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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스토리 Jul 31. 2023

"걔 그런 사람 아니야" = "너한테만 그런 사람이야"

사람에 따라 다른 감정, 그것에 대한 솔직함이 필요할 때

  군생활을 하면서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아마 그중에서는 나를 좋아했던 사람도, 싫어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 대다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었겠지만.) 물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전부 나에게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도 전부 그 사람에게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생활은 각자의 입장이 참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두부를 자르듯이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대다수는 좋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은 나와 상대방, 어느 한쪽의 절대적인 잘못에 의해 성립된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개인이 좋든 싫든 얼굴을 보고 마주쳐야만 한다는 직장생활의 숙명적 존재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은 아니라서 많은 이들과 갈등과 대립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선배들이나 상급자와의 갈등도 많았다는 것을 돌이켜본다면, 나의 성향은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위연 마냥 "반골의 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조 섞인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은 차라리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이해"라고 가능했다. 왜냐하면, 나와 갈등을 겪고 있는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른 "개인"이고, 그렇기에 내가 그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사람도 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러나,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주변의 반응들이었다. 나의 생각이 복잡한 만큼이나, 주변의 반응도 아주 다채로웠다. 가장 단편적으로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로 나뉘었겠지만, 그 중간에서 소위 "쿨내"를 진동하면서 자신은 중립기어를 박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정말 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마치 판사가 된 양, A사안에 대해서는 누가 잘못했고, B 사안에서 그 사람은 그랬으면 안 되었다는 재단을 하기에 바빴는데, 물론 이러한 부분은 직장생활에서의 가십거리로 나도 해왔던 부분이라 그나마 충분히 이해할만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와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던진 말은 나에게 충분히 곱씹을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사람이 나를 응원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다. 나를 응원해 주길 바라지 않는다.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고마운 거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전부 나를 응원해 줄 리도 없거니와 응원해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속초에서의 군 생활이 잘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가 던진 말은 이랬다. 

  "그 사람, 나한테는 안 그러던데?"


  여러 가지가 담긴 의미의 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의미의 말이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나 스스로 그를 이해하거나 혹은 모든 것이 오해였다는 의미이거나, 혹은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너는 왜 그래?"라고 책망하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 특히나 더 아팠던 것은, 그 말 자체의 책망과 더불어 그렇게 밖에 꼬인 방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도 충분히 젖어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런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은 너랑 술 자주 먹잖아. 술 자주 먹고 당구 치잖아. 그러니까 그 사람과 "당신"과의 관계는,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와는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 화해를 시켜주려는 것도 아니고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려는 시도도 아닌데, 대체 왜 나한테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 


  차라리 나에게 와서 "걔 그런 사람 아니야.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보고 잘 해결해 봐."라는 성숙한 문장으로 잘 설명해 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미성숙했으니까. 만약 그러한 배려나 성숙함이 없었다면, "걔 나한텐 안 그러던데?"라는 말은 "걔는 너한테만 그래"라는 말과 그다지 다른 점이 없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나는, 스스로 베베꼬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정적 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바보같이 생각했던 것만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내가 이젠 반대의 입장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김 대위님, 그런 사람 아니야",라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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