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도 인연이 있다.

옷 고르는 습관으로 보는 성향

by 스무디


얼마 전 나는 브랜드 캐주얼과 정장이 즐비한 할인 행사장에서 단 하나 걸려있던 패딩점퍼를 득템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았던 옷이라서

몇 번이고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나한테 어울리는 옷이 맞을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결과는 대만족이다.

전에 알던 사람들과의 약속에 입고 나가면

밝아져서 좋아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모르던 사람들과 마주할때도 다른 옷보다

가볍고 따뜻해서 마음에 부담도 덜어졌다.


심지어 때도 잘 안 탄다.

먼지가 거의 들러붙지도 않아 옷걸이에

걸어두기만 하면 계속 새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잘 골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다보니 그 옷을 입고 나가면

이제 이 십년 쯤 어려진 기분도 든다.


옷 한 벌로 인해서 행복과 건강도 나아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지는 것이다.


그 옷을 사는데 들인 돈은 단 오만 얼마였다.

브랜드 자체는 출고가가 높고 인지도도 있지만

이월상품이거나 안 팔려서 남은 한 장이므로

값을 팍 후려쳐서 내놓았을지 모른다.


다른 색색의 패딩점퍼가 번듯하게 진열된

행거의 한 쪽에 볼 품없이 걸려있던 그런 옷이었다.


처음 입었을 때는 허리라인이 너무 높아서 어색한가 싶었다. 그래서 아무도 안 사는 하자있는 디자인인가?


두 번째 입고 거울을 보니 너무 촌스러워 보이는 것 같았다. 색은 아이보리보다 어둡고 베이지보다 밝은데

얼굴색이 평소보다 칙칙하고 누렇게 비쳤다. 이래서 안 사나 싶어졌다. 비슷한 색의 다른 점퍼를 들고 비교해보았다. 그건 광택이 있어서 확연히 원단이 달랐는데 나에게 더 어울리는 게 뭔지 분간이 어려웠다.


옆에서는 그 다른 점퍼를 사가거나, 아이템이 충분히 남은 또 다른 디자인을 입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그 디자인을 입은 모습이 멋져보여 따라 입어도 봤다. 남들보기엔 어땠는지 몰라도 나에겐 불편했다...


그냥, 먼저 집었던 한 장짜리 점퍼를 아무도 고르지 않으면 내가 사갈까? 마음이 기울어 졌다. 당장 사가려고 들어간 행사장은 아니었기에 충동구매로 후회하지는 않을지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원단을 눈여겨 보건데, 결코 싸게 샀다고 비지떡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내게 없던 밝은 색 점퍼라는 것과 가격대비 질이 좋은 원단이라는 두 가지에 구입의사를 굳혔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옷 만드는 환경을 자주 접하며 자란 시절이 긴 편이었다. 비염에 안 좋은 것 같아서 크며 멀리했지만 어릴 때 그런 경험이 흙 속에 진주를 보게 하는 안목을 심어준 것 같아 감사하다.


결혼 전에는 고급 브랜드의 니트 투피스를 행사매대에서 저렴히 골라 두고 두고 잘 입은 적도 있었다. 그 때 그 옷들은 내가 가장 우아해 보이고 싶을 때 입고 나가, 차분하며 밝은 인상을 만들어주는데 일등공신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때는 한 벌에 백 만원을 호가하는 세트복과

밍크망토도 사 보았지만, 그렇게 흡족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옷은 가격이나 브랜드, 구입장소나 품질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기분좋은 상태에서 편안한 느낌의 것으로 구입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같다.


성향별 옷 고르기


1. 알뜰한 트렌드세터


백화점에 가면

시즌마다 신상품이 걸려 있는데

소비자가격이 높아서 그대로 사면 손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일부 옷은 거의 똑같은 디자인으로

똑 같은 원단과 부자재를 사용하여 정말 로스분을 만들기도 한다. 그건 유톡 경로나 판매처가 공개적이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만 애용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 로스분을 구입하면 트렌드에도 쳐지지 않으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것은 약간의 의혹을 감수하더라도 실속과 패션리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만한 복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2. 정석을 지키는 고급 초이스


아무리 저렴하게 내놓아도 반드시 정직원의 안내에 따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정품을 시즌에 맞게 구입해야 안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 처음에는 같아보이던 옷이라도 그 분의 품격에 맞추어 사후 관리됨에 따라 몇 년 후까지 훼손이 거의 없이 보존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 분들은 검증되고 인증된 절차를 선호하는 안전지향적 성향으로 직업도 그에 맞기 쉽다.

예를 들면... 법이나 규율 등을 중시하는 고위 관리직이나 대인관계에 보수적인 성향의 분들, 때때로 과시욕이 있거나, 품격높은 고객서비스를 제대로 받아 힐링을 원하시는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3. 느긋하고 정이 많은 이웃들


시장에서 구입하는 보세 옷은 어떨까?남대문이나 동대문 의류상가를 가 보면 비슷한 디자인의 신상품이 많아서 보세의류의 유행코드를 어렵지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옷들의 미묘한 차이를 가늠하며 발품을 팔아 나에게 맞는 단 하나를 골랐는데, 웬걸~ 사이즈가 없다! 이런 경우 많지 않은가?이 때 매장언니는 일주일만 기다려요. 연락처 적어두고 예약 걸어요. 선 주문해요. 며칠 후에 공장에서 또 나와요... 등 선택을 위한 정보를 추가해주신다. 익숙하지 않은 경우 헷갈리고, 믿고 기다리기만 해도 되는지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구매했다가 공장에서 출고가 지연되어 중간에 취소를 한다거나,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구매자도 있다. 그리고 같은 일들이 온라인 구매시에도 벌어진다.


따라서 시장브랜드를 구매할 때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한 번 선택한 건 바꾸지 않는 뚝심과 생산 사이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적인 마인드가 필수 소양이다. 그렇게 비교적 간단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내 손 안에 들어온 옷은 어느 때보다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으로 귀한 것을 얻었다는 만족감을 준다.


만약 시장 옷을 제 시즌에 맞게 사고 싶어진다면 괜한 조급함으로 매장에 손해를 드리지 않도록, 자신의 성향이 그런 사랑스런 옷을 입을 자격이 되는지부터 면밀히 따져보자.



4. 유행 몰라, 무작정 알뜰파


긴 설명이 필요없다.

옷 같은 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실속파나 일의 가치보다 외모의 가치는 현저히 낮다고 생각하시는 실용파, 내지는 한 철 입고 버릴 옷을 찾는 행동파 등등... 주로 관리가 굳이 없어도 입고 다니기 편한 링클프리나 진 종류 같은 캐주얼을 선호한다. 정장을 구입해도 바겐세일 품목 중에 맞는 것을 고르느라 피팅은 여러번 해보고 색상은 대충 맞춘다.


훌륭한 선택으로 보이기 보다는 웃기거나 이상하지 않은 게 더 중요하다. 오래 두어야 할 옷이 별로 없으므로 집 안에 드레스룸도 필요없다. 사람을 만나는 외출보다는 집안일을 주로 하시는 주부들도 이 성향에 많다. 성격이 쾌활하거나 소탈한 경우에 잘 맞는다.


나도 이 쪽에 한 쪽 발을 담그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말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