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먼 자리에 서게 되는 이야기
평생 같을 편일 거라 믿었던 사람은
어느 날부터 조금씩 소식이 뜸해지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처음부터 함께해 온 것처럼
당연한 존재라 여겼던 사람은
지금 내 하루에서 가장 먼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은
어느새 내 하루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아침의 첫 생각과
밤의 마지막 마음 사이에
그 사람이 조용히 들어와 앉아 있다.
관계는 늘 그런 식으로 온다.
우리가 정성을 다해 지켜온 마음은
어느 순간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하고,
아무 기대 없이 스쳐 지나치던 시간은
어느 날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누군가는 내 삶을 환하게 밝혀 주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곁을 지키며
오래도록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또 어떤 사람은
내 안에 숨겨진 좋은 부분을
자꾸만 꺼내 보게 만들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사람을 믿는 방식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얼굴이었을 수도 있고,
다시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을 수도,
혹은 차라리
잊고 싶은 한 시절이었을 수도 있다.
그 안에 대단한 의도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고,
각자의 하루가 있고,
각자의 피로가 있다.
그 하루들이 서로 얽히다 보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다른 모양으로 변해 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사람을 쉽게 단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번의 모습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인연이 영원할 것이라
섣불리 믿지도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가오는 하루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 스쳐 가는 사람에게
내가 누군가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그것만 조용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