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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스토리 Aug 24. 2023

악플에 대한 단상 :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던가.

대 '프로불편러'의 시대가 열리다

  최근 해병대의 수사외압 의혹에 따른 이슈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와중에, 약 10여 년 간 장교로서 군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애정과 애국심을 갖고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던 조직에 대한 안쓰러움과 창피함이자, 그와 동시에 나를 괴롭히고 억압했던 조직에 대한 혐오감이 뒤섞인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해당 해병대 사건으로 인해 붉어진 군대의 폐쇄성으로 말미암은 여러 가지 사고방식들과 특유의 은밀함은 내가 여기에서 이야기해서도 안되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사회적으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내 개인적인 감정과 사연에 맞출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순직한 해병대원에 명복을 빈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국방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1시간 동안이나 질문공세를 받으면서 서로 간에 날카로운 비판과 비난이 오가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영상의 댓글창은 이미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는데, 이미 사건의 중점에서는 벗어나 정치병에 걸린 채, 좌 / 우로 나뉘어 정치쟁점화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정말 한심하고 개탄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러한 현 정치문화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논할 기회가 오겠지..) 사건의 쟁점은 해병대의 수사에 대한 외압이 있었는지, 또한 그에 앞서서 "지휘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묻느냐 하는 일일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나도 군에서 내가 겪었던 한 사건을 짧게나마 적었는데, 의외로 수백 명의 네티즌들께서 글에 공감을 눌러주시고 댓글로 많은 응원을 주셨었다. 지금에 와서는 괜한 글을 올렸구나 싶었는데, 그 이유는 몇몇 글들은 나에게 매우 날 선 "비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판은 적극 수렴해야 하나, 이미 비판의 선을 아득하게 넘어버린 뒤였다.)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가 유튜브 댓글에 남긴 글을 다음 아래와 같이 남겨둔다. 


  현역 육군 대위로 10년간 복무하다 올해 전역했습니다. 저도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저에게 부조리를 한 대대장이, 자신의 부조리가 알려질지도 모르게 되자..  사령부에 저를 "가정환경으로 인한 복무부적응"자로 만들어버리더군요. 저는 그렇게 보고가 올라갔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저는 그렇게 관심간부가 되었었습니다. 군 조직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정말..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또 다룰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글을 보고서 많은 분들이 내가 지나온 길에 대해서 격려해 주심과 동시에, 앞으로의 인생을 응원해 주셨다.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몇몇 댓글들을 나에게 참 답답함과 먹먹함을 느끼게 했었다. 첫째로 내가 현 국방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인지, 현 우파정부를 비난했다는 뜻에서인지는 몰라도 나보고 "빨갱이 공산당"이냐는 댓글이 있었다. 군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서, 그리고 군 생활과는 별개로 북한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빨갱이" 취급이었다. 이미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런 사람은 정치병에 걸린지라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나에게 "비겁자"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의 논리는 "군에서 그런 취급을 받았으면 용기 있게 신고를 해서 시정했어야지, 여기서나 징징대고서 비겁하게 전역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앞으로 그 대대장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 장교가 자살이라도 하게 되면, 그 자살은 전적으로 오롯이 나 때문이라는 궤변까지 빼놓지 않았다. (내가 해당 사실에 대해 신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고?) 뭐, 그래 그것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아직 더욱 큰 댓글(?)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당신이 복무부적응자일지 아닐지 어떻게 아느냐"는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았다. 당신은 왜 당신이 가정환경으로 인한 복무부적응자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당신의 주관이 군 조직의 판단보다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반문했다.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러한 글들을 읽고 나서 그냥 무시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어 댓글에 아래와 같은 추가 댓글을 달았다. 


엇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그저 지나가면서 하소연처럼 한 이야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혹 어떤 분은 제가 "가정환경으로 인한 복무부적응자"일 가능성을 왜 배제하냐고 댓글을 다셨는데..

1) 제가 그러한 해당사항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분노하고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2) 그러한 복무부적응자로 올라감에 있어 자에게, 혹은 제 가족이나 제 주변인에게 "가정환경"에 대한 단 한 번의 사실조사도 없었다는 점(이는 사령부도 인정했습니다)을 모두 고려해서 쓴 글임을 말씀드립니다.  

  저 또한, "전역하면 되지 뭐!"란 마인드로 할 말 다하면서 군생활을 했지만, 정말 힘든 사람들은 군 안에서, 그런 말조차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간부들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군대를 나와버린 비겁자에 불과할지 모르고요.   

말이 길었습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쓰고 난 뒤, 유튜브에서 울리는 모든 알람설정을 꺼버렸다. 마음이 후련했다. 


나는 누군가를 댓글로 공격한 것도 아니었으나, 나는 결국 누군가로부터 공격받고 말았던 것이다. 세상이 원래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것쯤이야 서른 살을 넘어가는 현시점의 나로서 모르는 바도 아니었으나, 참 모든 것들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불편해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참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현재 우리의 인터넷이 그런 것 같다. 뭐 하나 글을 올리면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후로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사회이슈 관련된 글을 보면, 아예 댓글창을 보지 않고 내려버리기도 한다. 건강한 논쟁과 토론을 벗어나, 이미 상호 간 혐오에 점철된 글들을 보면서 더욱 가슴이 조여 오는 경험을 한 뒤로는 아예 보는 것이 힘들 정도다. 

  <남은 음식은 제작진이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밈처럼, 이제는 모든 것이 불편해진 사람들의 불편해져 버린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지극히 회색빛깔의 생각을 곰곰이 떠올렸다. 물론, 어떤 글은 보는 이에 따라 충분히 불편할 수 있다. 그런 글에는 이러이러한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개인의 감성을 올리는 것이 전혀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생각해 보면,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불편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불편감을 어떻게 상대방에게 불편하지 않도록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지극히 당연한 소통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자. 호흡도 내쉬어보고, 머리를 깨끗하게 정리하자.

상대방에게 나의 "불편감"을 그대로 전달하지 말고, 나의 불편한 "생각"그 자체를 잘 전달해 보자. 



  누가 아는가? 혹시 당신이 느끼는 그 불편감을, 누군가는 당신을 보면서 똑같이 느낄지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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