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며
올 여름, 내겐 조금 더 무거운 여름이었다.
매미 대신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 밤,
조용히 찾아온 세 번째 찬바람이
나의 창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뜨겁게 달궈진 낮의 공기가
아직 방 안에 머물러 있음에도
나는 마음 깊숙이 가을을 기다렸다.
다음 계절은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쏟아지던 비처럼
내 안의 기억들도 쏟아져 내려왔다.
후회와 미련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오직 웃을 수 있는 순간만
가슴에 담아 두기로 했다.
여름아, 고맙다.
너는 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다시 웃을 수 있는 힘을 남겨 주었다.
그러니 우리, 다음번에 마주할 때는
꼭 웃으며 인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