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비가 내리다...
얼마나 많은 양이 내렸을까
그래도 여전히 빗줄기는 시원하고
범람하는 개울은 시선을 끈다.
어딘가에선 또 물난리가 나서 곤란에 처했을텐데 이곳의 수중생물들은 적어도 생존에 위협을 받은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여름마다 복숭아를 꼭 한번은 먹어야 한다고, 그것도 말캉하고 두리뭉실한 뽀얀 백도를...
그리고 달콤하고 어여쁜 노란 황도도...
꼭 한번은 먹고 지나야 그해 여름이 억울하지 않을듯, 제철과일에 사활을 걸었었다.
며칠 쏟아진 폭우에 잊은건지, 이제 계절감각이 무뎌질만큼 나란 사람이 농익은 것인지...
엊그제 동네길을 지나던 중에 밖에 진열된 복숭아들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한 상자에 만원이라니!'
모양도 이쁘고 상처하나 눈에 띄지 않는 말끙싼 백도였다. 분홍빛 껍데기가 반에반쯤은 뒤덮인, 크지는 않아도 나름 탐스럽 이쁜 복숭아였다.
'저거 먹고싶다. 애들도 갖다놓으면 먹고싶겠지? 그렇진 못하더라도 반기기는 하겠지? 올 여름 처음들이는 복숭아니까...' 그 상자를 당장 집으로 옮겨놓는 상상을 잠시 했었다.
그러다가 말았다.
'그냥 가던 길이나 쭉~ 가자. 괜시리 무거운데 낑낑대고 집까지 들고가려면 핑크빛 환영의 기대를 무한정 더 지르며 힘을 내야할텐데... '
그러자니 그 뒤에 이어질 식구들의 반응이 썰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이제 나도 작고 소소해보이던 갈등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영혼의 안녕을 위해 좀더 사릴 때가 된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의 땅콩을 키우고 키우다보면 어느샌가 버터보다 부드럽고 고소한 땅콩기름이 나의 빈 속을 윤기나게 채우고 반짝반짝 빚내줄 것 같다.
긍정의 땅콩을 키우자?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