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속삭임, 햇살의 포옹

by 나리솔



숲의 속삭임, 햇살의 포옹



도시의 촘촘한 빌딩 숲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면, 나는 가끔 푸른 숲을 떠올린다. 그곳은 메마른 영혼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따뜻한 품으로 지친 나를 안아주는 위로의 공간이니까.
느지막이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시간, 숲은 언제나 너른 팔을 벌려 나를 맞이한다. 새벽까지 남아있던 옅은 안개가 스르르 걷히고 나면,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그 작은 물방울 속에는 숲의 모든 생명이 담겨 있는 듯 경이롭다. 촉촉한 흙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싱그러운 풀 향기가 온몸을 감싸면 꽉 막혔던 마음까지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다.
가지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은 숲길을 걷는 내내 따스하게 온몸을 감싼다. 마치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포옹처럼 느껴진다. 고요함 속에서도 숲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멀리서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마치 잔잔한 피아노 선율 같고,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는 자연의 감미로운 합창 소리 같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소리는 그 어떤 시끄러운 잡념도, 불안함도 잠재우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오롯이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작은 야생화 한 송이의 갸녀린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오랜 세월을 견딘 이끼 낀 돌멩이 하나에서도 깊은 생명의 지혜를 엿본다.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숲은 그 자체로 거대한 치유의 공간이다.
숲을 걷는 동안 나는 나 자신과 깊이 만난다. 복잡했던 생각들은 점차 맑아지고, 지쳐있던 마음은 푸른 에너지로 다시 채워진다. 숲은 말이 없지만, 가장 큰 위로와 가장 진정한 평온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 평온함은 숲을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도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러 따스한 온기로 남아있다. 숲은 그렇게 오늘도 나를 기다리며, 언제든 지친 내가 찾아오길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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