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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Mar 11. 2023

내부의 적 1

-공원고양이들 -민원 편 

  “아! 팀장님 새로 오셨네요? 전 팀장님 하고는 얘기가 되었는데 공원에 급식 터는 사(私)적 적치물이 아니잖아요? 전에도 보건소에서 인정하는 거라고 얘기가 되었거든요. 아시죠?”

나는 공원에 급식소를 치우라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하는 **도시과의 전화 때문에 보건소 동물보호팀장과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사적 적치물은 맞죠. 보건소에서 사준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다시 처음부터 설명했다. 원래 보건소에서 설치하는 게 맞지만 안 하니까 개인이 한 것이다. 왜냐하면 공원 고양이의 개체 수 조절, 즉 TNR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건소에서 관리가 전혀 안되어 공원에 고양이가 아기 낳고 늘었는데 개인이(나) 급식소 설치하고 전부 사비로 TNR을 해서 이제 고양이들의 숫자가 줄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계속 인정해 오던 것을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말을 바꾸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보건소팀장은 자기는 공공 급식 터가 있는 다른 구청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왔다고 한다. 그는 오히려 급식 터가 있으면 그곳에 독약이나 쥐약을 넣어놓아 고양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면서 급식 터를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납치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급식 터가 없어야 한다고요? 그러면 고양이들은 밥은 어떻게 먹어요?”

 “밥때마다 그릇을 가지고 가서 밥을 주고 다 먹으면 가지고 오면 되죠. 그렇게 하면 급식 터가 필요 없죠. 처음엔 힘들어도 정착이 되면 깨끗하고 좋아요.”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 그때 나오지 않은 고양이들은 굶어야 한다는 말이지 않나. 비가 오면 어떡하지? 비가 오면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은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 장마 때는 어떡하나? 더군다나 사람하고 친해져서는 안 되는 길고양이들이 밥때가 되면 나와야 한다니 그렇다면 개냥이들만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집고양이와는 다르게 동물학대자 때문에 개냥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그리고 나도 점심시간에 시간을 쪼개어 공원에 가서 밥을 주는 것인데 그릇을 때때마다 가져가야 한다면 공원에서 아예 살아야 가능하지 않나? 더구나 야행성인 고양이들을 만나려면 거의 밤에 가야 많이 만날 수 있다. 

 “TNR은요?”

 “TNR은 오히려 밥 안 주면 더 잘 돼요. 굶었으니까. 더 잘 들어가요.”

동물보호 팀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나는 동물보호를 하는 팀이 동물보호 팀 아니냐고 물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아니라고 동물보호 팀은 그런 팀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동물보호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하는 것이라며 동물보호 팀은 사람과 동물사이에서 중립이라고 했다. 

 “중립? 아! 네, 중립 좋습니다. 중립을 하려면 밥은 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굶어 죽으면 누구랑 중립을 하겠어요?”

 내가 계속 따져 묻자 담당팀장은 피곤하다며 전화를 끊겠다고 한다.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그는 월급만 받고 일은 하기 싫은 거였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싶지 않은 거였다. 자기는 절대 굶지 않겠지.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동물보호법이 있고 그에 따라 동물보호 팀이 생긴 지 몇 년째였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른 보호동물이다. 사실 급식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삼분의 2 정도가 공공시설물로 설치하고 있다. 고양이를 보호하려는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중성화를 안 했을 경우 발정 소음과 영역 싸움으로 인한 소음 방지와 개체 수 조절을 위한 TNR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예산이 없거나 역량이 되지 않는 3분의 1 정도의 지자체에서는 개인의 손에 맡겨두고 있었고 우리 구(區)도 그중의 하나였다. 

 2년 전, 내가 돈을 주고 사서 설치하긴 했지만 이것을 사적 적치물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개인을 위한 물건이 아니라 길고양이의 급식과 TNR을 위한 시설물이기 때문이다. 보건소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급식 터를 인정해오고 있었다. 실상 보건소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니까. 사정이 이렇기에(급식소가 없다면 더욱 민원이 많을 것을 알고 있기에), 계속되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에 급식 터는 비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고 그동안 보건소에서는 답변해 왔다. 

 하지만 똑같은 민원에 그날 보건소의 말은 달랐다. 보통 민원이 제기되면 담당자는 관련법과 규정을 따져서 처리한다. 하지만 점점 더 지방자치단체가 강화되면서 전과는 다르게 법이 규정하지 않더라도 민원에 유리하도록 해석하는 것이 많아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선거로 당선되면서 구민의 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민원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라서 똑같은 문제에 완전히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법을 따져서 집행하는 것이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할 일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민원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선호했다. 


 한 달 전 보건소의 담당팀장과 담당이 바뀌었다. 이번 담당팀장은 민원 자체를 싫어했다. 어떻게 민원을 해결해 나갈까를 고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이라고 하더니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보건소는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를 고심했다. 당장 고양이들의 생존이 달려있는 문제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었다.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이고 여기서 내가 진다면 고양이들은 생존 자체를 할 수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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