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말하기, 그런데 그때 빛이 비춘다면

줌파 라히리, <일시적인 문제>를 읽고

by 냐하

슈쿠마는 닷새 동안, 오후 여덟 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단전이 된다는 안내문을 받는다. 곤란한 일이다. 슈쿠마는 아내인 쇼바와 각각 따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신히 찾은 생일 양초를 켜고 두 사람은 마주 앉는다. 쇼바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 얘기”하는 놀이를 시작한다. 두 사람이 “전에 얘기한 적 없는 것들을 말하는” 놀이인 셈이다.

줌파 라히리의 단편 소설 <일시적인 문제>에서 제목이 가리키는 것은 닷새간의 단전이다. 단전은 쇼바와 슈쿠마 부부에게 빛 없는 무대를 마련한다. 그곳에서 부부는 놀이를 시작한다. 오랜만의 일이다. 아이를 유산한 이후로 각자의 삶으로 빨려들어갔으니까. 어둠 속에서 건네는 혼자 간직해온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다. 아직 알아가는 사이일 때, “신문의 한 귀퉁이에서 주소록으로 승격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던 것. 상대와 결혼할 것 같다는 묘한 예감에 홀려 웨이터에게 팁 주는 것을 까먹은 다음 날, 다시 팁을 주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간 것. 몰래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신 것. 대학 시절 커닝을 한 것 등등.

슈쿠마는 이제 아내인 쇼바에게 해 줄 이야기를 찾기 위해 지난 삶을 뒤적거린다. 단전은 예상보다 빠르게 고쳐진다. 슈쿠마의 기분은 전과 같지 않다. 슈쿠마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졌으니까. 말하자면 어둠이 그들을 말하게 한 것이다. 생일 양초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야만 보이는 상대의 몸, 그 몸을 감싼 어둠, 동시에 자신의 몸도 그렇게 어둠에 감춰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만 두 사람은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겸연쩍은 비밀이기도 하고 유치한 질투이기도 불가해한 욕망이기도 하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된 역사이지만, 한쪽의 내밀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다.

마침내 단전이 끝난다. 슈쿠마는 여전히 불을 끄고 싶다. 그러나 쇼바는 전등을 켜고 자신을 바라본 채로 자신의 말을 들어 주기를 바란다. 이사갈 집을 계약했다는 말이다. 슈쿠마는 쇼바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로 결심한다. 유산한 아이의 성별이다. 그 말은 쇼바의 얼굴을 정확히 알아 볼 수 있을 때, 청자가 쇼바인 것을 모를 수 없을 때만 가능한 말이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깜짝 선물이기를 원했던 단 하나”를 전한 슈쿠마는 접시를 정리한다. 쇼바가 전등을 끈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 우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흐느끼는 소리가 독자에게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독자마저 소설 이후의 어둠에 갇혔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단전이 야기한 어둠은 진실의 발화를 위한 준비다. 쇼바는 놀이를 하는 동안 차근차근 집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슈쿠마와의 관계를 다른 방향으로 틀 것 같은 암시를 줄 때, 소설 바깥의 빛이 쨍쨍한 한낮의 쇼바는 부동산을 계약했다.

이 소설에서는 말을 통한 회복이 찾아오지 않는다. 말이 촉발한 분열이 각자를 고립된 개인으로 만든다. 빛 아래에서 나누는 말은 상대를 단순히 눈앞에 놓인 존재로 고정시킨다. 그에게는 배후도 징조도 뒷통수도 없으며, 나와 마주하는 얼굴만이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지나간 역사 속 상대의 얼굴을 그렸다. 유치한 감정과 사라진 마음을 떠올렸다. 내 안에서 타자를 그리고 상상한 것이다. 당신에게 뒷모습이 있고 내가 모르는 상처를 안고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때, 말은 관계의 방향을 점차 이동시킨다.

그들이 안고 있었던, 서로를 위해 어둠으로 미뤄둔 진실은 빛 아래에서 그들의 형태만큼이나 선명해진다. 두 사람은 자신의 말과 상대의 마음이 이미 파국으로 향하고 있었음을, 빛 아래에서 드러난 진실은 끝내 그들을 갈라 놓았음을 깨닫는다. 일시적인 문제였던 단전이 끝나자 영구적인 상실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다시 어둠으로 회귀한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 곳, 다만 함께 울 수 있는 곳으로.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에세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