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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Jun 09. 2023

작은 친구들

-공원고양이들/ 직원 고양이 사랑 동아리


 “신팀장님. 공원에 공공 급식 터를 만든다고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거든요. 자원봉사자 신청같이 하실래요?”

 나는 전에 보건소에서 급식 터를 치우려 할 때 도와주었던 팀장님께 전화를 한터였다. 지난주 우리 구청에서도 고양이 공공 급식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보건소에서는 구청 바로 옆에 있는 우리 공원에 먼저 시범으로 공공 급식 터를 설치해 준다고 했다. 급식 터만 설치해 주는 것일 뿐 사료도 중성화도 모두 개인이 하는 것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급식 터를 인정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지난 2년 동안 캣맘들의 도움을 받아 나는 거의 혼자 공원 급식 터를 운영해 왔다. 신팀장님은 7년 전 근무하던 동 주민센터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기에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자원봉사신청을 같이 하자는 내 말에 신계장님은 의외의 말을 하였다. 

 

 “이번기회에 동아리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고양이사랑 동호회 같은 거. 대학에 많잖아요?”

 “네? 동아리요?”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었지만 만들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신계장님은 전번에 민원해결을 같이 도왔던 과장님을 찾아가자고 했다. 3개월 전 보건소장님과 친분이 있어 급식터 철거를 막았던 바로 그분이다. 그분은 노조활동도 오래 하셨고 30년 넘게 근무를 해서 아는 직원도 많을 거라고 한다. 동아리 만든다면 큰 힘이 되어줄 거라고. 

 과장님은 흔쾌히 찬성해 주셨다. 이틀간의 고민 끝에 문구를 작성한 후 나는 전 직원에게 쪽지를 보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굶어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동물들이 외면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고 약한 동물일지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직원 여러분, 반려동물시대라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길고양이들을 돌봐주세요!

집에 있는 우리 강아지, 고양이처럼 길고양이들도 똑같이 예쁘답니다!

커피 한잔 값의 사료로 우리 길 고양이들은 한 달을 살 수 있어요. 

한 달에 커피 한잔만 양보해 주세요.

사무실 옆 공원에 살고 있는 우리 고양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쪽지를 보내면서도 솔직히 나는 걱정이 됐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다. 요즘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자기 계발 동아리도 잘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동아리는 철저히 고양이를 위한 동아리이지 않은가.

하지만 예상외로 1주일 만에 30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회원들은 거의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이었다. 집에 있는 아이들과 밖에 사는 아이들은 외모, 유전자, 모든 것이 똑같은데도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사니까 그분들도 걱정하셨던 가 보다. 세상에 따스한 분들이 아직 많다. 

 회비 자동이체 신청서와 급식 터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신청을 받고, 급식 터 활동 조를 짜고 회칙도 만들고 바쁜 며칠이 지나갔다. 요일별 활동 조가 급여 활동을 하고 후원금도 매달 내서 공식적으로 이제 공원은 직원 동아리 “작은 친구들”이 돌본다. 


 급식 터마다 하얀색 바탕에 파란 글씨로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티커에는 삼색이 레미의 모습을 닮은 귀여운 아기고양이 그림도 있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른 보호동물입니다. 생명 존중의 마음으로 동물을 보호해 주세요. 동물보호법 제8조에 의거 동물 학대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 직원 고양이사랑 동아리 ‘작은 친구들’-】 


 “겨울이랑 동물 학대자만 없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고양이들이 살기 좀 나을 것 같은데.”

캣맘 S님이 전에 말했었지. 하지만 어김없이 겨울은 오고 있고 동물 학대자들은 어디엔가 있다. 그린피스가 지구환경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작은 친구들”도 고양이를 위해 분투할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팬서는 E님의 엄마 집에서 잘살고 있다. 공원에 있던 강치와 구청 주차장에 있던 루나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하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캣맘이 된 지 2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오! 루키잖아?”

사무실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루키를 발견했다. 나는 재빨리 닭고기를 찾아 뛰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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