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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스토리 Aug 16. 2023

사회생활의 제 1 꿀팁 : 모르면 제발 그냥 모른다해라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은 결코 창피한 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특히 "업무"라는 특별한 관계(?)로 맺고 맺어지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다른 이에게 질문을 하거나 혹은 역으로 질문을 듣는 경우는 좋든 싫든 많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서로의 업무는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하게되는데, 특히나 이러한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과정은 그 사람의 업무태도나 업무능력, 나아가 그 개인적인 인격과 성향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중요한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업무와 그를 위한 소통의 폭풍 속에서, 내가 알고있는 질문만이 오간다면 그 만큼 행복한 회사생활, 사회생활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질문의 대다수는 내가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을때도 있다는 것이 참 가슴 쓰라린 변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혹은 알고 있는 것 처럼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다고, 혹은 알고있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문의할 사항이 있어서 해당 사무실을 찾아 실무자에게 질문을 하던 참이었다. 내 질문을 다 듣고난 뒤 그 실무자는 정말 인자하고 사람 좋은 얼굴을 지으면서 '그 부분은 규정 상 가능하지 않으니,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말을 부드럽게 전해주었다. 안되는 것으로 알고 난 뒤 나는 다시 다른 업무에 매진하던 도중, 같은 사무실의 동료들과 간단한 수다를 떨다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동료가 하는 이야기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정상 충분히 가능하고, 상급부대에 공문을 보내는 양식까지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내가 다시 한 번 규정을 검토하니, 실제로 규정 상 가능한 일이었음을 확인했다. 물론, 그 실무자에게 부리나케 달려가 '왜 알아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말하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그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결국 나 또한 규정을 확인하지도 않고 실무자의 말만 믿은 안이한 업무태도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나는 그 실무자에게 더이상 규정을 질문하는 행동은 다시는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실무자에 대해 내가 한 개인의 인간으로서 실망을 했다는 것 까지는 굳이 감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차원에서는 결국 내가 규정을 먼저 더 확인해보았어야 한다는 나의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로서의 신뢰마저 없어졌기 때문에 향후 업무 추진에 있어 완전한 감정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 실무자의 말만 듣고서 내 지휘관이나 상관에게 "규정 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라고 보고를 했다면? 순식간에 허위보고자가 되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을지 모를일이다.


  그러니 제발, 직장생활을 하다가 모를땐 그냥 모른다고 말하자. 물론 "전 모르는데요?" 같이 무책임한 책임회피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니 규정을 검토해보고 차후에 연락을 준다고 하거나, 아니면 자신도 알고있는바가 없으니 함께 확인해보자고 제안하는 업무 태도를 견지하자는 것이다. 자신이 실무자이지만 '그 규정을 잘 몰라서 미안하다, 내가 꼭 확인해주겠다'라고 말하는 실무자들에게 난 단 한번도 한심하다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그의 업무태도와 인성에 어떤 존경심마저도 느꼈으면 느꼈지.




  군 장교로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 나의 별명은 "확인장교"였다. 지휘관이 모르는 질문을 했을시에 "확인해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었는데, 심할때엔 대대장이 연달아서 묻는 3개의 질문에 모두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해서 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물론 이때 죄송송스럽고 부끄럽다는 제스쳐는 분명하게 취했다. 왜냐하면 그건 죄송하고 부끄러운 것이 맞으니까) 이런 나의 모습을 "멍청하다"고 싫어하던 사람도 분명히 있었으나, 어느 한 선배는 "차라리 그렇게 말하는게 허위보고도 안되고 더 좋은거야. 지휘관이 적어도 너가 하는 말이 거짓말,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잖아"라고 말해주었던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단 1%라도 내가 확신이 없으면 나는 "확인 후 보고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을 즐겨썼는데, 그러한 나의 업무 스타일에 실망한 대대장님도 계셨지만 괜찮다고 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업무 스타일은 개개인마다 다르기에 꼭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대답하고, 반드시 그에 대해 공부와 조사를 한 뒤에는 명확하고 사실에 기반한 보고/소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랄 것이다.

(물론, 너무나 업무를 완벽하게 해서 신뢰가 가는 동료에게서 "규정 상 안된다"는 답변을 듣는다면? 오히려 좋아!)


그렇기에, 꼭 내가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저런 부족한 실무자들의 말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경계하자.


"그거 (제 생각엔) 규정 상 안됩니다." 라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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