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집이 없는 삶
나만의 공간을 찾아서, 내 안의 뿌리를 내리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난 후, 나는 마치 텅 빈 거리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듯했다. 그 공허함은 비단 마음속의 허기뿐만이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나는 세상에 홀로 던져진 존재가 되었다. 부모님은 내게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않으셨고, 한때 우리의 온기 어린 보금자리였던 그 집은 더 이상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금이 간 벽돌로 지어진 그 집은 순식간에 차갑고 낯선 타인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 낡은 벽들 앞에 서서, 마치 집 자체도 나를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듯한 잔인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 견고했던 벽들은 이제 나를 감싸주지 않는, 단단한 외면이었다.
처음 내가 몸을 뉠 수 있었던 곳은 낡은 목욕간이었다. 그곳은 한때 엄마가 장작을 패며 가족을 위해 온기를 만들어냈던 공간. 그을음과 축축한 나무 냄새, 그리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그 작은 공간이 나의 유일한 피난처가 되었다. 빛 한 줄기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낡은 나무 벤치와 덮으면 덮을수록 더 시려오는 오래된 담요 하나에 의지한 채 밤을 보냈다. 아무리 몸을 웅크려도 파고드는 냉기는 살을 에는 듯했다. 겨울에는 내 숨결조차 하얀 입김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고, 나는 마치 스스로를 안아주려는 듯 두 팔로 내 몸을 꼭 감쌌다. 때로는 잠결에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빨이 심하게 부딪히는 소리에 잠에서 깨기도 했다. 그 소리가 마치 누군가 내는 소리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면, 나는 더욱더 외로웠다.
학교에서는 나는 필사적으로 '보통 아이'인 척하려 애썼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매일 아침 따뜻한 집 문을 열고 나온 것이 아니라, 얼어붙은 목욕간의 틈새로 비집고 나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내 머리카락에서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추위와 불안감 때문에, 혹은 밤새 잠 못 이룬 피로 때문에 손가락을 미세하게 떨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 모든 사실이 들통날까 봐 늘 두려웠다. 다른 아이들의 측은한 시선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질문들에 직면하게 될까 봐.
그러나 결국, 내 안의 비밀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마치 오랜 시간 억눌렸던 울음이 터져 나오듯, 너무나 힘들어 한 번은 친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아이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더니,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건넸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알아.”
그렇게 열네 살, 나는 난생 처음으로 담배가 가득 담긴 상자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허름한 가게 옆에 서서, 오가는 어른들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고 짤랑거리는 동전을 받아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고, 손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나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동전들이 나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작지만, 너무나 절실한 진짜 기회였다.
밤이 되면 더 큰 숙제가 기다렸다. 내게는 돌아갈 집이 없었기에, 아는 사람들의 집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때로는 친구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늦었으니 자고 가”라고 해맑게 권유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가 갈 곳 없는 아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낯선 집의 딱딱한 소파에서 잠들었고, 익숙하지 않은 비누 냄새와 벽 너머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면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 “아침 먹어라” 하고 불러주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나는 날이 밝기 무섭게 가장 먼저 일어나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내가 남긴 흔적이라곤 차가운 침대 시트 위의 싸늘한 자리뿐이었다.
나는 돈을 한 푼, 한 푼 모았다. 동전이 쌓여 지폐가 되고, 지폐가 모여 또 다른 돈이 되었다. 혹시라도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쓸까 봐 두려워, 작은 상자 속에 조심스레 모아두었다. 담배 한 갑을 팔아 벌어들인 돈, 밤새 남의 집에서 웅크린 채 보낸 수많은 밤들이 나의 꿈을 향한 간절한 발걸음이 되었다.
나의 꿈은 더 이상 인형이 아니었다. 예쁜 드레스도, 화려한 생일 파티도 아니었다. 나의 꿈은 오직 단 하나의 ‘방’이었다. 나만의 작은 공간. 문을 닫고 비로소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에서 ‘이것은 나의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귀퉁이. 그곳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크게 들이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내, 오랜 시간 동안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이 작은 희망을 이룰 만큼 모였다. 나는 작고 허름한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벽은 누렇게 변색되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천장은 너무 낮아 답답했다. 삐걱거리는 침대는 몸을 뒤척일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모든 허름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방의 문을 닫고 들어섰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것은 단순히 지친 몸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을 위한, 온전한 승리의 눈물이었다. 나의 의지로 얻어낸,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아무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그 혹독한 환경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이따금 외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마다, 나는 엄마의 손을 떠올린다. 내가 엄마의 싸늘한 손을 잡았던 그 마지막 순간. 엄마는 삶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이제, 그 싸움은 나의 몫이 되었다. 엄마의 용기가 내게로 전해진 듯했다.
세상은 나에게 가족을 앗아갔고, 따뜻한 집을 뺏어갔으며, 순수한 어린 시절마저 훔쳐갔다. 하지만 이 작고 초라한 방 안에서 나는 깨달았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나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힘'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린 이 강인함이야말로, 내가 살아갈 이유이자, 나의 영원한 희망이 될 것이었다. 나는 이제, 나만의 길을 걸을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