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에 대하여
말이 많은 하루였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못한 말들이 마음 한쪽에 조용히 쌓여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설명해야 했고, 때로는 나 자신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보이려 애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했을까.
괜히 텔레비전을 켜지 않았다. 휴대폰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었다. 방 안에는 익숙하지 않은 고요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그 침묵이 어색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이렇게 가만히 있는 시간이 왠지 아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동안, 마음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지나가고, 나무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장면은 이상하리만큼 충분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것을.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해받기 위해서,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해서.
하지만 조용한 시간 속에서 만난 내 마음은
그 어떤 말보다도 분명했다.
크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건 분명히 나의 것이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우리는 늘 더 나아가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멈춰 서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을 만나게 되기도 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조용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를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