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배신: 가장 큰 상처가 가르쳐 준 진정한 나의

by 나리솔


9화. 배신: 가장 큰 상처가 가르쳐 준 진정한 나의 힘



병원 문을 나선 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내 작은 방으로 돌아왔다. 몸은 여전히 쇠약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내 안에는 더 단단하고 굳건한 결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만약 삶이 나를 또다시 땅바닥에 내팽개친다면, 나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온몸으로 고통을 견뎌낸 경험은 내게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제, 몇 달간의 지독한 고통조차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깨달음은 나에게 가장 쓰라린 위로였다.


방은 내가 떠났을 때와 다를 바 없는 공허함으로 나를 맞이했다. 벗겨진 벽,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그리고 축축한 곰팡이 냄새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물은 여전히 이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나의 아침은 여전히 무거운 양동이를 나르는 고된 노동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 모든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는 형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혹독하지만 필요한 훈련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이 혹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반드시 살아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매일같이 다짐했다.


나는 수많은 잡다한 일을 전전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새벽녘, 아무도 없는 아파트의 계단을 청소하고, 상점의 차가운 바닥을 닦았다. 물류 창고에서 무거운 상자들을 나르고,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배포했다. 해가 뜨면 도시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녔고, 저녁에는 쑤시는 다리와 후들거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며 방으로 돌아왔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동전 하나하나가 모여 지폐가 되고, 그 돈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는 견딜 수 없는 희망과 솟아나는 힘을 느꼈다. 그 돈은 단순한 지폐가 아니라, 나를 살게 하는 생명의 끈이었다.


몇 년 후, 나는 운 좋게도 제법 규모가 큰 컨설팅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나의 허름한 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넓고 깔끔한 사무실, 잘 재단된 정장을 입은 세련된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이제껏 진열장에서나 보았던 첨단 컴퓨터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나의 과거가 드러날까 봐 늘 두려웠고, 이 화려하고 낯선 세상 속에서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따뜻하게 받아들여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동료들과 친구들을 만났고, 심지어는 난생처음으로 '외롭지 않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친구도 생겼다.


그녀는 나에게 친자매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함께 웃고 울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를 지탱해 주었다. 나는 그녀를 그만큼 믿고 의지했다. 그 믿음은 너무나 깊어서, 나는 그녀를 나의 작은 방에 함께 살 수 있도록 호적에 올리고, 법적으로도 나의 공동 소유자로 등재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나에게는 단순히 차가운 벽과 고된 일만 있는 것이 아니야. 드디어 내 곁에 기댈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생겼어.' 오랜 방랑 끝에 비로소 찾은 안식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가진 마지막 한 조각의 빵도 서슴없이 나누었고, 그녀가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왔다. 돈이 필요할 때는 망설임 없이 내 수중의 얼마 안 되는 돈을 빌려주었다. 그녀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나는 이 세상에 이런 인연을 주신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단지 기만적이고 잔인한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고된 업무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나의 모든 물건들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피땀 흘려 모았던 옷가지들, 오랫동안 아껴 읽던 책들, 소중히 간직했던 나의 일기장과 노트들. 내 세상의 전부였던 그 모든 것들이 차가운 길바닥, 더러운 흙 위에 무참히 팽개쳐져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창문에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후회도, 미안함도, 심지어 아주 작은 연민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차갑고 텅 빈 무관심만이 가득했다. 그 시선은 나의 심장을 칼날로 난자하는 듯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나의 순진한 마음을, 나의 지독한 외로움을, 그리고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던 나의 간절한 소망을 철저히 이용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나의 집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나의 삶과 영혼 속으로 들어와 나를 다시 잔인하게 길 밖으로 내던진 것이었다. 나의 모든 것을 빼앗고, 나를 빈털터리로 만들었다.


나는 길거리에 팽개쳐진 내 물건들 사이에 서서,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단지 배신당한 고통 때문에 흐르는 눈물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나 쓰라리지만, 중요한 깨달음에서 오는 눈물이기도 했다. ‘믿음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중 가장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보석과 같구나.’ 그 깨달음은 나에게 또 하나의 흉터로 남겨질 것이었다.


나는 또다시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 지독한 굶주림과 병마와의 싸움, 그리고 끝없는 노동의 무게. 삶은 또다시 나를 시험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안에 새로운 것이 움트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쓰라린 상처만이 아니었다. 그 모든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나는 내가 이미 가족의 상실과 굶주림, 그리고 죽음에 이를 뻔했던 병마까지 이겨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배신감 또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생존의 '힘'이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이 힘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나의 길은 이제 또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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