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상에게
... 말씀을 잠깐 놓쳤었네요. 죄송해요. 전에 제게 더 해주실 얘기가 있다고도 그러셨는데, 저도 한참을 속으로 웅얼거리곤 하던 저 자신에 관한 얘기들이 있어서... 그런 말들이 평화로이 바깥으로 풀어지는 날, 그런 시기부터가 진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여러 번 생각은 했었어요.
... 이상하죠? 부정하려 생각할수록 어떤 운은 내 곁에 더 가깝게 지겹도록 오래 머물러서 결국에는 아주 좋게, 자연의 일부처럼 상호 괜찮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수용되고, 그러면서 사고방식도 확 바뀌고... 좋게 보면 성장인데 오래 알던 친구들에게는 낯선 변화가 될 수도 있는... 그런 굴곡을 겪곤 해요.
그런 점이 제가 작가가 될 사람이라면, 나를 어쩔 수 없이 세상 안으로 밀어넣게되는 통로라고도 여겨지고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어지는 환경(상황)에 처하는 것이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건 운명같아요. 그래야만 사람답게 살아지는 것이요... 안 그럼 완전히 혼자 잘 노는 외골수가 되곤 하는데, 그렇게 계속 살 운명이라면 하나님이 이렇게 소중한 가족까지 내려주시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님도, 가정과 어여쁜 식솔들이 있으시니, 아시겠지만...
나 자신이 꼭 있어야 하는 자리.
나를 위해서라기 보단 식구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분명하게 와 닿을 때
... 떠나지 말아야겠구나. 싶으면서, 더 열심히 살게 되잖아요...
일도 그렇습니다.
나보다 더 잘할 사람들이 있는 자리는 가능한 빨리 비켜주는 것이 상호에게 유익한 처사라고 생각되곤 하고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경쟁해서 승패가 나뉘거나 손 쓸 수 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결과를 낳을 일이라면...
전쟁같은 거라고 감지되어서, 다시 또 뒤로 물러서 있게 되어요.
제가 먹고 살 만한 진로를 제대로 찾은 것도 또래보다 한참 늦은 나이였던 것 처럼... 아직도 제 연령대 이상의 분들과의 모임에서는 말도 잘 못하고 늦되거나 가장 소극적인 측에 속하거든요.
오해도 많이 받는다고 여겨지고요...
머리에 심하게 병이 생길 정도로, 힘들여 적응한 환경에서도 버텨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나도 내가 존경해오던 어른들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그런 길이 제가 살 길은 아니라고 감지가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아무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운 민들레 (를 피게 하는) 똥 같은, 벌레같은 존재인가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런 저의 가치를 신기할만치 잘 봐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수없이 결심했지만 다시 이야기를 짓고 있는 자신을 보면, 언젠가 작가로서의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걸까... 기대해 보긴 해요. 지금까지는 없었거든요...
글을 써 내고 주위의 평을 받아 고쳐서 다시 쓰고, 하는 방향들이 한 번도 꼭 제가 써야만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되어진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다른 누가 써도 같은 얘기를 들으면 작품이 나올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제 길이 아닌 것 맞죠?
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거라고도 미처 꿈꿨던 적이 없었고, 혼자서는 생각지 못했었듯이... 무언가 강한 계기가 생겨서 그동안 쌓은 내공들과 연결이 된다면 다시 예전처럼 쓸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다만, 지금은 저도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타이밍이 되어서...
꽉 찼던 머릿속을 비우고, 욕심을 가려 내려놓고, 어디로 가는 것이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일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다시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야... 나을 것만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