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dy Jul 22. 2024

PC 카톡을 열고 자리를 떠나면 벌어지는 일

최근 강형욱 씨의 회사 내 부조리 사건이 보도되면서 나 또한 마음이 꽤나 심란했다. 사실 강형욱 씨 회사의 사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내 마음을 꽤나 심란하게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직원의 메신저를 사찰했다는 이슈. 내가 다녔던 곳 또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서도 내색하진 않겠지만, 업무 소통을 '카카오톡'으로 해본 적인 있는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한 번쯤은 겪어봤을, 또는 겪어본 사람이 주변에 있을만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의도치 않은 사찰


내가 다닌 회사는 파티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구성원이 10명이 채 되지 않던 시절, 당연히 사무실도 상당히 아담했고, 직급에 따라서 자리를 구분하는 사치스러운 광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표, 팀장, 사원 구분할 것 없이 따닥따닥 붙어 앉아서 듀얼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을 했다. 요즘은 각종 업무용 메신저가 많이 생겨났지만 그때는 카카오톡이 유일했다. (규모 있는 기업도 아니니 회사 내부 메신저는 왜 사용하지 않았냐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질문은 하지 않도록 하자.)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다들 모니터 앞에서 일을 하며 업무 소통을 하기 위해 바탕화면에 카톡을 켜고 동시에 수많은 대화 창에서 대화를 나누는 광경이 사무실 안에 펼쳐졌다. 그 당시 대표의 옆자리에는 한 명의 터줏대감 선배가 앉아있었는데 대화 중이던 카톡을 켜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때마침 사무실로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려던 대표는 그 선배의 모니터를 흘깃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예 자리에 눌어붙어 그 선배의 카톡을 노골적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그 당시 대표에게 지적을 받은 그 선배와 다른 동료가 카톡으로 대표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었다. 대화 안에는 원색적인 욕과 비난이 섞여 있었다. 무던한 성격의 선배는 PC 화면에 카톡창을 내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러 갔고 때마침 대표가 지나치며 그 선배의 모니터를 흘겨보면서 자신의 험담이 섞인 카톡 대화를 보고 만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대표는 그 선배를 불러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 선배와 함께 대화를 나눈 직원은 이미 퇴근한 상황이라 그 선배만을 불러 세워 좁은 사무실 안에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 선배를 조용히 추궁하기 시작했다. 믿음으로 일하는 관계에서 이렇게 남몰래 뒤에서 험담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물으면서, 이대로는 같이 일하기가 어렵다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당황이 앞선 그 선배는 이내 상황으리 파악하고 잘못했다는 식으로 대표에게 말을 했고, 대표도 고심하더니 다음부터는 조심하자는 얘기를 꺼내며 상황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 선배는 자리를 비울 때면 무조건 PC카톡을 로그아웃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카톡 관음증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자신의 테이블 배치이다. 창문을 등지고 시야 앞에만 사람들이 위치한 테이블은 모든 이들이 앉고 싶어 하는 사각지대에 속한 테이블이었다. 그와 반대로 복도 정 가운데 개활지에 누구나가 오고 가는 길목 앞에 위치한 테이블은 모두가 꺼려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자리들은 직급과 서열에 맞춰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내가 다닌 스타트업 또한 그랬다. 

 그 당시 그 선배에게 일어났던 그 일이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었다. 특히 개활지에 앉아 있던 이들을 상당히 업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게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갈 수 있는 기계적인 존재는 아닌지라,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개활지에 앉아있는 인원들의 모니터를 보게 되고, 모니터에 켜져 있던 카톡을 은연중에 스쳐 보게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개활지에 자리 잡은 이들에게는 꽤나 비슷한 행동 패턴이 있는데, 급 곁눈질을 하며 주변으로 다가오는 사람에 대해 신경이 곤두선 듯한 몸동작을 취한다. 마치 주변에 적이 다가오지는 않는지 시시각각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미어캣처럼.





굳이 PC 카톡 로그아웃까지 할 필요가 있는 이유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그럼 자리를 비울 때 카톡을 창에서 내리면 되지, 왜 굳이 로그아웃까지 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창을 굳이 또 올려보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카톡을 업무 메신저로 쓰게 되면 회사의 특수성에 따라서, 주제에 따라서, 프로젝트에 따라서 여러 개의 단톡방이 만들어진다. 그 톡방들은 개인적인 사적 톡방과 뒤섞여 카카오톡 화면에 리스트업 된다. 이때, 로그아웃을 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날 경우, 그 자리로 찾아와 자리의 주인을 찾던 다른 인원이 업무를 위해서 굳이 카톡 창을 올리고 업무 톡을 확인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내가 다니던 곳이 아니라, 지금 내 회사의 대표가 그런 행동을 한다. 오롯이 업무에 대한 내용을 보기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내 입장에서는 사적인 카톡이 뒤섞인 그 창을 열어보는 행위가 상당히 불편하다. 





카톡을 업무 메신저로 쓰는 곳에 입사한다고?



일단 말리고 싶다. 위에 말한 사례로도 카톡을 업무 메신저로 쓰게 되었을 때 생길 곤혹스러움은 쉽게 설명이 되지만, 그 외에도 내가 몸소 겪어본 불편함과 불쾌함이 굉장히 많았다. 또한 카톡을 업무 메신저로 쓴다는 것은 회사가 그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유추할 수도 있다. 요즘엔 업무용 메신저를 구분해서 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 회사를 들어가고 싶다면, 한 가지 차선을 제안한다. 업무용 폰을 따로 만들고 카톡 계정도 따로 만들어라. 그러면 그나마 여러 껄끄러운 상황을 방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전 07화 패배자들의 자위 행위 : 잡플래닛 리뷰 쓰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