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매화처럼, 다시 일어서는 당

다시 일어서는 당신에게

by 나리솔




겨울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매화처럼, 다시 일어서는 당신에게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았던 그 길고 추웠던 겨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달려가는데, 나 홀로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함.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해지던 그 시간들을, 이 글을 읽고 계신 '좋은 님'도 어쩌면 겪어보았거나 지금 지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연을 기다린다는 이 따뜻한 부름 앞에, 당신과 내가 지나온 그 치열하고도 고독했던 밤들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집니다.


​우리는 흔히 아픔을 피해야 할 것, 혹은 실패의 흉터로만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김난도 교수가 말했듯 "아프니까 청춘"이고, 정호승 시인이 노래했듯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부서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도 인생의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굳건하다고 믿었던 관계마저 모래성처럼 흩어졌을 때, 저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웠고, '내 인생의 시계는 영영 고장 나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차가운 방바닥에 웅크려 누워 소리 없이 흐느끼던 수많은 밤들. 그때는 그 어둠이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참으로 신기한 것은, 가장 깊은 절망의 한가운데서 비로소 내면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그것은 아주 미약했지만, 그 어떤 폭풍우도 꺼뜨릴 수 없는 생명의 불씨와도 같았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추운 겨울, 꽁꽁 언 땅속에서 씨앗들은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가올 봄날에 피워낼 찬란한 꽃을 위해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내실을 다지는 중입니다. 봄에 피는 벚꽃이 있고, 늦가을에 피는 국화가 있듯, 우리 각자의 인생에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때'가 다를 뿐입니다. 당신의 인생 시계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간다고 해서, 혹은 잠시 멈추어 섰다고 해서 당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결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단숨에, 그리고 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무릎을 꿇고, 그다음에는 곁에 있는 벽을 위태롭게 짚고, 비틀거리며 아주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또다시 넘어질까 두려워 다리가 떨렸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한 번 크게 넘어져 본 사람은 넘어지는 법을 알고, 훌훌 털고 일어나는 법도 배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처 난 무릎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배기고, 그 굳은살은 앞으로 달려 나갈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의 매서운 겨울 한가운데를 맨몸으로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 지독한 성장통과 좌절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그 아픔은 당신을 무너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빚어내기 위한 생의 담금질이라고 말입니다.


​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여린 새싹처럼, 우리는 결국 다시 일어설 힘을 우리 안에 이미 품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조개만이 영롱한 진주를 품어내듯, 어려움을 이겨낸 당신의 그 아픈 사연은 훗날 누군가에게 길을 비춰주는 따뜻한 등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너무 매섭게 자책하지 마십시오. 남들의 속도에 맞추려 조급해하지도 마십시오. 그저 오늘 하루, 당신에게 주어진 몫의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아주 작은 한 걸음만 내디뎌 보십시오. 비틀거려도, 잠시 멈춰 서서 울어도 괜찮습니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당신의 봄은 반드시 옵니다.


​모진 눈보라를 견뎌낸 매화가 가장 맑고 짙은 향기를 뿜어내듯,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선 당신의 삶은 그 누구의 것보다 고귀한 향기를 품게 될 것입니다. 다시 시작될 당신의 찬란한 두 번째 봄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