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미화원 실기시험 참관기
아침 9시, A천변 축구경기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넷플릭스의 유명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처럼 트레이닝 복을 상하로 갖춰 입었다.
축구 경기장 오른편으로는 탁자들이 몇 개 늘어서 있고 진행요원이라는 목걸이를 한 사람들이 앉아있다. 축구장 골대에 가로로 「환경미화원 실기시험장」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왼편의 스탠드에는 가족들인지, 구경꾼들인지 여러 명이 벌써 앉아있다.
나는 환경미화원 채용 시험의 참관인으로 차출되었다. 공평하고 정확하게 시험이 치러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10월 초라서 실기시험을 치기에 최적의 날씨다. 하나둘씩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긴장한 듯, 어둡고 굳어있다.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람들은 각자 하나둘씩 몸을 푼다. 다리를 찢는 사람들도 있고 줄넘기를 가져와서 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는 모두 젊어 보였다. 2-30대가 대부분이고 40대도 조금 있어 보였지만 50대 이상은 없는 것 같다.
“10:1이래요. 경쟁률이. 5명 선발인데 50명이 왔대요.”
같이 참관 온 동료 직원이 말한다. 나는 놀랐다.
“와, 진짜요? 그렇게 높은 줄 몰랐네요.”
동료직원은 절차를 말해주었다. 1차는 서류전형이다. 소득 정도,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점수가 가산되거나, 감산된다고 한다. 소득이 적을수록,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2차는 실기 시험으로 종목은 2개다. 첫 번째는 20킬로그램(여자는 15킬로그램) 모래주머니를 들고 100미터 달리기이다. 두 번째는 제한시간 없이 턱걸이 많이 하기(여자는 매달리기)이었다. 이번 시험에는 여자 응시자는 없었다.
마지막 3차는 며칠 뒤에 예정되어 있는 면접이었다. 서류전형과 면접도 중요하지만 거의 실기시험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했다. 3차까지 다 점수를 합산해서 높은 순으로 선발한다.
9시 40분, 확성기를 통해 응시자들에게 모이라고 한다. 나도 기록 재는 직원들 옆에 섰다. 진행요원은 첫 번째 시험인 달리기 시범을 보여주었다. 11년 차 환경미화원이라고 소개된 직원은 출발점에 섰다. 출발 신호인 깃발이 내려가자 바로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20킬로그램 모래주머니를 들고 3미터쯤 뛰어서 청소차에 이 모래주머니를 던져서 싣고, 바로 그 지점에 놓여있는 또 다른 20킬로그램 모래주머니를 들어야 한다. 이것을 들고 100미터를 뛰는 것이다.
시범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되었다. 코로나이지만 실기시험 볼 때에는 숨을 편하게 쉬기 위해 마스크는 벗어도 된다고 지침이 정해졌다.
접수 번호순으로 첫 번째 응시자부터 실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출발해서 50미터 지점에서 돌아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기록을 잰다. 초단위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응시자들은 이를 악물었다. 50미터를 돌아 달려오는 얼굴에 젖 먹던 힘까지 다하는 치열한 표정이 역력하다.
“1번 23.76입니다.”
돌아와서 출발점에 발이 닿자, 기록 재는 담당 직원이 외친다. 기록을 적는 담당이 옆에 테이블에 앉아서 바로 적고 응시자의 사인을 받은 후 기록이 조작되지 않도록 아라비아 숫자에다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곧 다음번, 그 다음번 응시자의 달리기가 계속되었다. 출발과 동시에 모래주머니를 들다가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나 보다. 어떤 사람은 거의 다 와서 넘어진 사람도 있다. 체력이 소진되어 마지막을 버틸 수 없었던 것 같다.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22초에서 23초 사이였고 불안해 보이는 사람들은 28초에서 30초 정도의 기록을 보였다.
처음 보기에도 운동을 한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그는 2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까만 반팔과 까만 반바지 안에 까만 레깅스를 신었다. 시작 신호와 함께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한 손으로 가볍게 모래주머니를 들고 100미터를 전력 질주했다.
“46번, 19.22입니다.”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한 것일까? 마지막 응시자까지 달리기가 다 끝났다.
10분을 쉬고 2차 턱걸이 시험이 시작되었다.
목장갑을 끼고 좀 말라 보이는 사람이 철봉에 매달렸다. 운동을 했던 사람인 듯 팔 근육이 탄탄해 보였다. 그는 정석으로 18개까지 한 후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몇 초 동안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매달려 있었다. 나는 이제 그가 내려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올라가서 한 개를 더했다. 19개. 이번엔 한 손으로 매달려 있다가 다시 올라가서 20개, 다음엔 다른 쪽 한 손으로 매달려 있다가 올라가서 21개, 이런 식으로 한 손으로 매달렸다가 한 번씩 더하더니 25개까지 했다. 이제 진짜 힘든지 5초간 매달려 있다가 다시 또 한 개, 기록 재는 직원이 26개를 외쳤다. 그때서야 드디어 기진맥진했는지 철봉에서 손을 놓고 내려왔다. 숨죽이고 지켜보던 응시자와 직원들은 박수를 쳤다. 최고 기록보다도 그의 끝까지 하겠다는 근성이 모두의 박수를 받은 것이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바로 여기 있었다.
실기시험이 끝나고 사람들은 힘든 몸을 일으켜 집에 가고 직원들은 책상과 사무용품들을 챙겼다. 동료직원과 나도 사무실로 가는 버스를 탔다.
환경미화원은 새벽 3시 정도에 출근하여 오전 11시까지가 정규 근무시간이다. 그래서 퇴근 이후 여유시간이 있다. 연봉도 4천만 원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일은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눈이 오고 추운 날씨면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초과 근무 수당이 있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은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일 아닌가?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일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직업 일 것 같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직업은 흔치 않으니까.
나는 항상 그린피스 같은 곳에 취직한 사람이 부러웠다. 돌아오는 거리가 깨끗하다.
환경미화원 분들 때문에 오늘도 지구가 깨끗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