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short story
그날 지민은, 마치 쏜살같이 달리는 기차 안에 갇힌 기분이었어. 눈앞의 풍경들은 휙휙 지나가는데,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 바쁘게 살아가는데도 마음은 늘 공허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계속 놓치고 있는 것 같았거든.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걷다가, 도시의 소음마저 희미해지는 낡은 골목으로 들어섰어. 그곳엔 시간이 멈춘 듯한 작은 고서점이 있었지.
지민은 자석에 이끌린 듯 서점 문 앞에 멈춰 섰어. 낡은 나무문에 걸린 작은 칠판에 누군가 흰 분필로 또렷하게 글씨를 써 놓았더라고.
"우리는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곤 한다. 그러나 기억해라, 진정한 삶은 그 찰나의 숨결 속에 있다. 멈춰 서서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세상은 너에게 속삭이기 시작할 것이다."
지민은 글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 '찰나의 숨결', '멈춰 서서 귀 기울일 때'… 너무나 평범한 말인데, 이상하게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느낌이었어. 마치 지민의 복잡한 마음에 딱 맞는 답을 찾아낸 것 같았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곰팡내 섞인 낡은 책 냄새와 오래된 나무 향이 지민을 감쌌어.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가득했어.
서점 안쪽, 돋보기 너머로 책을 읽고 있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지민을 바라봤어. 깊은 눈매와 온화한 미소를 가진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없이 지민에게 손짓했고, 지민은 이끌리듯 할아버지 앞에 놓인 낡은 의자에 앉았어. 할아버지는 작은 탁자에 따뜻한 매실차 두 잔을 내밀었어. 잔에서 피어나는 김처럼, 지민의 얼어붙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
서점 안에는 오직 책장 넘기는 소리와 차를 마시는 작은 소리만 가득했어. 할아버지는 지민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지민 또한 할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그저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고, 고요함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 지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어. 바깥세상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삶의 의미가, 어쩌면 이렇게 평범하고 고요한 순간 속에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닿았어.
차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지민은 할아버지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어. 할아버지도 잔잔한 미소로 지민의 앞길을 배웅해줬지. 고서점을 나와 다시 골목길에 선 지민은, 이전과 똑같은 도시 풍경을 마주했지만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어. 시끄러웠던 차 소리마저 이제는 세상이 보내는 활기찬 속삭임 같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삶의 흔적이 보였어.
어쩌면 우리는 삶의 거대한 의미를 찾아 먼 곳만 바라보지만, 진정한 아름다움과 깨달음은 늘 가장 가까운 곳, 가장 평범한 찰나의 순간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오늘 지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우리 삶도 결국은 이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영원인 것 같아. 그렇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