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계획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8월 1일 화요일부터 시작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뉴스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우려가 되지만 대회측에서 여러가지 준비를 하여 진행을 한다는 보도를 했다. 그 뉴스를 본 나의 첫 번째 생각은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대회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였다. 안 그래도 농업에 종사하거나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조심하라는 안전문자가 하루에 몇 번씩 오는데 왜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권고를 하지 않고 대회를 진행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정말 이번 주는 극히 살인적인 더위였다. 나도 화요일에 단 10분~20분 정도 뜨거운 태양 밑에서 걸었다가 현기증이 오고 어지러워서 다음 날까지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았었다. 다행히 잘 먹고 쉬면서 회복했고 남은 날들은 무리하지 않고 계속 에어컨이 있는 건물 안에서 지내려고 노력했다.
어린 학생들이 걱정되어 잼버리 뉴스를 하루에도 몇 번씩 일부러 찾아봤다. 뉴스에서 보이는 사진은 정말 허허벌판에 텐트 하나만 있었고 그늘막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느껴졌다. 대회 첫날부터 코로나 환자에 실신하는 환자들까지 매우 많았다고 하니 정말 이미 이런 결과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요 국가들이 대회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거나 자국 학생들을 철수하겠다고 하는데도 어제까지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정말 깜짝 놀랐다.
자국이나 해외 모두 학생들을 걱정하고 우려를 표명하는데도 왜 잼버리 주최측은 대회를 중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째, 대회 규모가 매우 크고 이 대회를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으며 이 곳에 들어간 예산과 에너지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회 하나에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와 그간 들인 노력 등을 하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없으니 최대한 계속 이어가자는 취지가 가장 클 것이다.
둘째, 대회를 중지하면 그에 따른 손실이 막강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왠만하면 그냥 이어갈 마음일 수도 있다.
셋째, 갑자기 학생들을 비행기를 태워 자국으로 보낼 것인지, 한국에 머물게 할 것인지 등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에 많은 계획을 다시 세우고 추진하는 일도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이다. 어린 학생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그들을 몰아세울 이유가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 현실은 건강한 성인도 견딜 수 없는 35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새만금 시설은 너무나 취약하다. 어린 아이들의 정신력을 탓할 것이 아니라 주최측에서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이제야 K-culture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그 동안 한국이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는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릴 위기이다.
막강한 경제적 손실이나 대책 마련이 어려워 대회를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경제적인 부분도, 계획을 고수하는 것도,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학생들의 생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 몸이 소중하고 내 자녀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몸도, 다른 자녀의 생명도 아껴줄 수 있는 관점에서 대회를 중지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리고 이 일들을 지켜보면서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부분이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내가 오랫동안 계획하고 꿈꾸고 추진해왔던 일이라 하더라도 현실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그 계획을 버리고 플랜B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묵묵히 성실하게 한 길만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 성공하기 쉬웠다면, 지금 시대는 기후, 산업 등 모든 것이 격변하기 때문에 변화의 흐르름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수용하며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개인도 나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시대 흐름을 잘 파악하고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