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트와 영화의 교차점
영화 이야기로 이번 5화를 시작해볼까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좋아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영화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주말마다 기다리던 토요명화는 나에게 작은 놀이동산과도 같았다. 입장하기 전부터 설렘이라고 해야 할까? 평일에도 22시 전에 자야 하는 나이에, 유독 주말 밤만큼은 11시 혹은 12시까지 깨어서 TV 앞에 앉아 토요명화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실제로 몇 시에 시작하는지도 몰라서 리모컨을 번갈아 가며 눌렀던 기억이 있다.
시작 시간도 몰랐으니, 내가 어떤 영화를 보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배우의 이름도, 감독의 명성도 몰랐지만, 토요명화의 웅장한 오프닝 음악과 함께 나는 그 자체로 TV 속으로 빠져들어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즘 아이들이 뽀로로? 아니면 요즘 더 최신인 시츄핑을 기다리며 설레는 그 눈빛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가 시작되면 내 방은 아이맥스로 변했다. 토요명화에는 다양한 영화들을 상영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영화들로는 007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사탄의 인형, 13일의 금요일 같은 영화들이 있다. 미녀와 멋진 차로 악당을 물리치던 007, 작은 쥬라기공원 같으면서 상상만 하던 정글과 피라미드 속 탐험을 보여줬던 인디아나 존스, 집에 있는 인형들을 다 갖다 버리고 싶게 만들었던 사탄의 인형, 그리고 지금도 가장 무서운 영화로 기억되는 13일의 금요일까지.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는 바이센티니얼맨이다. 이 영화도 어린 시절 토요명화에서 처음 봤는데, 그 후로도 3~4번을 더 보게 되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의 주인공 앤드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로봇이다. 법적으로 사람이 되는 과정을 밟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인간이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죽음을 맞이한다. 앤드류가 보여준 여정은 단순히 사람이 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은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바이센티니얼맨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목표와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앤드류가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겪는 어려움은 나의 만다라트 여정과도 묘하게 겹쳐졌다. 내가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집념과 끈기는 내게 큰 용기를 준다.
그 시절엔 OTT 같은 건 상상도 못 했고, 영화는 극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런 명작들을 TV로 무료로 볼 수 있었다는 걸 떠올리면 지금도 토요명화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번 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토요명화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이번 주에 본 영화는 총 네 편이다.
와이프와 극장에서 본 더 폴, 그리고 집에서 본 1917, 머니볼, 퍼펙트 데이즈다.
더 폴은 2008년에 개봉한 영화로, 이번에 다시 재개봉하면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대서사시였다. 판권 구매에만 15년, 28개국 로케이션 섭외에 17년, 주인공 캐스팅에 7년, 촬영에만 4년 반이 걸렸다니, 이런 제작 에피소드를 알고 나니 영화의 디테일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컷마다 다양한 구도와 색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진처럼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았다. 한 컷 한 컷 눈에 담기가 바빴다. 감독이 이 작품에 얼마나 집념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내 목표를 위해 얼마나 오래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그 집념의 결과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감이었다.
1917은 전쟁터를 가로질러 편지를 전달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한 테이크로 진행되는 촬영 기법 덕분에 나도 마치 그 시대 인물이 되어 뛰어다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카메라가 주인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전장의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특히, 주인공이 죽음의 위협을 넘어서 임무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내가 만다라트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도 이와 비슷한 긴박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실패와 좌절이 있더라도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그 과정 자체가 내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주인공이 보여준 용기는, 내가 새로운 도전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니볼은 MLB 팀의 단장이 본인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이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단순히 야구 경기의 전략이 아니라, 기존의 방식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며 큰 영감을 받았다. 나 역시 나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존의 나를 뛰어넘는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내가 만다라트 여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도 닮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 영화로, 60대 청소부 아저씨의 평범한 하루를 담아낸 작품이다. 매일 아침 동네 주민이 빗자루를 쓸며 시작하는 소리, 청소구역을 돌며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 그리고 그의 삶에 작은 변화가 찾아오는 모습이 담백하게 그려졌다. 꾸밈없는 주인공의 모습은 보는 내내 나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특히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주인공의 태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매일 비슷한 하루 속에서도 내가 더 나은 삶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준 작품이었다. 그의 삶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 아니라, 자신만의 작은 목표를 향한 충실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주에 본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1917과 머니볼의 주인공들은 뚜렷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패턴을 지켜간다. 그리고 과거 내가 봤던 바이센티니얼맨의 앤드류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목표로 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찾아갔다. 이들의 여정을 보며, 나도 지금 만다라트를 통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여정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1917은 용기와 책임감을, 머니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력을, 퍼펙트 데이즈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의미를 찾는 태도를 가르쳐줬다. 그리고 더 폴과 바이센티니얼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든, 끝까지 끈기 있게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 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교훈들을 바탕으로, 만다라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나도 내 속도대로 꾸준히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즘 브런치를 쓰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이 글이 '굿파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영화 평론 및 트라이애슬론 훈련일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 탓이겠지?..
흔들리자말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