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던졌다, 삶을 정리하다.

by 장주인

사표를 던졌다. 그 이후, 제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제 주변에 쌓여 있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한데 모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건강을 챙기겠다며 서랍에 한가득 쌓아 두었던 영양제와 비타민제는 절반 이상이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었다. 옷장 가득 입지도 않고 쌓여 있던 옷들과 신발,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준비하겠다며 5년째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했던 클래식 기타와 우쿨렐레까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고도 한 트럭은 버렸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쌓여 있던 일들은 너무도 많았다. 천장 전구 갈기부터 베란다 모퉁이에 검게 쌓인 먼지, 욕조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심지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현관 문고리에 찌든 손때까지. 청소는 물론, 아이가 한 살 한 살 자라면서 약속했던 비행기 타기, 기차 타기, 자전거 타기, 배 타기 등, 너무도 많아 일일이 메모해야 했다. 그리고 저는 아이와 했던 약속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 나가기 시작했다.


제 인생을 이렇게 정리하기 전까지는,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 진정으로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항상 허둥대는 인생에 바쁘게 끌려 다니다 보니, 정작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지금의 저는 마치 다른 나라에서 얼굴만 비슷한 사람이 살아가는 듯,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정리'의 가치를 장사를 하며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제껏 '정리'를 무시하며 살아왔다. '정리'가 이토록 강력하고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것이 제 삶에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것들을 외면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달은 것이다.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고민했지만, 정작 제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고민은 늘 뒷전이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저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질문하지 못했다.


뒤돌아보니, 제가 다니던 직장이 저의 '인생의 주'가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얼마 후, 저의 거대하고 아주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큰 짐을 내던질 수 있었다. '정리' 전까지 저는 그 무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좁디좁은 공간을 빙빙 도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직장이 흔들리고 어려울 때, 장사가 안 될 때 저 자신마저도 늘 같이 흔들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저는 항상 조급하고 마음이 다급했다. 거기에 아내가 생기고, 아이가 생겼다. 나이를 더하면서 더욱 바쁘고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정신없이 사는 거야", "이런저런 힘든 일 다 겪으며 보내는 것이 인생이다", "이것이 진정한 삶이다"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익숙함 때문에 제가 항상 다급한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삶의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주 불안하고 위험한 삶이었다.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일도 사업도 잘 되어야 하고, 가족도 잘 돌봐야 하고, 제 인생도 찾아야 했으며, 더 많은 시간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 했고, 심지어 건강까지 좋아야만 했다. 나이가 들면서 걱정들은 끊임없이 쌓여갔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쌓아두었다. 너무 많은 문제가 쌓여 있다 보니 겁에 질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떻게 치워야 할지 모른 채 오늘도 그 일들을 그저 미뤄두고 살아왔다.


과거에 쓴 글 다시 정리합니다.

누군가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Unsplash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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