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엔

에세이

by 나리솔


비가 오는 날엔




비가 내리면, 기억도 함께 내린다.
첫 빗방울이 땅을 적시는 순간, 잊었다고 믿었던 사람이 마음속에 다시 피어난다.

슬픈 음악이 흘러나오면 오래된 노래처럼 지난 시간이 되살아난다. 그때의 웃음소리, 따뜻했던 눈빛, 끝내 말하지 못했던 고백까지… 빗소리에 섞여 다시 내 앞에 선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추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증발했다가, 이렇게 비가 되어 되돌아올 뿐이다. 창밖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마음의 문을 열고, 묶여 있던 감정을 다시 흘려보낸다.

오랫동안 나는 내 탓, 네 탓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아픔에는 이유도, 잘못도 없다. 그저 비가 내릴 뿐이고, 비는 늘 기억을 데려올 뿐이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 오늘은 함께 웃다가도 내일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불확실함 속에서 삶의 빛이 생긴다. 기쁨과 이별, 두 감정이 한 장의 책처럼 나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알지만, 나는 여전히 그리워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빗줄기가 멎고, 해가 다시 떠오르면 나는 그때쯤 음악을 들어도 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비와 함께 울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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