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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Apr 21. 2023

노르웨이 숲 고양이 1

- 공원 고양이들 - 유기묘 편 

 “언니! 남편이 자꾸 우리 희니 버리려고 그래. 진짜 자기가 데려와 놓고 미치겠어,”

 “아니? 왜? 자기가 아빠라고 엄청 예뻐하잖아?”

동생네는 애기가 없다. 둘 다 원했지만 애기가 생기지 않았다. 결혼한 지 15년 만에 펫 샵에서 터키쉬 앙고라 고양이를 한 마리 사 왔다. 동생은 고양이를 예뻐했지만 처남은 사온 목적이 따로 있는 듯했다.  

 “희니의 하루”라는 유튜브를 시작했고 만날 때마다 유튜브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 얘기를 했다. 그래도 예뻐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팔로워도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이걸로 돈 벌 것 같은 느낌이 더는 들지 않는지 요즘 들어 자꾸 파양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었다. 처남은 가끔 고양이를 홧김에 내던지기도 하는 듯했고 그래서 동생은 자주 싸우는 것 같았다. 


 어떤 동물보호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끝까지 책임져서 키우는 비율이 단 12%라고 한다. 내 주위에는 그래도 다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만 있는 것 같았는데. 하긴 사실 유기하는 걸 누가 알리겠는가? 몰래 하겠지. 

 이제 길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길 고양이뿐만 아니라 유기 묘들도 꽤 많이 나타난다. 애초에 길고양이들도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집고양이였던 경우가 많다. 우리가 코숏(*브리티쉬 숏헤어처럼 코리안 숏헤어의 줄임말로 혼혈의 길고양이들을 말함)이라고 부르는 길고양이들은 유기 묘인지, 자연 태생인지 외모로는 알 수 없지만, 길에 나타난 품종 묘들은 대부분 유기 묘다. 길에서는 혼혈이 되기 때문에 단일 품종 묘가 나올 수 없으니까.

 요즘엔 종류도 다양하게 버려진다. 뱅갈 고양이, 샴 고양이, 터키쉬 앙고라, 노르웨이 숲, 페르시안 고양이 등, 온갖 품종 묘들이 버려져 고양이 입양사이트에 올라온다. 

 버려지는 이유는 애기가 태어나서, 이사 가서, 병에 걸렸는데 비용이 감당이 안 돼서, 개냥이가 아니라서 등, 핑곗거리가 많지만 최종적으로는 생명의 소중함이 돈보다 경시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님이 그쪽 지역 동물보호소 소장도 아닌데, 어떻게, 거기 나타나는 고양이들을 전부 다 책임져요? 

고수 캣맘 E님과 한 시간도 넘게 사무실 복도에서 통화 중이었다.

 E님이 전에 고양이들을 돌보던 지역, 지금은 내가 돌보고 있는 지역에 품종 고양이가 한 마리 나타났다. 전에 E님과 알았던 카페 주인이 발견해서 구조하라고 연락을 했다. 카페 주인은 이 고양이에게 추르를 주었는데 받아먹었다며 유기 묘인 것 같다고 자기는 구조를 못하니까 전문가? 인 E님에게 구조하라고 했다. 

 오랫동안 캣맘을 해온 E님이지만 동물구호단체도 아니고 개인이다. 실상 지방자치단체도, 동물구호단체도 전혀 책임을 지지 못한다. 나도 몇 군데 동물구호단체에 후원금을 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동물을 구조해 달라는 내 전화에 그들은 항상 이렇게 답해왔다.

 “저희가 인력이 부족해요. 어떻게 개인적으로 알아서 해보세요.”

 힘들고 무서운 일이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생명보다 돈이 더욱 중요한 세상일수록 더욱더 이런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진 품종 묘들도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품종 고양이라고 해도 입양이 잘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펫 샵에는 상품화된 고양이 공장에서 온 귀엽고 어린 품종고양이들이 넘쳐난다. 

 현실이 이렇기에, 어차피 개인이 입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동물보호소를 만들어 국가가 책임질 때가 오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밥을 주는 것과 중성화를 시켜주는 것뿐이었다. 


  〔노르웨이 숲 고양이 같네요〕

 나는 E님이 카페 주인에게 받아 내게 보내준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는 털이 길고 목 밑의 털이 사자 갈기처럼 생긴 통통한 고양이가 추르를 먹고 있다. 이런 품종 고양이는 자연에서 태어나기 힘들다. 누군가 키우다가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노르웨이 숲 고양이는 이름에서처럼 북유럽 출신이라 추위에는 조금 나을 수 있지만, 더위에는 매우 취약하다. 오래된 세월 속에서 북유럽의 추위에 특화되어 극한의 추위와 눈에 견디도록 방수성 긴 털로 진화했다. 

 이런 장모종(*털이 긴 품종 고양이)들은 길에서 살기 쉽지 않다. 털을 빗어주고 잘라주어야 하는데 길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활동에도 부자연스럽고 위생도 나쁠 수밖에 없다. 털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피부병이나 각종 병원균에 감염되기 쉽다. 사진 속의 노르웨이 숲 고양이는 아직 털이 깨끗해 길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집에서만 살던 이 아이의 삶에 앞으로 닥칠 고난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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