃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주름이 생겼습니다.


호랑이와 꼬리 꽃은 하얀 호랑이와 하얀 꼬리 꽃으로 변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호랑이는 꼬리 꽃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며 놀립니다. 호랑이와 꼬리 꽃 주위로는 모두 빠져버린 털과 꽃잎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당황스러울 만도 하지만 호랑이와 꼬리 꽃은 하얗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만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자신의 모습이 꽤 멋지다며 자기만족을 해 버립니다. 털이 변한 탓인지 기분 탓인지 둘의 기분이 좋아져 더 신나게 놀기 시작합니다. 깊은 산속을 오르내리고, 다리를 건너고, 물놀이고 하고, 그네도 타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아버립니다.


절벽에 올라선 호랑이가 저 멀리에 있는 높은 산을 바라보며 오늘은 저 산을 정복하자며 꼬리 꽃에게 말합니다. 호랑이 머리 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꼬리 꽃의 두 잎이 축 늘어져 보입니다. 그러더니 꼬리 꽃이 잠에 빠집니다. 갑자기 꼬리 꽃이 덜덜 떨기 시작합니다. 두 잎으로 온몸을 꽁꽁 감싸도 추위가 가시지 않습니다. 호랑이는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아 꼬리 꽃을 감싸 안습니다. 그제야 꼬리 꽃의 떨림이 멈춥니다. 그러는 사이 꼬리 꽃의 하얀 털 몇 개가 땅으로 떨어집니다. 오늘은 밤 산책을 하자는 꼬리 꽃의 제안에 호랑이도 동의합니다.


둥근달이 휘영청 밝게 뜬 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달빛을 맞으며 호랑이와 꼬리 꽃이 밤 산책을 즐깁니다. 바로 그때, 호랑이의 두 눈에 조각난 하늘이 보이며 몸이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인간이 설치해 놓은 그물 덫에 걸린 것입니다.


호랑이 살려. 꼬리 꽃 살려.


간절하게 외쳐보지만 깊은 밤이 스며든 숲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답 없는 나무와 풀들만이 그저 둘의 외침을 듣고 있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구해주러 오지 않자 호랑이는 외로움에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러나 호랑에게는 꼬리 꽃이 항상 곁에 있습니다. 슬퍼하는 호랑이를 다독이며 희망을 잃지 말자고 말합니다.

호랑이를 달래주려 꼬리 꽃이 놀이를 제안합니다. 놀자는 말에 호랑이의 기분이 금세 좋아집니다. 서로의 얼굴에 바람을 불어 눈을 감는 쪽이 지는 놀이입니다. 꼬리 꽃이 먼저 시작합니다. 입안 가득 바람을 집어넣고는 호랑이를 향해 있는 힘껏 바람을 날립니다. 두 눈을 부릅뜬 호랑이에게 꼬리 꽃의 바람은 아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꼬리 꽃의 공격에 꿈쩍도 안 한 호랑이는 신이 났습니다.


이번엔 호랑이 차례입니다. 최대한 많은 바람을 입안으로 모으고 있는데 꼬리 꽃이 호랑이에게 말합니다.

호랑아, 우리 이제 친구지?


생뚱맞은 꼬리 꽃의 질문에 호랑이는 별생각 없이 우린 친구라고 대답합니다. 그러고는 꼬리 꽃의 말은 금세 잊어버리고 강한 바람을 불 생각이 신이 납니다.


호랑이는 다시 한번 입안 가득 바람을 모읍니다. 꼬리 꽃을 정조준한 다음 강한 바람을 꼬리 꽃에게 날립니다. 그러자 꼬리 꽃에 붙어 있던 새하얀 털이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마치 눈처럼, 마치 별처럼.


전하지 못한 꼬리 꽃의 마지막 말이 들려옵니다.

잘했어, 호랑이, 내 친구.

어두운 숲에 꼬리 꽃의 하얀 털이 퍼지는 모습을 부엉이가 발견합니다. 곧장 숲의 동물들에게 날아가 이 사실을 전하자 숲의 모든 동물들이 부엉이가 말한 장소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숲 속 동물들은 힘을 합치기 시작합니다. 곰 등에 사슴이 오르고, 사슴 등에 멧돼지, 그 위에 너구리가 올라가고 부엉이는 밧줄을 잡아당겨 그물에 매달린 호랑이를 구해냅니다. 다시 땅에 내려온 호랑이와 숲 속 동물들은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모여 앉아 밤하늘로 퍼져 날아가는 꼬리 꽃의 새하얀 몸짓을 한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들을 수 없겠지만 모두의 마음을 모아 꼬리 꽃에게 전합니다.


우리 이제 모두 친구지?


들판 한가득 민들레게 피어 있습니다. 노란 꽃의 민들레도 있고 새하얀 털로 변한 민들레도 있습니다. 땅에는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 있고 하늘에는 마치 눈처럼 새하얀 털이 둥둥 떠다닙니다. 들판 한가운데 온몸이 새하얀 호랑이 한 마리가 누워 민들레 꽃 한 송이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옛날 옛날에 따스한 날에 꽃눈이 내리면 눈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전설이 있다나, 뭐라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할머니의 등짐에는 민들레가 한가득 담겨 있고 할머니의 귀에도 민들레 꽃이 달려있습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할머니 집 마당에도 새하얗게 변한 민들레가 자랍니다. 마당 수풀 너머로 새하얀 호랑이 꼬리가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맨 뒷장에는 한창 사이가 좋던 시절의 호랑이와 꼬리 꽃이 다시 나타납니다. 노란 꽃잎 색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자 호랑이는 근처에 피어난 빨간 꽃잎 하나를 떼어 꼬리 꽃잎에 모자처럼 폭 덮어줍니다.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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