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에 슨 녹: 무게를 잃어버린 말들에 대하여

침묵이 유일하게 정직한 소리가 될 때

by 나리솔


혀에 슨 녹: 무게를 잃어버린 말들에 대하여



침묵이 유일하게 정직한 소리가 될 때



때때로 말은 우리가 너무 오래 입고 벗지 않는 낡은 옷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따뜻함을 주다가, 몸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죠. 그러다 어느새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낡은 넝마로 변해버립니다. 우리는 관성적으로 그 말들을 계속 내뱉지만, 공기 중에는 더 이상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는 녹 냄새가 납니다.

저는 오래된 관계 속에서 말들이 ‘산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우리가 속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채 백 번째 ‘미안해’라고 말하거나,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사랑해’라고 말할 때, 이 말들은 금속성 막으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것들은 차갑고 톡 쏘는 듯한, 혀의 자연스러운 감각을 마비시키는 독특한 맛을 띠게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하는 말의 진정한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우리 사이의 공허를 채우기 바라며 이 말들을 공간에 던져버릴 뿐이죠.

우리는 ‘수평적인 대화’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깊이 파고들지 않고, 마치 늪 위의 안개처럼 표면을 따라 흐르는 대화입니다. 우리는 저녁 식사 계획, 전기 요금,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말 아픈 것을 건드리기를 두려워합니다. 더 깊이 파고들면, 언젠가 깨져버린 ‘어항’의 날카로운 파편들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말에는 그 나름의 무게가 있습니다. 젊고 진심 어린 말들은 가볍고, 마치 대화 상대에게 날아가는 솜털과 같습니다. 그러나 불만과 습관에 갉아먹힌 말들은 돌멩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 돌멩이들을 서로에게 던지며, 그런 대화는 익숙해져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멍자국을 남깁니다. 우리는 이것을 ‘일상’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느린 파괴입니다.

어느 순간, 우리가 있는 방은 너무 비좁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가구 때문이 아니라, 오래된 다툼과 말하지 못한 고백들의 쌓인 메아리 때문이죠. 이 메아리는 공기 중에서 울려 퍼지며 두통을 유발하는 배경 소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침묵하자."

하지만 침묵이 항상 소리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정직한 형태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침묵 속에서는 녹 소리가 삐걱거리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로 왜곡되지 않은 채, 마침내 서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침묵은 우리 영혼의 방을 환기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는 말들이 본래의 무게와 순수성을 되찾을 기회입니다. 그리하여 내일 우리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거기서 '녹슨' 변명이 아닌, 적어도 한 방울의 진정한 인간적 온기가 담긴 무언가가 흘러나오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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