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오늘 같이 볼 그림은 파이프 그림이에요. 아래 그림을 보면, 파이프가 하나 덩그러니 그려져 있네요. 얼핏 보면, 파이프를 팔던 광고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림 아래에 써있는 말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써져있어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써놓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요?
이 그림은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의 대표작, '이미지의 배반(The Treachery of Image)' 라는 작품입니다. 마그리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림에 그려진 파이프는 화가 머릿속에 있는 상상 속의 파이프지, 실제 파이프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화가가 그린 모든 대상은, 화가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 그러니까 2차적인 물체일 뿐, 실제 대상과 화가가 그린 이미지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거죠. 그림 속 이미지는 화가가 만들어낸 대상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거에요.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현실의 상황을 뒤엎거나 고정 관념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그림들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렇게 연구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단어와 이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들을 그리는 것이었죠. 아래 작품은 관객들이 단어와 이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품 중 하나였어요.
아래 그림은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The False Mirror)' 이라는 작품이에요. 눈동자에 비친 하늘은 실제 하늘일까요? 그림 속의 눈동자는 지금 하늘을 보고 있는 게 맞을까요? 마그리트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실제 세상인지, 단지 우리 눈에 비친 가짜는 아닌 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그리트는 이렇게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어요.
마그리트는 이렇게 익숙할 법한 그림을 전혀 다르게 그리거나, 엉뚱한 대상을 그림 안에 위치시켜서 관객들이 시각적인 충격을 느끼는 기법을 썼어요.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ment)라고 불러요. 데페이즈망은 원래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어떤 대상을 익숙하지 않은 곳에 옮겨놨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 같아요. 아래 그림을 보면, 풍경만 있어도 될 곳에 마치 풍경과 연속선 상에 있는 듯한 이젤이 자리잡고 있어요.
사람이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니라 마치 이젤 속에 재현된 세상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그리트는 이렇게 데페이즈망 기법 사용해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답니다.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현대 미술이나 팝아트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해요. 그리고 종종 영화에서도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장면들을 만들기도 했다고 하니(매트릭스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요), 영화를 보면서 마그리트의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