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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Mar 17. 2024

혼돈의 인터넷 - 'ㅈ문가'와 '불편러들'의 댓글세상

하다 하다 댓글로도 싸우고 대립하는 세상

  요즘 아무래도 가장 핫한 SNS들 중 하나는 유튜브를 위시한 동영상, 그중에서도 아마 '쇼츠'나 인스타그램의 '릴스'가 아닐까 싶다. 여러 가지 짧은 영상들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나 자신도 이런 쇼츠영상을 보게 되는데, 보다 보면 최근의 사건사고라던지, 혹은 '생활꿀팁' 같은 영상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생활꿀팁이나 사건사고 영상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 주는 동시에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각도의 시선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최근 이런 영상을 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댓글창 읽기'다. 각종 사건사고에 항상 등판하는 'ㅈ문가' 혹은 판사놀이를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영상을 보면서도 "와 이거 댓글창 장난 아니겠는데?"라는 생각에서부터, 더 나아가 아예 댓글창을 읽지 않고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어왔다. 


  최근에 가장 댓글을 보면서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우가 있었는데, 아마 경기북부의 모 저수지에서 소방헬기가 저수지의 물을 담는 예행연습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영상 속 헬기는 수면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물에 빠져버리면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헬기를 타보기만 했지 몰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헬기 조종사의 조종미숙인지, 기체 결함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영상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영상이 주는 감정은 그저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영상을 넘기기 전 댓글창을 한 번 열어보았다. (사실, 이미 열면서도 전문가들이 등판해서 갑론을박을 하겠군, 이라고 이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마어마한,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만큼이나 불필요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종 전문용어들이 날아다니고, 각종 전문가들과 현직 종사자, 조종사까지 등판하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뭐 현장에서는 어떻다느니, 헬기의 피칭(?) 기동은 어떻다느니, 조종간을 어떻게 조작하는 기동방식이 있다느니... 새롭고 신기한 지식을 듣는 것은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내 말이 옳다"는 식의 다툼은 보기 좋지 않았다.


  '내가 헬기 정비사인데?'라는 댓글에는, '나는 헬기 조종사인데?' 하면서 더더욱 자신의 권위를 높게 세우려는 댓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미 사고의 안타까움은 댓글창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고, '내가 너보다 더 많이 안다'던가,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댓글들이 뒤를 이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잘못된 정보를 내놓는 댓글에는, 혹시라도 더 정확하거나 맞는 정보를 주는 '정정 댓글'이 달려야만 한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정정 댓글이 단순히 정정을 넘어서서 '내가 너보다 많이 안다'는 자기 과시의 꼰대질로 바뀔 때, 사람은 더더욱 치졸해지는 건 아닐까.


  쇼츠를 넘겼다. 다른 영상들이 또 즐비했다. 이러한 영상들은 얼마나, 그리고 그 영상들의 댓글창에는 더 얼마나, 많은 교전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상상했다.



  나부터도, 조금씩 조금씩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에 나 스스로를 더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기를, 조용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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