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 속의 삶

by 나리솔


종이봉투 속의 삶


내 앞에는 빵으로 가득한 진열장이 있다.

그 빵들은 줄지어 놓여 있다. 마치 오래전에 누군가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지은 것처럼.
나는 그 빵들을 바라보며 느낀다. 이 안에는 새벽의 숨결, 화덕의 불길, 어둠 속에서 일찍 일어난 제빵사의 손길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내 손에는 종이봉투가 있다. 그 안에는 바게트 두 개, 와인 한 병, 그리고 저녁을 조금 따뜻하게 해 줄 몇 가지 소소한 것들이 담겨 있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사야 할 빵, 살아 내야 할 저녁.

나는 생각한다. 외로움은 언제나 이런 사소한 것들 사이에 숨어 있다는 것을. 주머니 속에는 장바구니 메모지가 있고, 진열장에는 수십 개의 비슷한 빵들이 놓여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의 향기는 속삭인다.
“너는 아직 살아 있다. 너는 아직 먹을 수 있고, 너는 아직 맛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종이봉투를 꼭 쥔 채 집으로 향한다. 마치 삶 그 자체를 들고 가는 것처럼.
어쩌면 삶은 그저 빵일 뿐이다.
어쩌면 사랑은, 겨울 저녁의 손바닥을 데워 주는 바게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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