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의 기술

에세이

by 나리솔


은 행복의 기술




행복을 크게 만들려다 지칠 때가 많다. 먼 여행, 큰 성취, 완벽한 타이밍. 준비할 것도, 비교할 것도 많아진다. 그런데 하루를 살아보면 알게 된다. 우리를 진짜 붙잡아 주는 건 크지 않은 것들이라는 걸. 물 한 컵의 맑음, 침대 맨 끝에 남겨둔 햇빛, 씻고 나온 뒤 수건의 포근함. 이런 사소함이 삶의 바닥을 단단하게 만든다. 큰 파도가 와도 배가 뒤집히지 않게 해주는 건, 거대한 돛이 아니라 작은 균형감각일지 모른다.

나는 요즘 행복을 기술처럼 연습한다.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반복으로 익히는 손놀림. 첫째, 속도를 낮추는 기술. 밥을 천천히 씹고, 메시지에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기. 급해질수록 미세한 것들이 사라진다. 맛, 냄새, 손끝의 감각 같은 디테일이 사라지면 하루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속도를 낮추면 그 디테일이 돌아온다. 돌아온 디테일은 마음을 채운다.

둘째, 고르기의 기술. 완벽한 하루 대신 괜찮은 순간 세 개를 고른다. 이를테면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강제로 뽑는 거야. “따뜻한 차 한 잔”, “친구에게 보낸 짧은 안부”, “해 질 때 본 하늘.” 이 세 가지가 있으면 하루는 실패가 아니다. 성과가 없어도 만족이 생기고, 비교가 와도 흔들림이 덜하다. 행복은 결과보다 선택의 패턴이라는 걸, 이렇게 배우게 된다.

셋째, 여백의 기술. 달력을 꽉 채우면 잘 사는 것 같지만, 마음은 숨 쉴 틈이 없다. 빈칸을 남겨두면 불안해질 수도 있어. 그래도 남겨둔다. 갑자기 찾아온 초대, 우연히 마주친 장면, 예상 못 한 쉼이 들어올 자리가 필요하니까. 여백이 있어야 선명함이 생기듯, 쉬는 칸이 있어야 기쁨이 모양을 갖춘다. 쉬어야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넷째, 돌봄의 기술. 나를 너무 크게 위로하려 하지 않고, 작고 꾸준하게 챙긴다. 물 충분히 마시기, 짧은 산책, 스트레칭 5분, 잠들기 전 나에게 “수고했어” 한 줄. 이건 유행도 트릭도 아니라, 지구력이 있는 친절이다. 친절이 쌓이면 자기혐오가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줄어든다. 기분은 예측 불가하지만 루틴은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흔들릴수록 루틴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기술. 많이 말하기보다 정확히 말한다. “괜찮아?” 대신 “오늘 점심 먹었어?” 같은 질문. 구체는 마음을 안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도움 필요하면 말해줘” 대신 “내일 저녁 7시에 전화해도 돼?”라고 제안한다. 사랑은 추상에서 구체로 옮겨갈 때 따뜻해진다. 멋진 문장보다 제시간에 도착한 메시지가 더 위로가 된다.

이 모든 기술은 사실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행복은 사건이 아니라 태도다.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 가능한 작은 정확함을 선택하는 일. 완벽을 향해 달리기보다, 충분을 발견하는 연습. 오늘의 나는 이렇게 적어 둔다. “급하지 않기, 고르기, 비워두기, 챙기기, 구체적으로 말하기.” 이 다섯 가지만 기억하면, 하루는 생각보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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