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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01. 2022

예수 다온

공원 고양이들 - 45

  장롱 위에서 3주가 지난 다음에야 다온은 장롱 옆 책장 위로 한 발자국을 옮겼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장롱 위에서 3주, 책장 위에서 2주,  그다음 주부터는 한 계단 내려와 책상 위 생활을 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서 2주의 생활을 마치고 나서 6주가 되어서야 겨우 바닥으로 내려왔다. 천천히, 느리게, 아주 조심스럽게 다온은 움직였다.

 석 달이 지나서야 다온은 방에서 나왔다. 다온이 거실로 나오자마자 우리는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온은 우리 집 고양이들과 싸우지 않았다. 루이와 라온, 새온, 아리가 싸움을 걸어도 가만있었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낯선 고양이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볼 때마다 때리거나 하악질을 했다. 하지만 다온은 하악질은 커녕, 심지어 피하지도 않고 그냥 누워버렸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대주라던 예수의 말처럼 얼굴을 대주었다. 싸움이 될 수 없었다. 

 “다온! 너도 때려! 아니 왜 맞고만 있어.”

처음엔 다행이다 싶었다가, 나중에는 보다 못한 내가 이렇게 말할 만큼 순둥이였다. 나는 ‘예수 다온’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공격해도 다온은 도망조차 가지 않고 맞고만 있다. 사람은 잘해주어도 피하지만 고양이는 공격해도 피하지 않았다. 다온은 사람은 무서워하지만 고양이는 좋아하는 고양이였다. 

 결국 고양이들도 시큰둥하게 되었다. 이제 다온을 만나면 라온과 새온은 본체만체하고 루이는 핥아주기까지 한다. 한 달 차이 동갑인 아리는 다온과 같이 거실을 뛰어다닌다. 다온이가 온 지 석 달 만에 고양이 금지구역은 해제되었다. 


  집에 데려와 지내보니 다온은 말랐음에도 식탐이 엄청났다. P님과 우리 캣맘들이 강치가 개냥이인 줄 알았던 이유는 밥을 줄 때 다른 아이들보다 맨 앞에 나왔던 것 때문이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해서 가까이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장난감을 들고 있던 강치 아저씨에게는 바로 앞까지 갔었다. 

 하지만 오해였다. 개냥이가 아니었다. 다온은 밥 먹을 때와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 외엔 결코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6개월이 지나도록 잡을 수가 없어 아직 목욕도 못하고 발톱도 깎지 못했다. 발톱이 갈고리가 됐다. 별이는 몇 번 발톱을 깎으려고 시도했다가 팔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누가 강치라고 이름 지은 거야? 엄마지?”

별이의 말에 난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엄마. 나는 강치가 이해가 돼.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처음 강치를 데려왔을 때 강치가 집에 적응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개냥이라고 잡아왔다가 개냥이가 아니라고 파양 당한 다온….

인간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가?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생각이 있고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이미 별이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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