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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Jan 02. 2024

정면돌파에 대하여 :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자

사과와 책임에 대한 당당함에 대하여

  최근, 대전에 맛있는 약과집에 새로이 오픈했다고 해서 지난 날 방문했었다. 이미 나의 고향에선 입소문을 타고 굉장히 인기를 끌던 약과였는데, 이제 트렌디함을 더해서 전국 여기저기에 분위기 있는 카페로 지점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 대전지점에 생긴다고 하길래, 오픈일에 맞춰 방문했었다. 추운 겨울날, 어마어마한 웨이팅 인파의 줄이 있었지만, 나름 언제 또 와보겠나하고 기다렸더랬다. 줄도 어느정도 1시간 이내로 끝날 것 같다는 나의 판단도 나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총 웨이팅 시간은 3시간이었다. 물론 매장의 사정도 있었겠지만, 3시간이 걸릴 웨이팅 줄이 아닌데 왜 이러게 오래 걸리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따금씩 같이 간 연인에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와봤는데, 직원분들의 일처리가 많이 미숙했다. 뭔가 인원수에 따라서 딱딱 들어가는 느낌도 아니었고, 뭔가 카운터와 현장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응대를 해주시는 직원분들 자체는 참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래, 뭐 요새 핫하다는 곳에서 웨이팅이 없는 곳이 있겠느냐, 하고서 기다렸다. 그런데, 메뉴는 주문하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약과를 테이크 아웃으로 포장해감에도, 무조건 1인 1음료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인별로 파지약과 2팩, 정품약과 1팩을 포장해가면서도, 무조건 음료도 시켜야한다는 것. 즉 음료 강매였다. 그리고 기나긴 웨이팅 줄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내 감정이 음료 강매에서 무너졌다. 


  다행히(?) 내 옆에 있던 연인이 무척 화가 났길래, 일단 나의 레이더를 그 쪽으로 돌려 연인을 진정시키는데 집중했다. 정말, 요즘 시대에 강매라니. 대체 무슨 일인지 참 당황스러운 휴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이걸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한 개인이 자신의 사업장을 차렸고, 그는 그의 영업전략에 맞게 판매를 한 것 뿐이다. 혹자가 말한 것 처럼, "꼬우면 사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이 카페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연인과 약과 구매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 당연하게도(?) 해당 카페의 SNS 계정의 댓글은 난리가 났다. 웨이팅 시간이 이게 뭐냐, 왜 안내를 안해주냐부터, 무척 많은 분들이 특히나 '음료강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약과 한 팩을 사더라도 1인 1음료라니. 그런 분들의 의견을 보면서 "그래, 내가 그래도 갑질 고객은 아니구나" 나름 정신승리(?)도 했더랬다. 

  그런데 이윽고, 이 카페 SNS는 모든 댓글 기능을 막아버렸다. 정말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서 안쓰럽기까지 한 대응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불만이 있었다는 "팩트"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벌어진 일들과 헤프닝이라면, 차라리 "오픈 첫 날 카페 운영에 불편한 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차후엔 더 좋은 서비스로 찾아뵙겠다"등의 반응으로 정면돌파를 했었다면 어땠을까? 굳이, 볼 사람은 다 보아버린 댓글창을 닫는 근시안적인 반응은 매우 아쉬웠다. 차라리, 정면돌파로 사과를 하고, 다음번엔 꼭 보답의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 같은 멋진 말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과 함께.


  나에게 있어서 단순한 약과 카페의 헤프닝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일이었다. 


  사과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존심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틀렸다"거나, 혹은 틀렸을"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과는 매우 무겁고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무거움을 "실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만한 일이기도 하고. 


  사과는, 용서받을자와 용서를 해줄자의 당당한 대면이자, 용기있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사과의 정정당당함과 그 용기에 서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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