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뿐이었다

by 나리솔


비, 그뿐이었다


네온빛 어두운 도시의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젖어가고, 축축해졌다.
아스팔트에서는 빗내음(페트리코르)이 퍼져 나왔는데, 마치 수천 개의 작은 입자들이 마침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자유로이 풀려나, 이 먼지투성이 도시에게 빗방울의 신선함을 선물하는 듯했다.
그 빗방울은 하늘에서 별처럼 떨어져, 마른 아스팔트에 스며들며 향기를 풍겼다.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 거리에 거의 생명이 없는 시간. 오직 고요만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생명 없는 곳조차도 그 안에서 삶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퇴근 후, 그 ‘생명 없는’ 거리 중 하나를 지나가야 했다.
의심스럽고 불쾌한 구역을 하루빨리 지나가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두려웠다. 두 손으로 빨간 우산을 꼭 움켜쥐고, 아스팔트에 고인 물웅덩이를 성급히 뛰어넘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웅덩이 속에는 네온 간판의 빛깔이 비쳤고, 그 불빛들은 서서히 꺼져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의 정글이었다. 그 속에는 슬픔이 봉인되어 있었지만, 그 슬픔은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나는 즐거웠고, 아마 내 기분이 이 거리들에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 다른 거리로 들어섰다.
그곳은 전혀 달랐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고요하고 무의미하던 거리가 이제는 생기로 가득 차 활기차게 울리고 있었다.
그 순간을 나는 마음속에 선명히 새길 수 있었다.

이 거리는 완전히 달랐다.
이름뿐만 아니라 그 성격마저도 달랐다.
웃지 마시라, 거리에도 저마다의 성격이 있다. 바로 이 거리처럼.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많았고, 모두 어딘가로 급히 가고 있었다.
아까 지나온 거리에서는 오직 나만이 서둘렀지만, 이제는 내가 멈춰 서서 다른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그들 역시 깊은 생각에 잠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을 뿐,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모두 서두르는 걸까?
아무도 멈추어 서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려 하지 않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조금 전까지 함께하던 활기찬 기분이, 이 생각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나는 정류장 근처에 멈춰 서서,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렸다.
멀리서 빛이 보였고, 그것은 내 버스의 헤드라이트였다.
그 빛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우산을 꼭 쥔 채, 떨어지는 빗방울을 털어내고 조용히 버스에 올라 빈자리에 앉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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