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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May 14. 2023

레미의 꿈 1

공원 고양이들 - 레미 1편 

  따스한 토요일 오후다. 

 “레미! 밥 먹고 있었네?”

 레미는 밥을 먹다가 말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감는다. 눈인사를 하는 걸까? 나도 손을 흔든다. 레미는 하얀색이 많은 삼색 고양이로 이제 여기서 산 지 4개월이 넘어간다. 나이는 5개월 됐으려나? 한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 레미는 엄마를 잃고 여기로 왔다.


 “야옹 야옹야옹”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전 10시, 나는 잠깐 약국에 가려고 8차선 사거리에 서 있는 참이었다. 구청 앞, 차들은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간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지?’

나는 소리 나는 곳을 따라가다가 건널목 옆 화단인 것 같아 꽃을 들춰보았다. 빽빽이 심어놓는 꽃들 사이에 작은 삼색 고양이가 앉아서 울고 있다.

 오 이런! 엄마를 잃어버렸구나. 

건널목 사거리에서 울고 있다니.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다. 구조를 해도 갈 곳이 없다. 누구도 입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집도 이미 6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다가 8차선에 뛰어들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주차장 급식 터에라도 데려다 놓을까?

 잠시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다. 아기 고양이를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다. 무의식에 나의 손은 고양이를 잡아 올리고 있었다. 순간 고양이가 나의 손가락을 물었다. 고통을 참으려 했지만, 고양이의 무는 힘이 의외로 너무 강했다. 몇 초간 참았다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 고양이는 구청 화단 쪽으로 뛰어갔다. 따라가 보았지만 사라져 버린 후였다. 

 ‘좀 더 꼭 잡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구조해도 갈 데가 없었잖아.’

마지막 순간, 그런 생각에 나는 아픔을 참을 수가 없었나 보다. 손가락과 손등에 물린 상처가 보이고 피가 흘렀다. 

 그렇지만 갈 곳이 있었다면, 입양할 곳이 있었다면 아무리 아파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1년 전 아리를 구조할 때처럼…. 


점심시간, 팬서에게 밥을 주러 가는 길이었다. 팬서는 공원 고양이들과 함께 내가 밥을 주고 있는 고양이였다. 사무실에서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7월 말이었던 그날, 기록적인 더위에 한낮의 온도는 33도를 기록했다. 

 6차선의 도로를 지나는 길에 어디선가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사람들도 갸웃하며 지나간다. 매미 소리인가? 규칙적인 울음소리여서 매미 같기도 하다. 

 나무 위를 올려보다가 나는 찾지 못하고 5분을 더 걸어 팬서를 찾아갔다. 팬서는 가전제품 대리점 앞에 얌전히 앉아 있다. 나를 보자 반가워 내 손을 핥았다. 준비해 간 닭고기를 주고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려 일어섰다. 다시 아까 그 길을 걷는데 아직도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벌써 20분도 더 지났는데 말이다. 


 ‘매미 소리가 아니었어. 아기 고양이야.’

 6차선 도로 여기 어디쯤 인 것 같은데. 나는 차 밑을 보기도 하고 도로 옆 화단을 들춰보기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울음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20분을 뒤진 끝에 도로 옆 일렬로 주차된 트럭을 발견했다. 트럭 보닛에 귀를 대보니 그 속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트럭에 붙어있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하니, 건너편 식당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일어났다. 아저씨가 보닛을 여니 주먹보다 더 작은 갈색머리가 보였다. 잡으려고 하니까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 아저씨가 보닛을 쾅쾅 쳐서 도로 옆 화단으로 뛰어갔다. 순간 나는 화단으로 들어가려는 고양이의 갈색 목을 꼭 잡았다. 손가락과 팔을 세게 물었지만 나는 아픔을 참았다.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놓친다면 굶어 죽거나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갈 테니까.

 그때 우리 집에는 3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4번째 고양이 귀염둥이 로미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은 지 10개월이 지나있는 시점이었다. 3년 동안 4마리를 키워왔기에 한 마리 더 입양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아파도, 피가 흘러도 고통을 참을 수 있었다. 

 맨손으로 잡아 33도의 날씨에도 30분을 걸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아리는 그렇게 우리 집 4번째 고양이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만에,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우리 집은 우여곡절 끝에 두 마리의 고양이를 더 입양했다. 이제 우리 집은 사람보다 고양이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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