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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Aug 28. 2022

자기객관화

혹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너무 깊은 자책으로 자기를 몰고 있다면..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본다. 


  나는 원래 생각이 과거에 많이 머무르는 편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랬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시절을,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시절을, 대학교 때는 고등학교 시절을 평가하고 그 시절 나의 부족했던 점을 들추며 후회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나를 지지하기 보다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비난하고, 자책했다. 여전히 나는 이런 사고 습관을 벗어나는 게 힘들다. 


  20대 초중반에 내가 3~4년 정도 열심히 다니고 봉사했던 교회가 있었다. 마지막 해에는 이미 너무 소진되고 지쳐서 더 이상 그 교회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 사람들에게 나의 그런 모습을 솔직하게 말하고 떠나기도 굉장히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작은 교회였고, 일할 사람이 늘 필요했고 나는 거기서 매우 중요한 역할들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목회자 분이 서운해하는 것도 여러 번 지켜봤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내 상태가 너무 심각하게 안 좋았기 때문에 나는 결국 부모님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 예배를 드리겠다고 하고 그 교회를 안 가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몇 달이 지나서 여전히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목회자 분께 편지와 케잌, 꽃을 집 앞에 두고 오며 나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렇게 그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 후로도 거의 5년 동안 나는 스스로를 배신자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게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표현한 것이었기 때문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당황스럽게 한 무례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그 교회에서 평생 봉사하고 다닐 것으로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내 스스로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내가 그 당시 목회자 분께 쓴 편지가 네이버 메일박스에 올라와서 읽어보았다.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 당시 나는 정성 가득한 글씨로 정말 솔직하고 담백하게 예의를 갖춰 편지 두 장을 썼던 것이었다. 누가 읽어도 나의 상황이 납득할 만했다. 나의 선택을 납득하지 못한 것은 나 한 명 뿐인 듯 했다. 나는 나의 방식에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였다. 아무 설명 없이 떠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하지는 않은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교회에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결과만 보고 나를 그렇게 평가한 것이었던 것 같다.


  '아, 내가 정말 심각하게 나쁜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나를 엄청 못살게 굴었었구나.'

 

  내가 후회하고 자책했던 많은 순간들 중에 정말 그렇게 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순간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기 수용이 정말 어려운 편인데, 그 이유는 자기객관화를 잘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나를 저 멀리 떼어 두고 겉에서 바라보는 것, 어떤 편견도 없이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 이것이 먼저 되어야 쓸데 없는 자책과 후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 같다. 이번 가을에는 내가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 줄 수 있길, 그리고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편해지고 자유로워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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