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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Apr 30. 2023

노르웨이 숲 고양이 2

-공원 고양이들 - 유기묘 편 

 ‘갑자기 버려져 얼마나 힘들고 무서울까?’ 

나는 동생네 고양이 희니가 버려진 것 같아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날 저녁 중요한 온라인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수업에 참여해도 마음은 딴 데 가 있을 것 같았다. 

 “안 되겠어요, 한번 가보기나 하죠.”

 감성이 이성을 이겼다. 결국 나는 강의에 빠지기로 하고 E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무시간이 끝난 후, 통 덫을 가지고 노르웨이 숲이 나타났다는 그 지역으로 갔다. 

 “가지 말자면서요? 구조하지 말자면서요?”

도착한 E님은 내게 말하며 웃었다. 나도 쓴웃음을 지었다. 카페는 이미 문을 닫았다. E님이 차를 갓길에 주차하고 통 덫을 꺼내어 설치했다. 고수 캣맘 E님의 손길은 역시 능숙했다. 그렇지만 그런 E님을 바라보는 나는 계속 한숨이 나왔다. 

 나타나서 구조하더라도, 중성화하고 방사해야 할까? 아니면 장모종 품종 냥(*품종 냥은 성묘라도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개냥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입양 홍보를 해야 할까? 입양 홍보를 한다면 임시 보호를 해야 하는데 임시라도 맡을 집이 없지 않나? 


  그때였다. 털이 긴 까만색과 하얀색이 섞인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진에서 본 그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E님에게 다가왔다, E님은 추르를 꺼내어 조금만 주고 통 덫에 넣어놓았다. 고양이는 통덫을 잠시 쳐다보다가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카페를 지나 20미터 옆의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은 3층짜리였는데 1층은 나무로 된 벽이 있는 정원이 있었다. 나무 벽은 1미터 정도의 낮은 키여서 안이 들여다보였다. 고양이는 옆의 계단을 통해 정원으로 사뿐히 들어갔다. 아마도 여기가 그 고양이의 은신처인가 보았다. 

  사유지였지만 고양이처럼 E님도 망설임 없이 사뿐히 나무 펜스를 넘었다. 정원 안에는 지하실로 들어가기 위한 콘크리트 계단이 있다. 그 끝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E님은 정원 잔디밭에 통 덫을 설치하고 다시 펜스를 넘어 나왔다. 

 고양이가 통 덫에 올라가기도 하고 냄새도 맡으면서 왔다 갔다 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E님은 말했다. 통 덫에 관심을 가지기만 하면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과연 10분 뒤 ‘챙’ 하는 포획 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E님과 나는 차에 통 덫을 싣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는 정적 속에 우리들의 한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그냥 중성화만 해서 풀어 주자고 했지만, E님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사실 중성화만 하는 것도 이십만 원 이상의 사비가 들어간다. 처음 보는 길고양이에게 이십만 원을 선뜻 쓰는 것,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E님은 이미 그 고양이의 미래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품종 냥들은 입양 사이트에 올리면 받아다가 고양이 공장에 파는 경우가 많대요.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집에서 살던 애들이라 길에서 살기 어려워요.”

 고수 캣맘 E님은 입양을 믿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파양 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고 학대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입양 사이트에서 입양을 받아다 아기 때만 키우고 6개월이 되면, 즉 발정기가 오면 버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게다가 품종 고양이들은 번식을 위해서 입양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품종 냥들은 중성화가 되지 않았다면 고양이 공장에 보내고 중성화가 되었다면 펫샵에 판다고 한다. 

 다음날 동물병원에서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했다. 고양이는 사람과 친근했고 5마리의 고양이를 임신 중이었다. 나이는 한 살쯤 되었을 거라고 한다. 아마도 발정기가 와서 버려져 카페 근처 은신처에서 두 달 정도 살다가 거기서 임신한 것 같다. 

 이 힘든 세상에서라도 태어났다면 살길을 찾아야겠지만, 태어나지 않았다면 태어나지 않는 게 낫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나도 이 세상에 길고양이로 태어나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과 함께 임신중절수술을 같이 받았다. E님은 또 다른 고양이 중성화와 함께 오십만 원이 넘는 돈을 결제했다. 겨울이라 아직 지자체 예산은 없었다. 

 “다음 달엔 레슨 더 많이 뛰어야겠네요.”

E님은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E님은 바이올린 강사로 주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엄마 집은 절대로 안 돼요. 어머니 너무 힘들어요.”

 나는 반대했지만 E님은 개냥이인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방사할 수 없다고 했다. E님은 이미 자신이 그 고양이에게 빙의된 것처럼 보였다. 

 E님이 믿을 사람은 엄마뿐이었고 어머님은 외동딸이 힘든 것을 보는 게 더 힘들었겠지. E님의 엄마는 고양이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 한 시간 후, E님의 어머니는 팬서를 만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열여섯 번째 고양이를 만나게 될 터였다. 나는 E님의 차가 사라진 도로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가로등을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빛바랜 가로등이 검은색 도로를 힘겹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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