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숨결

에세이

by 나리솔


3f4b3482651e19153566619fab9ad6bb.jpg
ed01741a20c3217937e7ddc53bc86acc.jpg
f3e510caa407c334369dc74d0617860d.jpg
484bd91c150ed16b4a000e322aa8c3d0.jpg
By 나리솔




기억의 숨결



기억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눈에 보이는 모습도, 귀에 들리는 말도 아닌 —

한 줄기 향기로.


그 향기는 바람에 스치는 잎사귀처럼 가볍게 시작되다가,

순식간에 온 마음을 휘감으며

닫혀 있던 과거의 문을 열어젖힌다.


따뜻한 빵 냄새는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할머니 부엌의 새벽,

세상이 단순하고 따스하던 날들,

두 손 안에 햇살을 담을 수 있을 것만 같던 순간.


가을 사과의 향기는 조금 다르다.

그 속에는 달콤함과 함께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 시간이 스며 있다.


첫 고백의 떨림,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

그리고 끝내 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던 긴 밤.

책 속에 낀 마른 꽃 향기는

잃어버린 사람들을 불러낸다.


넘기기 두려운 페이지 위에

더 이상 곁에 없는 이의 숨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기는 속삭인다.


기억은 무게만이 아니라, 온기도 된다고.

비 내린 저녁 공기 속에서

은밀히 말한다.


“너는 살아 있다. 너는 기억한다. 너는 아직 여기 있다.”

기억은 때로 아프다.

그러나 기억 없는 삶은 창 없는 방처럼 공허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이 묘하고 다정한 과거의 향기를 들이마신다.

그 안에는 상실과 희망,

눈물과 웃음이 섞여 있다.


그리고 그 가느다란 멜랑콜리 —

바로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살아 있게 한다.

keyword