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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하이브리드戰
: 전쟁의 서막 (2)

모호한 경계, 그러나 분명한 적대행위의 시작

by 김휘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러시아의 이러한 "상황인식"은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사건과 겹치면서 사건은 급속도로 전개되고 만다. "유로마이단"이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일어났던 시위의 하나로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진중이던 EU가입을 철회하고 친러정책으로의 회귀를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다. 즉, 친 서방 정책을 지지하던 시민계층에서 일어난 반대운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러시아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다다르고 만다. 첫째,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려는 것이고, 둘째로 이를 통해 벌어질 수 있는 (EU, NATO 가입 등)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개입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 2014년의 크림반도 사태, 그리고 돈바스 전쟁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포스팅이 필요할것이므로, 차후에 다루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라는 부분에 집중하여 간결히 넘어갈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사태에 주도 / 개입하였으며, 이는 점차 번져 결국 "돈바스 전쟁"으로 까지 번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는 이미 러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역사와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것은 소련시절 흐루쇼프 서기장의 독단적 판단이었다는 점들을 들어 크림반도의 영유권 주장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막기위해서 여러가지 입법을 통해 반도 내의 반대세력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크림반도는 혼란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러시아는 군사적 / 비군사적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입의 준비는 러시아군의 총참모장인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에 의해 주도되었다.


게라시모프는 2013년,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경제/정보/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시킨 비대칭적 군사행동으로 새로운 전쟁양상을 정의하였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는 군사적 충돌보다는 비군사적,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며, 군사적 수단의 정규전과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즉, 이는 회색지대(grey zone)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도 불리는데, 전쟁과 평화의 경계선이 모호하기 때문에 벌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쉽게 말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군사적 수단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비중의 "비군사적"수단으로의 공격을 시도하고, 이를 전쟁과 평화, 그 사이의 모호함을 이용함으로서 서방세계가 "대체 지금 전쟁인거야, 아닌거야?"와 같이 판단 내리는데에 주저하게 만듬으로써 시간을 번다는 것

이 주요한 내용이 되겠다.

noname01.png 경쟁의 연속체와, 일명 "회색지대"에서 벌어진 각종 분쟁들의 예시. 우측 상단, "전쟁의 문턱(Threshold between peace and war)"에 주목하길 바란다.


이러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다음 아래와 같은 특성을 지닌다.

1) 전쟁과 평화, 그 사이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 이러한 소규모 분쟁 또한 정규전 못지않는 파멸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임.

2) 비군사적 수단과 군사적 수단의 비율은 "4대1"이다.

* 비군사적 수단 : 경제적 / 외교적 / 정치적 수단으로의, 모든 수단을 동원한 혼란 가중

3) 전쟁은 더이상 "선포"되지 않으며, 통상적인 패턴이 없다.

* <긴장 증대 - 동원령 선포 - 선전포고 - 전쟁 발발> 이라는 통상적인 전쟁의 패턴이 없음

4) 적국 영토 전체에 걸친 "항구적 전선"의 구축한다.

* 적 재래식 군사력의 이점을 무력화, 국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안을 증가시킴


이러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실질적인 적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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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개전과 그 이후의 짧은 시간동안 군사적 / 비군사적으로 상대국을 마비시키고 전쟁을 빨리 종결짓는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점에서 착안하여볼때, 우크라이나가 개전 초기의 혼란을 재빠르게 수습하고 국민 여론을 일치단결하여 러시아의 공격을 막아내자, 하이브리드 전쟁의 적용에 실패하고 전통적인 정규전의 단계로 넘어가게되어 전선에서 지속적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차후에 또 다루겠지만, 러시아의 대대전술단(BTG)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쟁에 적합한 편제로 각광을 받았지만, 하이브리드 전쟁의 전개에 실패하고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군대와 재래식 정규전을 벌이게되자 모든 전선에서 전투력의 저하로 결국 키이우로의 진군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우리에게 어떤 함의를 줄 수 있을까? 그건 아무래도 북한에 의해 수행될 새로운 전쟁수행의 방법을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일 가장 큰 조건 중 하나는,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여 그 국가 내부로의 침투가 용이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전 이전에 충분히 상대국의 내부에서 많은 갈등요소를 폭발시켜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막상 전쟁이 벌어지면 혼란스러운 상대국에 재빠르고 가벼운 기동전투단이 진군하여 단시일내에 전쟁을 끝낸다는 러시아의 설계를 보았을때, 북한이 이러한 사례를 보고 분석, 군침을 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북한의 국력과 능력으로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를 따져묻는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우리에게도 지속적으로 연구, 공부해야할 가능성이 지대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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