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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Oct 23. 2022

무너지던 내가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

  부정적인 생각만 계속 들고, 번아웃이 온 것 같고 다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스스로를 돌릴 힘도 없을 때, 극적으로 코로나에 걸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단 직장에서 분리되어 쉬는 시간을 가지니 다시 부딪쳐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고 나는 나의 상태를 솔직하게 오픈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능력 부족이라는 것에 대한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정말 친한 동료 외에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잘 표현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애써 버티고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정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경력이 많은 동료분에게 자세히 오픈하고, 부장님에게도 오픈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능력 부족인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열악하여 누구라도 힘들만큼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도 인지하게 되었다. 동료들이 나의 상황을 잘 알고 이해해주시니 내가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직장에서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나려고만 생각했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더 버텨보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로 지지하고 버텨주는 느낌이 들자 어려운 순간에도 좀 더 견딜만 했다. 나도 도울 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그런 나의 도움에 동료들은 고마워했다. 요즘 인스타에 종종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문구가 뜬다. 나도 그 문구의 영향을 많이 받고 나의 부족한 점, 어려운 점을 최대한 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그렇게 하면 문제 해결이 신속하게 되지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의 친한 친구들은 내 성과,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값만 가지고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잘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는지 그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나 자신을 '내 직업 분야에 있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오은* 박사님이 자기 잘난 맛에 살아야 한다며, 그 말이 잘난척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현재 엄청 멋진 결과값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력하고 고민하면 꽤 괜찮은 사람이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노력하면 점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마음이 바닥을 쳐 보니 알겠다. 나의 동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서로 지지하고 버텨주는 힘이 얼마나 소중하고 든든한지, 나의 성과와 관계없이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결국, 마음이 무너져 어찌할 수 없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옆에 존재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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